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miz (Daughter) 날 짜 (Date): 1998년 9월 16일 수요일 오전 09시 15분 52초 제 목(Title): 낙서 12. 흐흐흐..오늘은 왜이리 행복하지? 가끔씩 내가 조울증의 증상이 있는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슬퍼졌다, 기뻐졌다 하는병. 그렇지만, 오늘은 행복할만한 확실한 이유가 있다. 그것도 두가지나. 첫째는, 한여름 내내 땀을 뻘뻘 흘리며 살던 miz네 식구들이 내일 설악산으로 놀러가기로 했다는거다. 결혼 전에는 거의 내집 드나들듯(?) 했던 설악산이건만, 결혼 후에는 한 번도 못가본 것 같다. 용대리에서 백담사로 들어가는 계곡길을 걷는것, 봉정암에 헐떡 거리며 오르던 것, 소청 산장의 구름바다, 천불동 계곡의 단풍...설악산에 가면 언제나 눈물이 글썽일 정도로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곤 했었다.. 그래서, 애키우는 아줌마로 사는 동안 가끔씩 설악산을 생각하곤 했었는데...흐흐..드디어 거기로 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예전하곤 사정이 많이 다르다. 임신 7개월의 부른 배에다, 돌지나서 이제 겨우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 허리 아프시다는 시어머니, 여행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마누라 등쌀에 따라 나서는 남편...이 이번 여행의 멤버이다. 그러니, 잘해야 비선대이고, 유모차가 갈 수 없다면 그냥 권금성에 올라갔다 신흥사나 구경하고 와야 한다... 그래도 왜이리 좋은지... 그냥 설악동에 들어가서 병풍처럼 둘러싸인 봉우리들을 올려다만 봐도 마음이 시원할 것 같다... 어쩌면 실제 여행을 하는 것보다 고대하는 지금이 더 행복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오늘 행복한 두번째 이유는 오늘 아침의 날씨 때문이다. 날씨를 돈으로 산다면, 내 평생에 이런 날씨를 몇 번이나 누려볼 수 있겠나... 정말 구름한 점 없는 코발트 빛의 하늘과 선선한 바람, 반짝이는 햇살...들이 나를 오늘 눈물나게 감동시키고 행복하게 한다. 지난 여름의 끈적끈적하고 무더운 속에서 miz야, 잘도 참았구나.. 내 너에게 주는 상이다..하고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것 같다. 애구 하나님, 제가 참기만 한거 아닌디유...저 불평도 엄청 많이 했걸랑요.. 다 아시면서... 어쨌든, 이번 여름은 내 인생에서 나름대로 기억에 남을만큼 힘들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선선한 바람이 불고, 그 바람은 나에게 "힘든 시절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 같다. 또 힘든 시절이 오기는 하겠지만... 그나저나 이번 여행에서 남편과 싸우지 않는 것이 숙제인 것 같다. 시어머니 때문에 속상하지 않고... 일 만들기 좋아하시는 우리 어머니, 벌써 내일 김밥쌀 것 계획하고 계시고, "돈드는데 뭐하러 가노..." 하고 내내 군소리 하실게 뻔한데... 제발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릴 수 있기를... God Bless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