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xLife ] in KIDS 글 쓴 이(By): Gautier (민정이오빠맧) 날 짜 (Date): 1997년09월27일(토) 02시35분59초 ROK 제 목(Title): [수필] 여자의 미소 여자의 미소 오늘은 도로연수 마지막 날이었다.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운전학원을 다녔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서 랩후배가 차로 운전학원까지 데려다 주었다. 암튼, 이제 몸으로 때우는 건 다 마쳤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저녁때라 시내로 가서 저녁식사를 할 요량으로 운전학원 셔틀 버스를 타 고 학교로 오기 전에 먼저 시내로 갔다. 외환은행앞을 지나치다 보니까 내가 좋아하는 튀김만두가 눈에 띄었다. 한 개만 먹자 하고 주머니를 뒤 졌는데 동전이 한 개도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갑을 열어보았 더니 천원짜리는 없고 만원짜리 두장이 있었다. 삼백원짜리 튀김하나 먹 자구 만원짜리를 내면 아저씨가 미워할 거 같아서 일단 저녁식사로 돈을 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밥을 먹 고나면 아무래도 튀김이 맛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아마도 미식가 인가보다. 그래서 나는 다르게 돈을 깨야겠다고 생각했다. 순간 튿어진 내 팬티가 생각났다. 팬티를 사서 돈을 깨기로 했다. 그런데 시내라서 저 렴한 팬티를 사려면 죽도시장까지 가야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큰맘먹고 제임스딘으로 향했다. 여태까지 남들 사줘보기만 했지 정작 내가 사입은 적은 한 번도 없는 제임스딘..... 제임스딘 매장에 들어가니 낯익은 여점원이 있었다. 나는 남자팬티 사러 왔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점원은 나를 남자팬티를 주욱 진열해 놓은 곳으로 안내했다. 참 훌륭한 팬티가 많았다. 그런데 워낙에 종류가 많다보니 다 좋아 보였다. 그래서 이것 저것 골라보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옆에 서 있는 여자점원이 너무 잠잠한 것이었다. 예전에 다른 사람 들 팬티 사러왔을 때는 감놔라 배놔라 말도 잘하더니만 정작 내팬티를 고르고 있으니까 조용했다. 암튼 나는 한참만에 맘에 드는 팬티 하나를 골랐다. 값을 물어보니 만육천원이라고 했다. 그 순간 솔직히 무르고 싶 었지만 꿋꿋하게 표정관리를 했다. 세상에 팬티 하나가 만육천원이라 니.....아마도 금테를 둘렀나보다. 점원은 나에게 싸이즈를 묻더니 창고에 가서 그 디자인에 내 싸이즈인 팬티를 가져와 포장을 하였다. 포장을 하 는 여자 점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오늘은 왜 그리 조용했는 지 궁금해졌다. "저 여기 여러번 왔었는데요..." "알아요..." 기분이 좋았다. 나를 기억하고 있다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은 참 기분좋은 일이다. 나는 은근히 기분이 좋아져 서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예전에 제가 여자팬티 살 때는 옆에서 이렇게 저렇게 코치도 많이 해주시더니 오늘은 왜 그렇게 조용하셨어요?" 점원은 포장을 하던 손을 순간 멈칫하더니 볼이 발그래해져서 말을 이었 다. "여자팬티야 손님이 잘 모르실 거 같아서 그랬지요......" 점원의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참 예뻐보였다. 생각해보니 수줍음을 타 는 여인의 얼굴을 내가 언제 보았던가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점원 은 잠시 멈췄던 손길을 다시 계속 이어가더니 얼굴을 한쪽으로 돌린 채 두손으로 부끄러운 듯이 나에게 포장한 물건을 건네주었다. "다음에 또 올께요...." "예...그러세요. 안녕히 가세요..." 약간 숙인 그녀의 얼굴에 멋쩍은 듯한 미소가 엷게 퍼져가고 있었다. 마 치 황혼이 져가는 들녘에 핀 한송이 장미꽃같았다. 제임스딘을 나와서 식사를 간단히 마친 후 학교로 가는 버스를 타려 고 포항역쪽으로 향했다. 역근처에 있는 24시간 편의점 앞에 서있다가 문득 여기는 학교로 가는 버스가 102번 한 대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 다. 그래서, 300번 버스도 오는 정류장으로 가려고 역주변의 길을 내려가 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지만 여기 포항도 역주변은 사창가가 넓게 자리잡고 있다. 길가에 나와있는 가게도 있었기 때문에 지나가기가 좀 그랬지만 나는 아직은 이른 저녁이니 괜찮겠지 하고 다음 정류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좋아하는 노래를 혼자 흥얼거리며 걸어 가고 있었다. "You're my life.....you're my soul.....이제 그대 모습 볼 수는 없다해 도....내맘 깊은 곳에....내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건....." 그런데, 저 멀리 길가 전봇대에 기대어 혼자 서 있는 여자가 보였다. 짧 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밤이라서 그런 지 하얀색 스타킹을 신은 아 래로 곧게 내리 뻗은 다리가 무척 선정적이었다. '저런 게 핫팻츠란 건가?' 나는 조금 걱정되긴 하였지만 수중에 돈이라곤 달랑 백원짜리 네 개뿐이 라 돈없는 남자는 안 잡겠지하고 다시 유유하게 걷기 시작했다.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유심히 보니까 아직은 소녀티를 못벗은 애띤 얼굴이었다. 아마 이 생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여자같았다. 한 번쯤 잡힐 것은 각오하며 애써 외면하면서 지나갈 찰라 역시나 지나가는 내 팔짱을 두손 으로 붙잡았다. "아저씨 제가 재미있게 해드릴테니까 잠깐 놀다가세요." 생글생글 웃으며 마치 오래전부터 나를 알았던 사람 마냥 친하게 굴었 다. 가까이서 보니까 얼굴도 꽤나 이쁜 편이었다. 아쉬웠다. 돈이 없어 서.....후훗~...방금 한 말은 사실 농담이고 사실은 이런 데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좀 두려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저 수중에 돈이 별로 없어요." "아저씨 우리 안에 들어가서 흥정해봐요." 내 팔목을 잡더니 가게 안으로 잡아끄는데 힘이 엄청났다. 물론 나는 안 끌려가려고 애썼다. 힘이 좀 부친 지 팔목을 잡은 손을 좀 늦추더니 나 에게 애원조로 말했다. "아저씨, 오늘 아직 개시도 못해서 그래요. 아저씨가 개시 좀 해주세 요. 예!" "사실 저 돈이 한푼도 없어요." 차마 사백원밖에 없다는 말은 쪽팔려서 하지 못했다. "신용카드도 받아요. 아저씨...." "카드요?" 사실 신용카드는 가지고 있었다. 마음이 흔들렸다. 사실, 얼굴도 이쁜 여 자가 이렇게 옷도 부실하게 입고서 자기하고 한 번 하자는 데 흔들리지 않을 남자가 세상에 있을까? 있다구? 아마 남자가 아니겠지..... "아저씨 우리 안에 들어가서 얘기해요. 얘기해보구 아저씨가 정 싫다 고 하면 보내드릴께요." 팔목만 잡고 끌더니 이제는 내 허리춤을 붙잡고 당기기 시작했다. "저 카드도 없어요." "정말요?" 아가씨가 실망한 듯 내 허리춤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말했다. 나는 원래 거짓말하는 거 무지하게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사실, 이 아가씨가 카드 들먹이는 순간 이번달 카드 결제 금액이 뇌리를 스쳤고 그것으로 나의 결심이 서게 되었다. 카드빚에 몰리면 유괴범되잖 아...흑흑흑~ "아가씨 미안해요." 내가 왜 미안한 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 말을 하고나서 원래 가던 길 로 몇걸음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아가씨가 팔짱을 낀채 비스듬히 벽에 기대어 서서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원래 가던 방향으로 다시 몇걸음 더 가다가 발길을 다시 그녀에게 로 돌렸다. "실례지만 아가씨 이름이 어떻게 되요?" 그녀는 나의 질문이 의외였던 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음..... 나중에 돈이 좀 생기면 제가 혹시 아가씨 찾아올 지도 모르잖 아요..." 그녀의 얼굴에 알 듯 모를듯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비웃 는 것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세상일에 달관한 듯한 미소같기도 하고 하 여튼 묘한 미소였다. 저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도 세상에 그리 흔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마치 봄바람에 휘날리는 노란 꽃잎같은 미소라 고나 할까? 잠시후, 그녀의 고운 이름이 화창한 봄날 불어오는 하늬바람 처럼 내 귓가에 들렸다. 이로써 그녀와 나는 비긴 것이로구나하는 생각 이 들었다. 백합꽃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녀의 미소를 뒤로 하고 나는 다시금 나의 친숙한 세계를 향해 한걸음 두걸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