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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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10년 03월 02일 (화) 오후 06시 28분 46초
제 목(Title):   배신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읽었다.
내용을 떠나 그 책에서 가장 빈번하게 읽히는 부분이 김용철 변호사는 자신이 
"배신자"로 찍히는 것에 대해 무척 경계를 하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배신"
이건 누가 옳은 편에 섰는지와는 무관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악의 축이라고 하더라도 내 편에서 저쪽편으로 넘어가면 이쪽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배신"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을까?
(설마 "개과천선"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겠지.)

원래 이번 연휴에 멀리 온천에 다녀오려고 했다.
이 발단은 다빈이가 자면서 긁어대느라 잠을 설치기 때문에 온천에나 다녀오지 
않겠냐고 했던 내 얘기에서 비롯된다.
사실 다빈이가 긁어 대느라 잠을 설치면 힘든 것은 다빈이를 재우는 내가 된다.
그래서 아토피는 아닌지 병원에 가보라고 하고 (병원에서는 아토피는 아니라고 
한단다) 아토피가 있던 조카를 키운 누나로부터 강남온천이 이 방면에 효과가 
있던 얘기를 들어서 강남온천에라도 다녀오라고 했던 터였다.
그런데 그냥 싸우나같은 강남온천은 싫다고 해서 멀리 온천을 다녀올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집사람이 덜컥 감기에 걸려 버리는 덕분에 너무나도 길이 막힐 여행길은 
피할 수 있었지만, 대신에 다빈이는 3일간 내 몫이 되고 말았다.

다른 집 사내애들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다빈이를 보고 있자면 "백만돌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일단 나를 닮아서인지 잠이 무척 없어서 낮잠을 자야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엄마보다 수면시간이 짧다.
결국 애를 키워야 하는 엄마는 하루종일 피곤할 수밖에 없고.. 다른 사람이 
맡더라도 쉴 시간은 많지 않다는 거다.
게다가 왼종일 덤블링, 달려기 (다빈이는 달리기를 이렇게 발음한다.), 공 
던지기..
땀이 나니 쉬자고 그러면 책을 가지고 와서 읽어 달라고 하거나 계속 뭔가에 
대해 말을 붙인다.

그래서 내가 택한 길은 아이를 데리고 본가에 가는 것이었다.
본가에 가면 식사도 해결이 될 뿐만 아니라, 효도도 하고, 손자를 보고 싶어 
하시는 부모에게도 좋을 테니까.
하지만 결국 두 분은 체력적인 부담으로 일찍 포기하시고 마땅한 책이나 
장난감도 없는 환경에서 애를 봐야만 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초코렛.
먹는 것을 극도로 제한하는 엄마의 육아방식 덕분에 다빈이는 여지껏의 
인생동안 초코렛이 매운 음식인 줄로만 알고 살았다.
다빈이 엄마나 나야 군것질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집에서 군것질거리를 보기가 
쉽진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에 예쁘다고 등장하는 사탕이나 초코렛 
또는 다빈이의 사촌들이 까먹는 초코렛 등은 "그거 매워" 한마디면 다빈이는 
깨끗이 포기했더랬다.
그래서 다빈이에게 새세상을 열어주고 내 몸이 편해지길 원했다.

연휴 둘째날.
"다빈아, 초코렛 먹을래?"
"아니. 그거 매워서 안먹어"
"괜찮아. 이건 안 매운거야."

한 개를 먹이니 잠시동안은 편했다.
"가만히 앉아서 블록쌓기 하고 있으면 조금 있다가 또 초코렛 줄게"가 
통했으니까.

하지만 집에 돌아가서 문을 열자마자 다빈이는 "엄마! 오늘 안 매운 초코렛 
먹었어요~" 라고 소리치고, 나는 혼나게 되었다.
(조금 전에 쓴 글의 내용에 따라 혼나는 방법이.. "다빈아. 초코렛 주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얘기해 줘"라고 듣는 거다.)

연휴 셋째날.
또 본가에 가서는 도착하자 마자 초코렛이 있는 곳에 달려가서 "초코렛 먹어도 
돼요?"라고 한다.
한두번은 엄마가 싫어해서 안된다고 얘기를 했지만, 나중에는 역시 체력에 
한계가 오고 말았다.
그래서 "아빠가 초코렛 줄테니까 엄마한테 말하지 마" 그러고 대충 타협을 
봤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리를 지키려고 했는지 치사하게 내가 요리하는 동안에 엄마한테 
일러 버렸다.
치. 남자들끼리의 약속을 져버리다니.
다빈이한테 맛난 바베큐립을 먹이려고 요리를 하는 아빠한테 이렇게 배신감을 
안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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