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ingabroad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studyingabroad ] in KIDS
글 쓴 이(By): nameless (무명용사)
날 짜 (Date): 1996년09월05일(목) 11시00분32초 KDT
제 목(Title): 유학생활 1년을 돌아보며...






내일이면 제가 미국땅에 온지도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

1년 전 오늘, 웬지 모를 착잡한 마음에 이 보드에 글을 올렸던 걸 다시한번

읽어 보았습니다.

무슨 죽으러 가는 사람도 아닌데 괜한 엄살같기도 하지만 정말 그때는

다가올 유학생활이란게 꼭 설레이는 보랏빛만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무엇이 닥칠지 모르는 불안감과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앞선게 사실이었지요.

아마 지금 유학을 염두에 계신 분들은 같은 심정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1년을 이곳에서 보내고 나서 몇가지 느낀점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먼저 가장 큰 걱정거리중의 하나는 앞으로 있을 공부에 대한 두려움일텐데요.

여러분들중 상당수는 학교졸업한지도 꽤 지나고, 전공책을 펼쳐본지도 오래 된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런분들은 더욱 걱정이 크시겠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물론 이곳의 수업은 한국에서의 그것보다는 훨씬 고됩니다.

수업내용 자체뿐만 아니라 언어장벽까지 겹쳐서 첫학기 보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이곳의 숙제는 정말 장난이 아니지요.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사람치고 공부 못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제가 확실히 집고 넘어갈 것은 제 말의 '공부'는 말그대로 시험보고

문제푸는 공부를 얘기합니다. 나중에 리서치에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모두들, 헉헉대고 밤새워가며 숙제하고 얼굴 인상쓰고 다니지만 

한학기 끝난다음에 만나보면 올 A 받는 한국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전 물론아님)

여러분들이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만 갖고 있다면 성적에 대해서는 No Problem.

절대로 걱정하지 마세요. 



보다 큰 문제는 영어입니다. 아울러 더욱 큰 문제는 영어문제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생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언젠가 언급한 바 있지만, 미국에 온다고 저절로 영어가 되는건 아닙니다.

이걸 뼈에 사무치도록 명심하셔야 합니다.

'난 한국사람인데 뭐 영어좀 못하면 어떠리..'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영어에서 끝나는게 아닙니다. 보다 큰 문제는 그로 인해 과에서,

혹은 다른곳에서 미국인과  socialization하는데에 장애가 된다는 데에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인의 전통적인 미덕, -겸손과 양보- 또한 이곳에서 생활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하지요.

왜 한국에서는 '제가 어떻게 이런일을...  별 재주가 없어서... 

글쎄요...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이런식으로 겸양의 미덕을 보일때가 많지요.

하지만 이곳에서 그런말을 쓰면 그들은 정말로 제가 능력없고 재주없는 

사람으로 인식합니다.

특히 지도교수가 정해지고 오피스에서 얘기를 해보면 이런 사고방식의 차이를

확연히 알수가 있답니다.

우리가 생각할때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도(너무나 당연한듯이 보일지라도)

얘기를 꺼내고 discussion을 해야 합니다. 그럼 그네들은 또 대단한것처럼

받아들이곤 하지요.

사고방식을 active하고 outgoing하게 바꾸셔야 합니다.

그것이 보다 편하고 인정받으면서 이곳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미국안에서의 우리의 활동범위라는 것은 너무나 좁습니다. 

외국인과의 친분이란 건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법이고 유학생사회라는것도

그 규모가 뻔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같은과 또는 교회나 성당정도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community이지요.

그러다 보니 이곳에서 맘에 맞는 사람을 만나는것 또한 쉬운게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찾되 한편으론 여러분 혼자서 생활을 즐기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혼자 훌쩍 영화를 보러간다던가 가까운 해변으로 드라이브를 가는것도 좋겠죠.

없는 실력이라도 재료사다가 아는 사람 몇 불러 저녁을 해먹는 것도 좋습니다.

보통 학위를 끝내려면 4-5년은 걸리지요.

그 짧지 않은 시간동안 보낼 수 있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유학을 가는 것이 국내에 남는 것보다 확실히 좋은가? 내 인생에 이득인가?

라는 질문을 많이들 합니다.

솔직이 아직 거기에 대한 해답은 얻지 못했습니다.

제 주위에도 국내에 남아서 우수한 연구결과와 경력을 갖춘 친구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게다가 유학을 오게되면 필연적으로 잃어야 하는 것들이 생기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이라든지...

유학을 가기까지의 준비기간의 낭비...(대표적으로 군대)

한국사회에서의 상당기간동안의 공백이라든지...(이 영향도 무시 못하지요.)

이런 모든것들을 고려해야 앞서 말한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겠지요.

어쩌면 제가 공부를 마치고 돌아갈때까지도, 아니 영원히 이 문제는 풀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이곳 생활에 지치고 외로운 적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론 제가 선택한

이길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어느 길이 더 이득이냐, 어떤게 더 편한 삶이냐 라는 현실적

이유때문이 아닙니다.

아무도 아는 사람없는 낯선 곳에 나 홀로 떨어져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는

길을 헤쳐 나가는 삶은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걸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길을 걸으면서, 만약 다른길을 선택했을때 평생 간직하고 살았을 

이 길에 대한 동경과 아쉬움을 내 손으로 깨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어디에 있건, 그 길이 진정 여러분이 가고자 했던 길이라면

그 결과에 상관없이 여러분의 선택은 값진 것 아닐까요?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무명용사...
-------------------------------------------------------------------
추억은 아름다운것.  그리고...
그 추억을 그리며 산다는 건 더욱 아름다운것...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