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09년 12월 30일 (수) 오전 11시 57분 27초 제 목(Title): 타임머신 어제 저녁 9시 경이었다. 사무실 사람들은 혹시 눈이 올지 모른다며 어려워질지 모르는 퇴근길을 피해 다들 일찍 퇴근을 해 버렸고, 나는 혼자 저녁을 먹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리는 CTU의 시스코 IP 폰 벨소리' 내 핸드폰 벨소리이다. 뜨는 번호를 봤지만 모르는 번호이다. 아주 옛날에는 모르는 번호라도 누가 중요한 일로 전화를 했을지 모른다며 다 받았는데, 이제는 대출받으라 회원권 사라 좋은 부동산이 나왔다 등등의 전화가 너무 많아서 받지 않고 끊어 버리는 편이다. 그런데.. 연말 연시이고 난 심심한 중이 아닌가. "여보세요?" "야 이 짜식아. 죽은거 아니었냐?" "누구....신지?" "나 xx야 임마. 살아 있으면 보고를 해야지." 고딩 1학년때 같은 반 녀석이다. 그 녀석의 멘트는 항상 이렇듯 시비를 거는 스타일이다. 갑자기 왠 전화냐고 물었더니 친구들 다 모였다며 여의도까지 오란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 매년 있는 일은 아니었어도 가끔 연말이 되면 다 모였다고 이렇게 전화를 해 줬지. 그때마다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연말에, 미리 날짜와 시간을 정하는 것도 아니고 뜬금없이 다 모였으니 나와라.. 아마 별로 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잡히는 모임에 갈 수 없는 이유도 많았고, 더더군다나 이런 식으로 다 모였으니 오라고 하면 내 기분도 나쁠 수밖에 없으니 가지 않았던 듯 싶다. 나는 나름대로 자기 못할 (않을?) 이유가 많았지만, 이렇게 예의없는 연락에 내가 등장하지 않으면 결과는 내 무심함을 탓하는 인구가 늘어날 뿐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난 심심했다. 원래 기대대로라면 연초의 빨간 날까지 정신없이 바빠야만 했다. 그런데 갑자기 고객사의 사정으로 납품이 미뤄진 탓에 며칠간의 일정이 비어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밥 숫가락을 놓고, 사무실로 올라와 메일 몇통을 보내고, (혹시라도 과음을 해서 출근이 늦어질지 모르니) 마무리 작업 몇개를 지시해 놓고... 택시를 탔다. 기상청이 오보를 해 준 탓인지 길거리는 한산했다. 하지만 차를 두고 나온 인간들이 죄다 택시를 타는 모양이다. 택시 마저도 씨가 말랐다. 오래간만이다. 택시를 잡으려고 신경전을 벌이며 목적지로부터 멀어지는 방향으로 점점 걸어 올라가는 일이 말이다. (한참 택시를 기다렸는데 누군가 불쑥 몇미터 앞에 나타나서 택시를 냉큼 잡아버리면 기분이 무척 나쁘다. 어제처럼 찬바람이 불면 살의가지 느껴질 정도. 그래서 누군가 몇미터 앞에 나타나면.. 나는 그 앞으로 또 걸어 올라가고.. 이런 일을 하다보면 택시비가 몇백원 더 나오게 된다.) 여의도에 도착하니 이미 11시. 인사하고 한두잔 마시고 바로 집에 가더라도 1시는 넘어야겠기에 집에는 미리 늦을지 모른다고 전화를 해 두었다. 별로 술마실 생각은 없지만 그 전화 한통으로 나는 다빈이가 자기 전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안달복달하지 않아도 된다. 다들 어제가 마지막 송년 모임이라고 한다. (놈들아, 난 첫 송년 모임이다.) 그간 많이들 마셔서 그런지 술을 마시지 않는 분위기. 30분간 앉아 있어보니 대충 분위기 파악이 된다. 이십여년전의 분위기와 다른게 하나도 없지 않은가. 한놈은 대화에 전혀 끼어들 생각이 없다. 심드렁하게 듣고 있을 뿐이다. 한놈은 여전히 시비를 거는 말투로 되도 않는 얘기를 하며 자기가 맞다고 우기고 있다. 한놈은 친구들은 안중에 없고 서빙하는 애기들한테 작업을 걸고 있다. 한놈은 여전히 재치있는 맞받아침으로 웃음을 만든다. 한놈은 다른 친구들이 하는 대화를 쫓아가려고 애를 쓰고 있다. 나는 어떻게 보였을까. 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라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할텐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