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due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purdue ] in KIDS
글 쓴 이(By): Arendt (Hannah)
날 짜 (Date): 2001년 3월 21일 수요일 오후 12시 30분 11초
제 목(Title): 실망안하기


며칠전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이 공연하는 마술피리를 보러갔다.
내가 워낙 좋아해서 거의 외우다시피한 작품이라 직접 공연을 보게되는
기대가 무척컸다. 거기다 저번에본 라트라비아타가 워낙 좋았던터라
이번에도 얼마나 완벽할까하는  생각으로 맘을 설레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공연이 내 기대에
훨씬 못미쳤기 때문이다. 모든 부분이 다 엉망이었던 것은 아니고,
(그대로 메트인데...내가 낸돈이 얼만데...)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나와 유명해진 밤의 여왕이 나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뭐 굉장히 수준높은 관객
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여자가수가 아주 분명하게 음정박자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주 높은 음정에서 화려한 기교를 보여줘야
하는 어려운 아리아긴 하지만 메트에 설정도의 가수가 그렇게 실수(실수인
지 실력미달인지...)를 연발하다니. 첫 고음부에서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한
그녀는 당황한 탓인지 박자를 맞추지 못하고 흔들리다 그다음 고음부에서는
적당히 음을 낮춰불더 나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나중 커튼콜때는 그래도 예의용 박수를 꽤 받았는데 다른 가수들이 받은
열광적인 환호에 비하면  미약한 것이었다. 내 주변에도 박수안치고
완전 외면한 사람들이 상당수였다. 반면 여자 주인공이라할 파미나는 한국인인
홍혜경이 맡았는데 소리도 소리려니와 대단한 연기력으로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크게 기대했던 공연인만큼 실망이 크다. 하긴 누군가 명작 씨디를
너무 많이 듣고 실연을 보면 실망하기 쉽다고 얼마전에 내게 말한적이
있는 만큼 각오했어야하는 일이지만...

요즘은 맘대로 되지 않는 일이 너무 많아서 -오페라는 자질구레한 일에
속한다-기대하기가 두려울 정도다. 어떻게보면 기대한대로 됐을때 오히려
좀 신기함을 느끼거나 불길함을 느낄정도인것 같다. (두려운 행운?)

내가 이런 말을 했더니 다른 사람들은 내가 지금까지 너무 평탄하게
살아와서 지금에야 철이 들고 있는 중이라고도 하던데...

실망을 불러올 기대를 품고 산다는 것은 어쩌면 바보스런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기대없는 하루하루를 살수는 없으니 어쩌랴.

.............................................................

Prosperity always commits suicide; resurrection is born in

depression - Forbes, 15 April 1932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