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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6 ] in KIDS
글 쓴 이(By): psuljw (카프카)
날 짜 (Date): 2003년 9월  9일 화요일 오전 05시 01분 11초
제 목(Title): 70년대 사당동


1. 우리 가족이 사당동으로 이사를 한 70년대 중반에는
  온 동네가 논밭으로 둘러 싸여 있었다.
  아마 당시에는 서울에서 땅 값이 가장 싼 동네 였으리라.
  강북의 전세값으로 가족이 살 새집을 마련하셨던 부모님은
  그 때가 평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2. 새로 이사온 동네는 아이들에게는 참 살기좋은 동네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동네 앞에는 실개천이 굽이굽이 흐르고, 학교에도 가지 않는듯한 염소치기
  소년이 염소때를 몰고다니던 뒷동산에는 까마귀들이 소름끼치게 울어대던곳.  

3. 초등학교 3,4학년때 쯤의 일이다.
  아버지와 함께 서울 시내에 나갔다가 밤늦은 시간에 귀가하게 되었다. 
  지금도 크게 변한건 없지만, 그 시절에도 귀가시간에 빈 택시를 잡기가
  상당히 힘들었는지, 아버지는 지나가는 택시에 '반포'를 외쳐 대셨다.
  왜 우리집은 사당동인데 아버지가 반포를 그렇게 외치고 계실까 처음에는 
  상당한 의문이 들었는데, 거의 내 느낌으로는 한시간을 그렇게 목이 
  터져라 외쳐도 택시가 잡히지 않자, 나는 깨달았다.
  그 때 어떻게 집에 왔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4. 초등학교 친구들은 크게 두 패거리로 나뉘었다.
  조상 대대로 그 동네에서 살아온 친구들과, 새로 뚫린 남부 순환도로를
  따라 새 집을 장만하여 이사온 친구들이다. 나중에 깨달았지만 결국에는
  원래 살던 친구들이 논밭을 팔아 훨씬 더 부자가 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논밭과 농장들은 하나둘 사라져 갔고, 대신 지어진 
  새 아파트들이 그 친구들의 새 집이 되었다.
  
5. 별병이 꽈배기로 불리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아버지는 학교 뒤쪽에서
  커다란 꽃사슴 농장을 하고 계셨다. 친구들과 함께 그 농장에 가끔씩
  놀러가곤 나중에 그 친구가 새로 생긴 그 동네 근방에서는 가장 비싼 
  아파트에 처음으로 이사가게 되었다. 지금 사당역에서 동쪽으로 향하면
  왼쪽에 보이는 두동짜리 그 아파트는, 산기슭에 있던 우리 마을 전체에서
  내려다 보이는 웅장한 건축물이었다.


** What hell am I doing he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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