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ciEncE ] in KIDS 글 쓴 이(By): hshim (맨땅에헤딩) 날 짜 (Date): 2001년 11월 24일 토요일 오후 03시 32분 10초 제 목(Title): Re: 한의학...^^ 뭐 아웃사이더님의 예도 그렇고, 수천년(?)의 경험이 충분한 검증이 되지 않는 경우도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축적된 경험때문에라도 상당부분 신뢰가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걸 임상실험을 거친 검증결과와 수평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탈리도마이드 thalidomide 얘기를 자꾸 하시는 것 같은데, 그건 현대의학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탈리도마이드가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었다는 것을 단시일 내에 밝혀내고 금지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 과학적 방법론을 치료행위에 도입해야 하는 강력한 근거가 되어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첨언하자면, 탈리도마이드의 한쪽 광학이성질체는 임산부의 구토증을 완화시켜주고, 다른쪽 광학이성질체는 기형아 출산을 유발합니다. 최근에는 암환자등의 구토증 (화학치료 등 후에)을 완화시켜 주기 위해서 약효를 가지는 쪽의 광학이성질체 탈리도마이드를 승인하는 것을 FDA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비슷한 일이 "한약"에 생겼다면, 왜 기형이 생기는 지도 모르고 계속 먹고 있든지 (누군가 경험적으로 알아차릴 때 까지), 아니면 아예 못먹는 약으로 제쳐버리고 말았겠지요. 가령 다크맨님도 수천년의 경험이 있으니까 한의학의 모든 것은 부작용이 없고 옳다고 주장하시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뭐가 잘못되고 뭐를 금지해야 하는지를 "경험"만 가지고 골라내려면 다시 수백년이 흘러야겠죠. 어나니 보드에서 스테어님이 말씀하신대로 한방으로 병을 고치려다가 간 등이 망가져서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환자가 많다고 하지요. 계속 강조하지만, 한의학은 몽땅 틀렸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검증을 거쳐서 사용하자는 것이고, (여기서 의견이 갈리는데) 수천년의 경험은 약을 쓰는 데 있어서 좋은 첫걸음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만 가지고 환자를 치료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위험이 수반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수천년의 경험이 검증이다"라는 것을 국가적으로 인정하게 되면 (지금 한국의 상황이 이렇지요) 어떤 처방에 실제적으로 위험이 존재해도 그것을 반증하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과학적 검증을 하자고 들어도 시스템이 다르니 패러다임이 다르니 하는 소리 하면 되니까요. 결국은, 최선의 길은, 모든 한방을 과학적으로 다시 검증해서 위험한 것은 버리고 (물론 수천년의 경험이 있으니까 이런 건 소수일 겁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무시해선 안되죠) 나머지도 (양방과 마찬가지로) 엄격히 통제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양방도 엄격히 통제되는지는 의문입니다만- 그렇지 않으면 고칠 수 있는 환자를 이상한 약 먹이거나 침으로 고쳐보겠다고 하다가 악화시키고 죽이는 경우가 계속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에이즈를 20년동안 침으로 견뎠다는 얘기도, 그 한 사람 뿐 아닌가요? 만약 그게 입소문이 나서 에이즈 환자가 거기로 몰리게 된다면, 10년 더 살 수 있던 사람들이 1년만에 죽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침술에 제한적인 효험이 있다 해도, 검증과 통제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과학이 다냐, 과학 만능주의다, 하는 분들께 말씀드리자면, 과학적 지식은 당연히 틀릴 수도 있고 미비할 수도 있지만, 과학적 방법론은 보편적이고 최소한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효율적이면서 강력한 도구입니다. 한방에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하자는 건, 패러다임이 다르고 시스템이 다르다면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분들의 생각 속엔 "서양"과학의 안티테제로 "동양"철학이 있다는 의식이 엿보입니다.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한방을 과학으로 설명하라는 얘기가 양방을 기(氣)로 설명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로 말이 안되는 거라는 깜찍한 주장을 하시는 분이 계시던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물질세계를 설명하는 도구로서의 과학이 동양철학과 동일선상에서 비교될 수 있는 시대는 수백년 전에 지났다고 봅니다. 더우기, 시스템과 패러다임 운운 하는 얘기는, 양방과 한방이 다루는 대상이 같음을 (즉, 인체) 인지한다면 더욱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물론 솔리톤님의 말대로, 그러한 (과학적 검증) 과정은 현실적으로 지난하기 때문에, 최소한 당분간은 이렇게 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더 나은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의 부재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저는 더 나은 해답은 "한방의 과학적 검증"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어나니의 논객들이 사이언스 보드는 별로 안좋아하시나보네요. :) V 무슨 그림이냐고요? * \|/ * 바로 맨땅에 헤딩하는 그림입죠. \ O / 왠지 사는게 갑갑하게 느껴질때 ============== 한번씩들 해보시라니깐요. hshim@scripps.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