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10년 03월 02일 (화) 오후 06시 02분 53초 제 목(Title): 긁어 부스럼 결혼해서 살다보면 싸울 일도 많다. 그리고 뒤돌아 생각해 보면 그다지 화낼 일도 아니었는데 쓸데없이 감정이 격해졌다는 생각도 들고.. 싸움의 소재 또한 너무나도 사소해서 평소에 대화가 많았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난 가는 귀가 먹은 편이다. (국어 실력이 젬병이라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술/담배가 과해서 그런지 돌발성난청(쉬운 말로 원인을 모르는 난청)도 얻었다. 대부분의 돌발성난청은 저주파보다는 고주파를 듣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이 말은 남자 보다는 여자의 목소리를 듣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얘기이다. 게다가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집사람의 목소리가 아주 작은 편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집에서의 자연스런 대화는 무척 어렵게 느껴진다. 얘기를 하다 보면 마치 사오정 가족의 대화처럼 보인다고나 할까. 여기에 문제를 더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다빈이의 성격이다. 아이가 하나밖에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자기 주위의 모든 사람은 자기를 중심으로 얘기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그래서 아이를 옆에 앉혀두고 부모끼리 얘기를 하고 있으면, 자기가 끼지 못하는 대화를 못하도록 자기가 하고픈 얘기를 계속 늘어놓고 있는다. 뭐,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도 대화가 필요한 가정이 되어 버렸다. 물론 대표적인 원인제공자는 11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가는 내게 있겠지만 말이다. 이런 문제점을 느끼며 살더라도 막상 이런 얘기를 꺼내기는 쉽지 않아서 뭔가 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서로 묻어두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다.. 사소한 일로 언성을 높이게 되었고, 속상한 나는 화성인 성격에 따라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게 되었다. "이런 일들은 대화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일이야. (단정적인 표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서로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 서로 말없이 그냥 나처럼 생각하겠거니 추측하고 있다가 결국 예상과 다르면 이런 일이 벌어지잖아? (문제 진단) 실제로 봐도 그래. 네가 내게 하는 얘기라곤 고작 '집에 올때 이것 저것 장 좀 봐줘'라든가 '들어올때 경비실에서 택배 좀 찾아줘'라고 전화하는 것 말고는 없잖아? (유사 사례 발굴) 이게 가족이 대화하는 거라고 보이니? 이러지 좀 말자. (해결책 제시)" 하지만 내가 뱉은 이 대사 이후에 몇달을 살아보니 괜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나마 있었던 저 대화도 없어져 버려서 이제는 출근하기 전에 냉장고를 열어보고 뭘 사와야 할지 체크해야 하고.. 경비실에 들러야 한다는 얘기는 핸드폰 문자로 받게 되었다. 여자와 대화하는 법을 가르치는 학원도 생겼다는데 등록이나 해볼까? 관둘란다. 수강생은 100% 남자들일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