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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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07년 10월 15일 월요일 오후 11시 03분 58초
제 목(Title): 날 닮지 마 2



이 녀석은 더 어릴 적부터 여자를 밝혔다.

첫번째 예방접종을 맞으러 갔을 때에 그 기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병원에 가기 전에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우리 누나는 조카 어릴 적에 예방주사 맞히고는 둘이서 엉엉 울었다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녀석이 아프다고 울면 나도 울까봐 걱정이었다.


간단한 검사 후에 간호사가 주사기를 들고 등장했다.

의사가 주사기를 들어도.. 바지의 버클을 풀어 주사맞을 허벅지를 드러내도..

이 녀석은 천하태평이었다. 아직 어려서 곧 닥칠 운명을 깨닫치 못했던 게지.

주사 바늘이 쑥 들어간 순간.

'어? 이 녀석이 울지 않네?'라고 생각을 하니 조금 시차를 두고 자지러듯이

울기 시작했다.

배가 고플 때 아니면 좀체로 울지 않던 녀석이라 얼마나 아픈지 알 수 있었다.

나도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그건 한 순간.

간호사가 사용한 주사기를 받으러 녀석의 시야에 스쳐간 순간, 이 녀석은

눈물을 그치고 간호사를 따라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때 알아 봤어야 했다. 이 녀석에게는 다른 것보다 여자가 우선이라는 것을.


3달이면 끊겠다는 모유 수유를 벌써 9개월 넘게 계속하고 있다.

낳기 전에는 몸매 망가진다며 걱정이 많던 여자가 이제는 자기보다는 아이가

우선이 된 것이다.

이제는 어디 나갈 때마다 불편해서 내가 분유로 바꾸자고 해도 와이프는

친구들이 분유로 바꾸니 바로 아이가 병치레를 시작하더라며 거절을 한다.

하지만 그 부작용은 와이프에게 나타났다.

지금 몸무게가 46킬로. 고딩때 몸무게로 돌아가 버렸단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거라고는 와이프가 먹고 싶은 것을 먹이는 것 뿐이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 거한 외식을 하러 나갔다.


요즘에 식당을 고르는 기준은 맛보다는 유아용 의자가 있는지의 여부이다.

아이를 묶어두지 않으면 왕성한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는 아이 때문에 

코로 밥을 먹는 기분이다.

게다가 그것도 잠시. 나는 얼른 먹고 와이프가 여유있게 '진지'를 드실 수

있도록 아이랑 놀아줘야 한다.

하지만 간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자며 고른 곳은 유아용 의자가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또 고생이겠군.. 하고 각오를 했건만..

왠걸. 이 녀석이 아주 얌전하다.

보니까 서빙하는 여자 하나를 주시하고 있다.

여자 손님도 많았고 서빙하는 다른 여자도 있는데, 꼭 그 여자만 보고 있다.

그러다 한번씩 눈이 마주치면 씨~익 하고 웃어주기까지 한다.


덕분에 편하게 식사를 하고 계산하러 나왔다.

물론 아이는 내 품안에 안겨 있는 채로..

그런데 계산을 하는 종업원이 바로 그 사람.

"어머~ 귀여워. 한번 안아줄까?" 하고 손을 내밀자 바람같이 옮겨 간다.


나오면서 아이한테 한마디 해줬다.

"짜식아. 예쁜 여자 너무 밝히지 마. 아빠도 예쁜 여자 밝혀서 엄마를

만났는데, 그 덕에 얼마나 힘들게 사는데."

와이프는 자기 예쁘다는 칭찬인지 힘들다는 핀잔인지 헷갈리는 표정이다.

간만에 재치 넘치는 핀잔을 해서 마음이 뿌듯 했지만..

날 너무 닮는 것 같아서 걱정이 밀려왔다.


이 녀석이랑은 언제쯤에나 맥주잔 기울이며 얘기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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