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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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 ] in KIDS
글 쓴 이(By): leh (아게하)
날 짜 (Date): 2003년 10월 23일 목요일 오후 04시 11분 09초
제 목(Title): 부끄러운일


대학 2학년 말 외무부 7급 전산직 특채가 있었다.
자기네들 말로는 학교에서 한두명씩 추려서 20명을 1차로 뽑고 그중 2명을 뽑는다고 했다.
한달에 보름은 외국 근무라고 했고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꼴랑 7천원을 교통비로 주더라.

지금이렇게 여기에 앉아 프로그램이나 짜고 있으니 당연히 그때는 떨어졌었다.
흐흐^^ 2학년을 상대로 했던 이유는 3,4학년때 등록금이 면제기 때문이다.
해서, 졸업후에는 무조건 5년은 근무해야하며 약속 불이행시는 받은 돈을 모두 게워내야한다고 했다.

부끄러웠다는것은 어쨌거나 저쨌거나 처음으로 떨어진 그놈의 시험이 아니라 
그때 서울행에 또 그놈의 정부청사 면접장소까지 엄마랑 동행했다는 것이다.
혼자서 가도 충분하다는 것을 엄마는 한마디로 일축해버리시고는 같이 따라나서신 것이다.

아침나절 내내 옆의 다방에서 기다리는 엄마 생각때문에 이도 저도 못하고 또한 그 나이가 되도록 부모를 동반한다는 사실에 
너무나 부끄러워서 아무것도 못하고 말았다.
기다리시는 다방으로 향하는 길에 얼굴은 온통 벌겋게 달아올랐고 다방안에 들어가서는 
최고조에 이르고서야 말았다.
그때 면접을 같이 보던 나를 제외한 많은 인간들이 거기서 짝짓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핫핫-.-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니.

온통 엄마손을 잡고 나오는 나에게 향하는 것만 같은 눈길에 혼자서 부끄러워 내내 아무소리도 못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맹세를 했지. 정말 엄마가 어떤 말을 하더래도 담에는 정말이지 나혼자 와야겠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차례 더 엄마손을 잡고 면접을 보고야 말았다.

직장에 나가고서도 가끔 일때문에 잠깐 들어와야할 경우 엄마는 항상 동행을 고집하시고 
끽소리 못하는 나로서는 아직도 엄마손을 잡고 다니고 있다. 

아마도 내 머리가 희끗희끗 할무렵에도 어쩌면 부끄러운일을 계속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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