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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soliton (김_찬주)
날 짜 (Date): 2001년 11월 23일 금요일 오후 03시 11분 27초
제 목(Title): Re: 한의학...^^


이 주제로 처음 글을 쓰는데요... (한)의학은 문외한이고 물리학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지만..  대강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현재의 한의학은 물리학으로 치자면 오랜 기간동안 엄청난 양의 실험 데이타를
쌓아놓기만 하고 설명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는 형편인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명의"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이 쓴 책도 있으며
그 책을 보고 다른 사람이 따라해도 비슷한 치료 효과가 나온다는 면에서
경험적으로 인정되는 점이 많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구요 (이런 점에서
무당의 굿과는 다르죠) 그런 치료의 과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동양 철학에 기반한다는 그 무슨 "설명"이라는
것들은 설명이 아니라고 봅니다.)

결국 과학의 입장에서 보자면 한의학은 과학자들에게 수많은 매력적인 주제를
던져주는 셈이죠. 설명되지 않은 방대한 실험 데이타와 많은 가설들..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하는 것이 현대 과학의 한 과제라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경락과 경혈의 존재가 현대 의학에 의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은
경락과 경혈에 기초한 한의학이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대 의학이 아직 허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침술의 효과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것은
객관적으로 볼 때, 역사적으로나 제 주위의 많은 사람들한테서 들은
경험상으로도 의심할 단계는 지났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떤 다른 분이 (한의학을 깎아 내리려는 목적으로)
얘기했듯이 미국에서도 인정을 했을 정도지요. 그분의 표현을 빌자면 10여년 간
연구한 결과 효과는 있지만 현대 의학의 방법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한의학이 별볼 일 없다는 건데..  여기서 오히려 주목해야 할 점은 효과의
수준이 뭐든 간에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 지를 현대 의학이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제가 의사가 아니라 과학자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물론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한의학을 허용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이죠. 여기에 대한 제 입장은 간단합니다. 현재로서는
지금처럼 허용하는 방법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것이죠. 이거 지금 금지했다가는
우리나라 난리가 날 겁니다. 허용하자 말자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그리고 작용 기전이야 밝혀지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의원에 가서
실제로 병을 고치고 있고 (보통 병원에 가서 효과를 보지 못한 사람들도
일부 있습니다. 이것은 제 주위에서 몇몇 경우를 보아 알고 있죠.
과학자로 훈련받은 제가 보기에 (물론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한의학의 치료
효과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예들..), 과거 우리 조상들이 이런 치료에
의지하여 건강을 지켜왔기 때문에, 이런 긍정적인 효과를 고려하면--부작용과
위험이 있을 것은 틀림없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현재의 시스템이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개인에 따라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만..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빨리 한의학을 체계적으로 검증하여
일부 있을 수도 있는 잘못된 치료법을 가려내고 발전시킬 것인가이고, 
이 점에서 과학은 중요하고 재미있는 연구 주제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다른 분이 언급하신 것처럼 최근에 일부 경혈의 작용이 밝혀진 것은
주목할 만한 진전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은 한의학 연구가 단순히 이런 사실의 검증 뿐 아니라 의학이나 생물학, 
혹은 과학 전체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견해도 
최근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현대 과학의 환원주의를 보완하는 입장에서..
예를 들면 최근 서울대 물리학과에는 "한의학 물리 연구실"이 생겨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http://gmc.snu.ac.kr/~kssoh/lop/publication/oriental.html
           신과학으로서의 한의학 
     http://gmc.snu.ac.kr/~kssoh/lop/publication/dynamic.html 
           한의학 맥진과 비선형 동력학
등을 가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저는 이 연구실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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