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strana (헤즐넛커피) 날 짜 (Date): 1998년 8월 9일 일요일 오후 03시 27분 52초 제 목(Title): Re: 결혼하신 분들께 질문! 그냥, 존댓말 생략하고 혼잣말처럼 쓸께요... ------------------------------------------ 내경우엔, 지금 내 옆의 오빠가 내 짝이다 싶은 생각이 든 것은... 내가 그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좋은 건 좋은 거고, 나쁜 건 나쁜 거라는 좋고 나쁨의 구별이 비교적 확실한 나에 비해서, 우리 오빠는 주변의 좋은 점만을 보려고 하는 성격이다... 왠만하면, 모든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고, 그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 주고자 한다... 너그럽지 못한 나는 그런 오빠의 사고방식이 참 부러웠다... 그래서, 곁에 있으면서,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것은 바로 그 성격이 우리가 주로 싸우는 이유다... 너무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다 보니, 자기 걸 잘 못 챙기고 다니는 것 같고, (사실 오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잃지 않으면 되지 그 밖의 것이 뭐 중요하다고 하지만, 곁에서 내가 보기엔, 다 흘리고 다니는 거 같다...) 항상 너무 여유가 있고, 어떤 성취욕이나, 추진력이 부족한 것 같고... 하지만, 나만 그렇게 보고 있지, 주변의 어느 누구도 오빨 욕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내 욕하는 사람은 많지만...:) ) 이런 이유로 싸우다 보면, 다 큰 사람 둘이 만나서, 서로의 어떤 점을 배우고자 한다는 게 참 어렵구나, 사람이란 정말 쉽게 변하지 않구나..하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내가 결혼을 이 사람으로 결심했던 그 이유가, 너무 큰 욕심이었나 싶어지고.... 그럼에도, 만약 우리에게 아가가 생긴다면, 그 아기가 나를 닮지 말고, 오빠를 닮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오빠랑, 결혼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