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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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miz (Daughter)
날 짜 (Date): 1998년 10월 26일 월요일 오전 10시 26분 55초
제 목(Title): 낙서 17.



결혼할 때, 특히 연애인 경우, 상대방 하나만을 보고 결혼을 결정하는게 대부분이다.
시부모를 모시지 않을 경우,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시부모님과 함께 살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렇게 결정하면 안될 것 같다.
남편보다는 시집 식구들로 인한 갈등이 훨씬 많을 수도 있고...
이런 갈등이 자꾸 생기면 남편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될수도 있고...

나도 지난 몇 달 동안에 어머님과 살면서, "내가 도대체 누구랑 
결혼한 거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았다.
시어머니와 갈등 상태에 놓이게되면 정신적인 활동이 모두 거기에 집중이 되어,
남편도 아이도 뒷전일 수 밖에 없게되고...

장남이랑 연애하는 여자들이여..조심하시오..라고 마구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남편에게는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주제에 감히 결혼할 생각을 
했단 말이야..이 사깃군아..."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사실 결혼전에는 "장남이건 차남이건 사랑하면 그만이지.."하는 
순진한 생각을 했던터라 더욱 속았다..싶기도 했다..

그러던 나와 어머님과의 관계가 요즘은 점점 편안해지고 있다.
이것도, 언제 다시 "그러면 그렇지..시어머니는 역시 안돼.."하는 마음으로 바뀔지
모르겠지만... 
9월 중순에서 10월 중순까지의 약 한달동안, 나는 어머님께 세번이나 깽판(?)을
쳤다.  그 전까지는 무조건 예 예 하던 나였는데...
어쨌든 그 사건들로 인해서 나는 내 안에 쌓여가고 있던 불만을 터뜨렸고,
어머니는 얘의 속마음에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 조금은 황당한(?) 방법으로 
알게되셨나보다.
어머니와 나는 인생관도 다르고, 살아온 방식도 다르고... 사실 갈등이 
안생길 수가 없다. 그래도 우리 어머니는 "네가 감히 시에미한테.."하는
투의 말씀은 한번도 하지 않으시고, 네할말 있으면 어디 해봐라..
어머님이 그 때 이러이러 하셨쟎아요..그건 이래서 그런 거다..그게 그렇게 싫으면 
내 하지 않으마.. 너도 이러이러 하지 말아라..
이런 식으로 내가 시작한 싸움(?)을 대화로 이끌어 주셨다.
TV 시사 토론 같은데 나오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차근차근하게 토론으로 
이끄시는 거다...
나는 세상의 모든 시어머니가 모두 사실은 이렇게 좋은 분이라고 
섣부른 결론을 내리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는 정말로 이 부분에서 만큼은 운이 좋았다..는걸 인정한다.

남편과 나, 나와  시어머니는 사실 너무나 많은 갈등의 소지를 않고 있다.

지역적으로 나는 서울, 남편은 부산.. 이 차이도 매우 크다는 걸 알았다.
평생을 같이 할 사람들이 음식이나 인사법, 문화가 다르니까...그리고,
사람들은 대개 자기에게 익숙한 것만이 "정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종교적으로도 나는 기독교, 남편은 무교(사실은 배금주의), 어머님은 불교 + 유교
따라서 어머님과 사는 동안에 나는 신앙 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았고, 
어머님 또한 한집안에 두 종교가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하시므로 자신이 
절에도 가고 싶은 걸 참는 인내를 보여주셨다. 

경제적으로도 어머님은 평생을 절약하고, 알뜰하게 살아오셨고,
나는 미식과 여행을 삶의 기쁨으로 여겨왔었다.

이렇게 차이가 많으니, 당연히 문제도 많이 생기고, 갈등도 많이 생기지...

어머님께 깽판을 치는 세번동안, 그나마 세개의 메시지는 전달이 된 것 같다.
잔소리좀 하지 마세요.. 제가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막지 않았듯이,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돈 쓴다고 뭐라 하지 마세요.. xx씨(남편) 짜게 구는 것도 
지겨운데, 어머님까지 똑같이 하지 마세요..

그렇게 할 말을 하고나니 어머님도 좀 조심하시는 것 같고, 나도 "어머님이 내 
마음을 아시겠지" 하는 마음이 생겨서 비슷한 상황에서도 화가 덜난다.

어머님이 요즈음 "며느리 시집살이"를 하고 계시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깽판이 마무리된 후에는 다시 어머님께 잘 해드리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는 시아버님의 제사가 있었다.
제사는 항상 부산에서 했었는데, 요즘은 어머님이 우리랑 함께 사는 관계로,
우리 집에서 하게 되었다.
내 평생에 제사란 건 처음이고(우리집에서하는 거), 꼭 이런 식으로 해야하나..
속으로는 쌓이는 일이 사실 많았다.

제사는 조상을 추모하는 형식일 뿐이라고들 얘기하기에 그런가보다..했었는데,
우리 어머님께는 그게 형식이 아니라, 진짜 조상의 혼령이 온다는 굳은 믿음하에
치르시는 일이기에 나로서는 더 찝찝했었다..
나는 돌아가신 아버님의 혼령이 우리집에 찾아온다고는 믿지 않는다..
다만, 살아계신 어머님이 섭섭하시지 않도록 준비하는걸 도와드렸다.
나는 그렇다. 살아계실 때 잘하자...하지만, 돌아가신 분은 기념하고, 추모하는
선 이상은 안넘겠다.. 특히, 조상은 조상이지, 신은 아니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제사를 잘못 드리면 금방 무슨 일이 생기고, 묘를 잘못 쓰면 집안에 우환이 
생긴다..는 어머님씩의 생각에는 애초에 동의가 안된다..

하지만, 살아계실 때 잘하자..는 생각은 있기 때문에,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까지는 
원하시는대로 해드릴 생각이다.

남편의 제사를 준비하는 일만은 내  생전에 없었으면...
어제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머님이 너무 안되 보이고..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참 묘하다.. 한없이 밉다가도 어느 순간, 그 분의 
처지와 내 처지가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이제는 조금씩이라도 뭔가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거기에서 또 우리 딸의 미래도 걱정하게 되고...
우리 친정 엄마는 내가 이렇게 살아갈 것을 알면서도 "장남이랑 결혼하지 마라.."
는 말씀을 왜 한번도 안하셨을까.."그저 상대방이 똑똑하고 성실하면 된다..
잘 믿는 사람이어야 하고..(기독교를)" 왜 이런 말만 하셨을까..
자신이 맏며느리로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다 하셨으면서도..
나같으면 우리 수빈이에게 "장남은 쳐다보지도 마!!" 이러고 싶ㅇ을 것 같은데..

하지만, 조금씩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회복되고 있는 요즘... 누군가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도 아주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구나..싶다..
상대가, 며느리의 천적(?)인 시어머니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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