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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iEncE ] in KIDS
글 쓴 이(By): soliton (김 찬주)
날 짜 (Date): 2000년 1월 27일 목요일 오후 10시 24분 17초
제 목(Title): 어느 재야 물리학자의 세미나

오늘 4시에 모모 초과학 연구소의 소장이라는 한 "재야 물리학자"의
세미나가 예정되어 있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면 Essay보드에서 
지난해의 마지막 날 내가 쓴 글을 보기 바람) 그 물리학자는 2시쯤에 
여기에 도착했는데 마침 나는 그때 이 세미나 건을 담당하는 선배 형의 
방에 있었기 때문에 그 아저씨를 볼 수 있었다. 자신이 직접 제작한 
실험기구를 들고서 약간은 긴장된 모습이었다. 인사를 잠깐 나눈뒤 
그 선배가 어떻게 세미나를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 물었다. 그 아저씨는 
자신의 논문 20부를 복사해서 참석자에게 나눠줄 계획이었고 또 실험도 
할 모양이었다. 생업은 물리가 아니지만 40년간 생과 사에 대해 연구를 
해오고 있다고 했다. 선배 형은 원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세미나 연사가 
도착했다고 알려주었고 그 둘은 원장님을 만나러갔다. 나는 그 방에서 
한 시간 쯤 더 있다가 내 방으로 돌아왔는데 그 선배 형과 연사는 그때까지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 연구소는 목요일 세미나가 시작하기 30분 전에 모여서 tea time을 가진다.
거기에도 그 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4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원장님이 웃으며 나타나셨다. 선배 형과 둘이서
그 재야 물리학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여 결국은 세미나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수학을 공부하여 자신의 주장을 오해의 소지없이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을 인정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돈을 더
벌어서 물리 전공자를 한두 명 고용하여 그들과 같이 연구를 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아무튼 두 시간 가까운 설득 끝에 그 세미나는 취소되었다.
거기 모여있던 사람들은 한편으론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한편으론 좋은 구경을 
놓쳤다는 아쉬운 생각도 나타냈다.
그러나 Tea time에 그 선배는 오지 않았다. 그 아저씨와 방에 돌아가서
그 둘 만의 대화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아저씨의 입장에선 40년 만에 
얻은 기회인데 이렇게 그냥 돌아설 수는 없지 않은가. 

다시 두 시간이 더 지나고 6시경에 그 선배와 같이 저녁을 먹기로 
되어있어서 그 선배에게 전화를 하고 방에 가보았다. 마침 그 아저씨는
막 떠나려고 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 선배가 전화를 계기로 약속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돌려보내는 것 같았다. 칠판에는 그사이에 있었던 처절한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몇가지 생각나는 것은 이렇다.

         힘 = 력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자연수, 유리수, 무리수, 실수, 복소수,...소인수분해, 최대 공약수,..

         E= m c^2          상대성이론
           ^^^
            질량
            
        F= G m1 m2 /r^2
        
이밖에 달이 지구를 도는 그림, 사각형과 원의 넓이를 계산하는 문제, 
아인시타인의 중력 방정식, 빅뱅 이후 우주의 팽창 그림 (닫힌 우주, 열린 우주)
등이 있었다.

그 형의 말에 의하면 수학을 공부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설득하고 결국
동의를 하게 했다고 한다. (그 아저씨는 원의 넓이도 계산을 못하셨다고 한다.)
수학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그 아저씨는 언제 다시 수학을 공부하느냐며
결국 포기를 해야 하는거냐고 했단다. 아니, 포기하실 필요는 없고 그 이론이
정말 맞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라... 하루에 10분씩이라도 초등학교
산수 책부터 차근차근 공부하면 5년 정도 후에는 고등학교 미적분까지는 하실 수 
있다...그 뒤에 다시 그 이론을 수식으로 명확히 설명하면 그 때 다시 봐드릴
수 있다... 결국 그 아저씨는 그렇게 하겠다고 하시고 돌아가셨다. 시간을
내주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다행히도 이 문제는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길로 해결이 된 듯 하다.
아마도 그 아저씨는 정말 예정대로 1시간 동안 세미나를 했을 때보다는 
훨씬 나은 심리 상태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튼 40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론을 가지고 4시간 가까이 국내 최고 수준의 물리학자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고, 그럼에도 아직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매달릴 
수 있는 힘을 얻었으며 도움도 얻었다. 지난 한 달간 긴장 상태로 세미나를 
준비한 것에 비하면 허탈하고 아쉽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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