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tudyingabroad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4월11일(화) 13시14분47초 KST 제 목(Title): 다시 bullpop님께 몇 가지 여쭈어 보겠습니다. 첫째, 우리 나라에선 학문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어떤 근거로부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얻게 되었는지요? 저는 제 경험을 근거로 그 주장을 단호하게 부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공부하기에 좀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요... 타당한 논리와 근거 없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을 뿐아니라 이 땅에서 학문의 외롭고 거친 길을 묵묵히 걷는 모든 분들께 누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둘째, 우리 사회를 미국 사회의 복사판으로 만드는 것이 과연 가능하며 필요한 해결책이라고 보시는지 알고 싶군요. 미국 사회 역시 약점이 많은 구조체이며 우리 사회에는 미국형으로의 일률적인 이행이 부자연스럽거나 불가능한 요소가 많습니다. '소중한 우리의 것'일수록 그렇습니다. (물론 우리 사회가 적극적인 변혁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위독한 상태라는 건 저도 말씀드리고 싶은 바입니다.) � 세째, 우리 사회의 변혁 (우리 나라의 버릇을 고쳐주겠다...고 하셨는데) 에 대한 어떠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갖고 계신지요? 만일 구체적인 단계까지는 준비되지 않았다면 개념적이고 원론적인 상태라도 좋으니 '실천'에 대한 복안을 제시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버릇을 고쳐 주겠다'는 말씀이 단순한 혈기의 표백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네째, '개인이 최고'라는 사회 인식은 어떠한 정도까지 다듬어졌는지요? 단순한 감상에서 나온 구호인지 일련의 정교한 추론을 거쳐 얻은 결론인지 궁금하군요. 이땅에서의 '개인'의 존엄이 너무나 값없이 묵살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과연 그 대안이 개인의 최우선화일 수 있는 것인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전반의 뿌리 깊은 변혁 없이 개인의 최우선화만으로 과연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맞이할 수 있을까요? 혹시 bullpop님은 아담 스미스의 파라다이스를 쫓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결론으로 달리기 이전에 먼저 깊이 되씹어보는 자세를 권합니다. 지금처럼 조급해서는 유학 여부에 관계 없이 제대로 된 학문의 길에 들어설 수조차 없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제가 만일 미국 대학의 입시 사정 담당관이라면, 그리고 이 보드에 올라온 bullpop님의 글 두 편을 읽어 보았다면 유감스럽게도 저로서는 bullpop님의 입학을 허가할 수 없을 것같군요. 아직은...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