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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soliton (김 찬주)
날 짜 (Date): 2000년 7월 21일 금요일 오후 11시 31분 06초
제 목(Title): Re: soliton님의 글에.

아마도 제가 더 답변을 해야할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와
관련하여 이번 글이 저의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더이상 계속하는
것은 양쪽 모두 같은 말을 반복할 가능성이 큰 것 같아서요. 따라서 님의
이번 글에 대해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답을 드리기보다는 왜 제가 지금의
제 입장을 가지게 되었나를 밝히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 이 문제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이 많이 있을 듯 해서입니다.

전에도 밝혔듯이 우선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아무선 사전 지식이 없이 출발을
했었습니다. 이렇게 거의 무지한 상태에서 "동성애"라는 말과 "동성연애"라는
말을 대하고 판단을 해야 했지요. 맨 처음 떠오른 것은, 당연히 "동성연애"는
"동성애"의 부분집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설명이 필요없이 너무나도 당연한
결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연애"가 "애"의 부분집합인 것은 동성이든 이성이든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sagang님은 "동성애"와 "동성연애"가 똑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고 동성연애라는
말을 "동성+연애"로 구분할 수 없는, "굳어질대로 굳어진 복합어"라고 하십니다만,
(그래서 이미 "(연)애"자체의 의미와는 조금 달라진..) 저처럼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 처음 그 의미를 따져본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처럼 아마도 많은 한국인들이 이전에 동성(연)애가 뭔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겠지요. 많이 접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많이
접해본 사람은 또 그들대로 이견이 있겠죠. 이 보드에서 보듯이..) "동성(연)애"가
"굳어질대로 굳어"져서 거기 들어간 "연애"가 "애"와 완전히 같은 의미라는
sagang님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겁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연애는 애의 부분집합인데 어떻게 동성연애와 동성애가 완전히 같은 뜻이람?"
이라는 쉬운 의문이 생긴다는 거지요. 저의 출발점도 이처럼 아주 소박한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저처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두 단어의 뜻이 다르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고 묻게 됩니다. 그 와중에 제가 스스로에게 물어본 것은
동성의 "연애"가 동성(연)애자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분명히 아니었습니다. 연애라는 구체적인
행위나 그에 준하는 생각 같은 것들은 본질적이라기보다는 어떤 결과물에
불과하다는 거지요. 동성을 선호하는 대여섯 살 먹은 아이에게 "연애"라는 말을
쓸 수 없고 그동안 변변한 애인 하나 있어본 적이 없을 많은 동성애자들을
동성연애자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여자 손 한 번 제대로
잡아본 기억이 없는 저입니다만, 저는 제 자신을 분명히 이성애자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러나 이성연애자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거지요.

그러면 동성간의 "연애"가 아니라 어린 아이부터 연애경험이 없는 어른까지
무엇이 그들을 동성애자로 부를 수 있게 하는가? 어쩌면 선천적으로 (때로는
환경의 영향도 있을 지 모르지만) 동성에 대해 무언가 끌리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저나 다른 이성애자들이 이성에 대해 끌리듯이 말이죠.
이성애자들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더 이성을 의식하고 감정의 변화를 경험했듯이
동성애자들 또한 그런 동등한 경험이 있을 거라는 거죠. 이런 것들은 적어도
제가 가지고 있는 국어감각으로는 아무리 해도 "연애"로 부를 수 없더군요.

sagang님의 주장은 저도 이제 잘 이해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논쟁이 벌어졌던
시점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인해 신조어나 은어로 여기셨던
생각을 지금은 수정하셨다는 것도 이제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전을
옮기시고 난 후에도 여전히 "동성연애"를 더 선호하시는 듯 해서 어떻게 된건가
하고 사실 좀 헷깔리고 있었더랬습니다.] 하지만 "동성애"가 외국어를
번역하면서 사용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말씀은 지금도 잘 이해하기 힘들군요.
"동성애"가 "동성연애"와 완전히 같은 뜻이라면, 번역할 때 왜 잘 쓰고 있던 말을
안쓰고 어렵게 새 말을 지어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거든요. 번역자들이
먹물들이라서 그런 현학적인 태도를 취했을 수는 있지만 말이지요.
아니면, (번역을 위해 정말로 새 말을 지어낸 거라면) 최소한 그 말을 만든
번역자들은 "동성연애"로는 제대로 의미를 번역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가 아닐까 하는 추측이 더 그럴 듯 하겠지요. 즉, 최소한 그들만큼은
"동성애"를 "동성연애"와는 다른 의미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추측이지요. 아마도
그들도 저처럼 동성연애라는 말의 의미가 뭔지 잘 몰랐었나봅니다. 워낙
사소한 부분이라서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그리고, 아마도 이이상 논의를 해봐야 "동성애"와 "동성연애"는 굳어질대로
굳어진 복합어로서 완전히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이라는 sagang님의 주장과
제 주장 간에 더 가까위질 수 있는 여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은
아무래도 개개인이 수십년에 걸쳐서 생활을 하면서 얻은 언어에 대한 감의
미묘한 차이에 근거한 것일 터이니 맞고 틀리고를 따지기는 무의미하지요.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비슷한 감을 가지고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러한
개개인의 해석 차이가 힘을 얻거나 잃거나 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 용어문제는
이쯤해서 이만 논의를 접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저는 수확이 꽤 있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동성애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고, 아마도 그냥 읽기만 했었더라면, 막연히 "동성애"가
신조어나 은어 쯤 되는 모양이다 하고 잘못 생각했을지도 모르지요.
또, "동성애"라는 말을 앞으로 사용하고 권장해야겠다는 생각도 논의 도중에
굳히게 되었고, 제 개인적으로는 앞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동성연애"가
왜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잘못된 용어로 배척받게 되었을까 하는 데 대한
조금의 힌트는 얻었다고 자족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제가 이 논의 도중에 "동성(연)애(자)"를 sagang님의 관점을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하고 혼자서 고민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랬을 때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생기더군요. 앞에서 제가 말씀드린 것과 같이 "연애"가 동성연애자들을
규정하는 본질적인 특징인가... 아니라면, 그냥 동성에 끌리는 경향을 가진다는,
제 생각에는 "연애"보다는 좀 더 그들의 특징을 잘 나타냄직한, 의미를
위해서는 "동성(연)애(자)"라는 용어는 좀 부족한 것이 아닌가... 굳어질대로
굳어진 복합어라서 그런 의미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해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동성연애자"라는 용어에서
  "으응.. 동성연애자? 시커먼 놈들끼리 만나서 그 뭐냐 연애나 하는 그런 자들?"
하는 식의 연상을 하는 대신, 이성보다는 동성에 끌리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더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는 힘든 일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들은 무언가 잘못 만들어진 용어가 아닐까... 누가 보기에도
그런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다른 용어는 없을까... 그리고 그런 용어의
존재가 나같이 게으르고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동성연애자들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지 않을까... 이런 것들이지요. 물론 그들의 권익을
위해 어떤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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