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miz (Daughter) 날 짜 (Date): 1998년 9월 21일 월요일 오후 03시 33분 55초 제 목(Title): 낙서 13. 지난 주말에 설악산에 다녀왔다. 갔다 오면서 느낀건데, 애 데리고 다니는게 정말 보통 일이 아니란걸 실감했다. 일단, 아기가 가기에는 너무 먼 여행이었고. 몇 번 식사를 사먹을 일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수빈이의 깽판(?)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애가 이제 겨우 걸음마를 배우니 좌식으로 테이블이 있는 식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전에는 그렇게(?) 얌전하던 애가 밥먹는 테이블 위로 마구 기어 오르는거다. 손에 잡히는 건 뭐든지 잡으려고 하고... 다시 내려 놓으면 또 맹렬하게 기어 오르고... 그 애와 씨름하면서 뭣 좀 먹이는데 최소한 두명이 필요했다. 옆 테이블 쪽으로 애를 돌려 놓으면 또 거기서 깽판치고... 이제 돌지난 애가 말귀를 알아듣기를 하나, 목표를 향해서 기를쓰고 도달하려는 의지 밖에는 없는 애를 힘으로 떼어놓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차에서 장시간 앉아있다 보니 애 엉덩이가 벌갰다. 그걸 보면서 어머님은 당장 기저귀 풀어놓으리고 하시고.. 결국은 식탁 위로 기어올라와 오즘을 싸데..나는 황급히 차에 가서 옷을 가져오고, 남편과 어머님은 식탁 위를 치우느라 난리를 피우고.. 그래도 우리 아이는 "정말 순하다"는 평을 받는 아이인데, 태어나면서부터 "보통이 아니다"는 소리를 듣는 애들의 부모는 어떨까...싶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가 들어가는 식당마다 손님이 없고 파리만 날리던 곳이라, 옆 손님을 의식할 필요는 없었지만, 밥상위로 기어오르니 주인에게도 눈치가 보이는 건 사실이었다... 음식들이 너무 형편 없어서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은 안나왔지만.. 한참 돌아다니며, 난리치는 아이들이 제대로 통제가 가능하긴 한 걸까..? 가끔가다 얌전하게 앉아있는 아이를 볼 때도 있지만, 그건 교육의 힘이라기 보다는 그 애의 부모가 행운아여서(?) 그런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애를 키워본지 얼마 안되서 잘 모르겠지만... 애기르는데 특출난 재능이 없는 보통 부모가 애를 통제하는것이 어디까지 가능할지...자신이 없어진다. 외국에서는 남에게 폐끼치는 행동에 대해서 부모들이 단호하게 야단치고..해서 아이들이 식당에서도 조용히 밥을 먹는다는 얘기를 들어보긴 했는데, 우리에게도 이런 교육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특히, 애에게 모든 것을 허용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이라서... 그래서 애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다른 집 애가 시끄럽거나 뛰어다녀도 좀 이해하는 것 같다.. 그런 이해를 바라기만 한다면 안되겠지만. 앞으로 애를 키울 일이 창창한 한 아줌마로써, 우리 사회는 애 키우는 사람에게는 거의 지옥이나 다름없는 것 같다. 애를 데리고 갈만한 공간이 거의 없으니까.. 부모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편안하고 자유로운 공간이 정말 드문 것 같다. 어디가나 애 때문에 시끄럽다고 눈치주는 사람은 많은데, 여기서 실컷 놀게 하시고 좀 쉬어가세요..하는 곳은 없는 것 같다. 많은 돈을 지불한다면 몰라도... 애를 버릇없게 놔두면 안되겠지만,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결국 차세대의 사회인을 키워내는 일인데... 사회가 온통 부관심한 속에서 부모들에게 모든 책임을 다 지라고 하는 것말고는 대안이 없는건지... 답답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