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iEncE ] in KIDS 글 쓴 이(By): soliton (김 찬주) 날 짜 (Date): 1999년 7월 14일 수요일 오후 05시 44분 22초 제 목(Title): 안타까운 일..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아는 좋은 학교의 박사과정 학생한테서 e-mail을 받았다. 공대 학생인데 기존 물리 이론을 뒤엎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만유인력, 양자역학, 반도체 이론 등등이 몽땅 틀렸으며 자신의 이론은 기존의 실험과 모순되지 않고 기존의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실험도 다 설명한다는 것이다. 박사과정생이니만큼 논문의 형식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어떻게 나를 알아내고 나한테 e-mail을 보내서 그 논문을 보아달라고 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학생의 말에 의하면 2년이 넘게 연구한 내용이라고 한다. 우선 혼자 보기 아까워서 주위의 친구 몇몇에게 forward를 했다. hwp file 네개가 있으니 크기도 상당하고 spam mail로는 안성마춤이라고나 할까.. 논문을 읽어보니 물론 말이 안된다. 그저 종종 있는 아마추어 재야 과학자의 수준이었는데 거기에 덧붙여 나름대로 자료 수집을 많이 했다는 정도.. 여태까지는 이런 일이 있으면 그냥 '물리학계를 빛내줄(?) 새로운 스타 탄생' 정도로 씩 웃으며 지나가곤 했는데 이 경우는 좀 다르다. 나름대로 자기 전공에서 좋은 일을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런 일을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포기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주절 주절 긴 답장을 보냈다. 부디 생각을 고쳐먹고 미련을 떨쳤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닐 것 같아 찜찜하다. 혹시 그분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보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부디 잘 생각하시길.. 아무튼 물리학이란 것이 어떤 사람들한테는 무언가 떨치기 힘든 매력이 있는 듯하다. 도처에 이런 재야 물리학자들이 있는 것을 보면. 물론 나도 뭐라 할 위치에 있지는 않다. 이놈의 물리를 한답시고 아직 이모양 이꼴인 것을 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