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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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miz (Daughter)
날 짜 (Date): 1998년 9월 28일 월요일 오전 09시 37분 13초
제 목(Title): 낙서 14.



지난 토요일에 산부인과에 정기 검진을 하러 갔다.
지금은 임신 30주째이고 개월 수로는 8개월이다.
한참 친절하게 초음파를 보여주던 의사가 "이부분이 가장 궁금하신 부분일 겁니다.."
그런다.. 거기를 보면 아들인지 딸인지 아나부죠? 그렇습니다..그렇지만 절대 못 
가르쳐 드립니다.. (남편) 아직 판정이 안되나 부죠? (miz) 그럴리가..이미 
선생님은 아시겠지..(의사) 딸인것 같습니다..
그 순간 남편의 실망하는 얼굴...

그 이후 이번 주말 내내 남편은 매우 실망하고 속상해하는 눈치다.
그 의사는 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말을 꺼내가지고...
집에 돌아오니 어머님은 "병원에서 별 말 없었냐?" 고 물으시는게 
아들인지 딸인지를 기대하는 눈치다..그렇지만, 어머님께는 아직 말씀을 안드렸다.
애를 낳기도 전부터 하나 더 낳아야된다, 아들은 꼭 있어야 된다..이런 말을
듣고 싶지가 않아서...

앞으로 몇년간 나의 생활이 좀 고달파질 것 같다.
주변에서 인사 반 협박 반으로 하나 더 낳으라는 말을 수도없이 듣게 될테니까.

남편은 결혼 전부터 노골적으로 아들, 아들하던, 요즘 보기 드물게(?)
고리타분한 사람이다..(그 부분에서만)
그러던 사람에게 이제는 아들을 만져볼 가능성이 사라졌으니...좀 불쌍한 마음도
생기긴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주말 내내 어디가서 아들 낳아오면 끝장이다.. 당신이 밖에서 낳아오는 아이를 
나는 절대로 안키울거다.. 솔이(뱃속에 있는 아이)가 불쌍하다..
나중에 솔이가 이뻐서 죽고 못살게 되면 내가 솔이한테 다 이를거다..
하면서 협박 반, 농담 반으로 단도리(?)를 했다.

나의 심정은..? 
사회적인 압력의 무게가 아주 안느껴지는 건 아니다..솔직이..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나는 매우 감사하다..
특히, 아들이건 딸이건, 하나씩 낳는 것보다는 같은 성으로 낳기를 바랬었기에..
애들에게 친구를 서로 만들어주게 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남자 많은 집에서 여자 하나로 자란 나는 언제나 여자들이 모여서 재미있게
수다떠는 집을 부러워했었다..지금도 언니나 동생이 없어서 외롭고..

이젠 모든걸 다수결로 할 수 있겠구나..흐흐..하는 마음도 들고..

이렇게 좋은걸 남편은 왜 모를까?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나름대로 경계는 해야된다..
여시같은(?) 딸래미들이 아빠만 좋아하면서 엄마를 소외시킨다면 
집안 분위기가 살벌해질 것이다..난 그런거 못참거든..헤헤..
벌써부터 수빈이에게는 그런 기질이 보이거든..

하지만, 왠만해서는, 좀처럼, 뭔가에 실망하지 않는 남편이 이처럼 실망스러운 
기색을 오래 내보이는 것은 마음에 걸린다.
얼마나 섭섭하면 그럴까...하마터면 "내가 아들하나 더 낳을까"하는 말이 
그냥 튀어나와버릴 뻔했다...안돼, 절대로..그럼 miz의 인생은 끝장이야..
결코 하나 더 낳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남편이 진정으로 감사하고, 두 딸로 인해 기뻐하도록 만들 방법은 없을까...

고민이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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