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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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miz (Daughter)
날 짜 (Date): 1998년 10월 28일 수요일 오전 09시 45분 33초
제 목(Title): 낙서 18.



가을이 깊어가기 때문인지...
오늘 아침 주차장에서 차를 세우고 내리려는데, 테이프에서 사작되는 
모짜르트의 글로리아(대관식 미사 중)를 두고 차마 내릴 수가 없어
한 10분은 더 앉아있다 내렸다.

그 10분동안, 전에는 자연스럽게 내 곁에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것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차올라왔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황제,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비창, 
그리고, 헨델의 메시아니 하이든의 천지창조니 하는, 성가대에서 부르던 
오라토리오들...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느라 모여서 재잘대는 장면들, 추운 밤 늦게까지 
거의 매일 모여서 메시아의 앨토를 연습하느라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던 기억들,
적당한 조명을 켜놓고, 동생과 뒤엉켜 누워서 듣던 라트라비아타...
양희은의 이별 그 이후...

이런 것들이 앞으로도 내인생에서 그렇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내 곁에
있을 날이 올까?
물론 음반을 사서 우격우격 들을 수는 있겠지만, 주위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녹아지는 그런 분위기는 더이상 누릴 수 없을 것만 같다.
남편의 취향은 나랑은 너무 다르니까...

나는 남편을 사랑한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장면 속에 남편의 자리를 만드는 것이 
그에게는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섭섭하지만, 사실이다.

지난 결혼 5년간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도 역시 좋아하게 될거라는, 
그래야만 한다는 기대 속에서 자꾸 그를 재촉하는 기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른 건 다른건가부다.

그와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기억들을 만들고 싶다.
수빈이와, 솔이(뱃속의 아기), 할머니가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남편 만으로도 힘든데, 할머니까지 어떻게.. 자신이 없어지기도 하지만...
행복은 멀리있지 않아...라는 생각도 들고..

한동안 무심했던 것들이 몹시 그리워지는 오늘...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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