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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 in KIDS
글 쓴 이(By): Gamja (감자)
날 짜 (Date): 2001년 10월 14일 일요일 오전 03시 29분 44초
제 목(Title): Re: fleaMarket에..


고수를 대표해서 저를 언급하시다니요.. 저는 고수와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 여러분들께서 이곳에 쓰시는 글과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만
제가 글을 쓰거나 사진을 올리기에는 모자란 점이 많아서 가만히 몸을
낮추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보드에 전혀 글을 쓰지 않은건 아닙니다.
위에 보시면 짧으나마 2개의 글이 있을겁니다. :)
 
어쨌건 이왕 글을 시작했으니 어설프나마 제 생각을 한가지라도 담는게
예의겠죠. 요즘 핫이슈가 되고 있는 롤라이와 로모의 차이에 대한 제 생각을
몇마디 쓰겠습니다.
 
우선 밝히자면 저는 롤라이를 쓰고 있습니다. FM2를 주로 쓰면서 롤라이 35s를
보조로 쓰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 롤라이를 사서 아직 3달도 채 되지 않았고,
롤라이로 찍은 필름도 5롤 정도 밖에 안됩니다. 아직 카메라가 손에 완전히
익지 않아서 노출이나 촛점맞추기에 실수를 많이 합니다.
 
제가 알기로 롤라이가 단종된지는 벌써 20여년이 됩니다. 그만큼 구형
카메라입니다. 게다가 크기는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작습니다. 따라서 
롤라이로 찍은 필름도 5롤 정도 밖에 안됩니다. 아직 카메라가 손에 완전히
익지 않아서 노출이나 촛점맞추기에 실수를 많이 합니다.
 
제가 알기로 롤라이가 단종된지는 벌써 20여년이 됩니다. 그만큼 구형
카메라입니다. 게다가 크기는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작습니다. 따라서
분명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위에 어떤분처럼 롤라이를 페라리에
비유하는 것은 저도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분의 의도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100% 기계식 몸체와 함께 감도, 노출,
거리 등을 모두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더 정확히는 '해야 한다는') 점이
많은 분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칼 짜이스 Sonnar렌즈의
색감은 제가 경험한 바로도 '탁월'합니다. 금속제 몸체의 견고함에 특이한, 
하지만 예쁜 외관까지 더해진다면 롤라이는 매우 매력적인 카메라임에
틀림없고, 저 또한 대단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한계는 있습니다.
 
롤라이의 가장 큰 특징인 동시에 사용자를 가장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바로
목측식 촛점조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소형 전자장비가 발달되지 않았던
20여년 전에 포켓 카메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자동카메라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에게는 좀 어색한 일이죠.
이런 방식의 촛점조절은 촛점에만이 아니라 노출에도 문제를 야기시킵니다.
특히 인물사진을 찍을 때 주로 나타나는 2-3m 정도의 거리에서 문제가 매우
심각하죠. 목측식이란건 솔직히 얘기하자면 거리를 대충 어림짐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도에 의지하지 않고는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조리개를 많이 조여야 하죠.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심도는 더 낮아지니까 그만큼
조리개를 더 조여야 하고, 그러자니 느린 셔터속도에 따른 손떨림이 나타나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자면 ISO 400 이상의 고감도 필름을 쓰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노출계를 확인하려면 파인더에서 눈을 떼어야 하므로 종종 
엉뚱한 방향으로 노출을 측정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출계가 카메라의 
윗면에 있기 때문에 노출계를 확인하려면 손을 약간 몸 앞으로 제끼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때 우연히 하늘이 많이 보이는 쪽으로 향하게 된다면 그 
사진은 심한 노출 부족이 되겠죠. 이런 경우를 제가 몇번 겪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심도를 확보한 상태에서 적정, 또는 약간 + 노출이 되었을 때의
선명함과 그 색깔의 깔끔함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로모에 대해서는 주위 사람이 갖고 있는 것을 몇번 본 것과, 웹에서 로모로 
찍은 사진을 본 것이 경험의 전부이므로 제 생각에 편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감안해서 제 글을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윗 글들중에 로모의 렌즈도 칼 짜이스라는 내용이 있었지만, 저는 로모 렌즈의
광학적 성능을 매우 낮게 평가합니다. 흔히 '로모이펙트'라고 부르는 현상은 
주변부 광량저하를 그럴싸하게 바꿔 부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촛점도 거리에 따라서 정확히 맞춰주는 게 아니라 몇개의 범위로 
나누어 손잡이로 조절하는 것을 보고는 매우 실망했던게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장난감같다'는게 첫 느낌이었지요. 하지만 로모로 찍은 사진들, 특히 네온등이
들어간 야경사진들은 정말로 독특한 느낌으로 감성을 자극한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느낌을 저 나름대로 분석해 본 결과는 
이렇습니다. 

"주변부 광량저하는 사진을 오래된 빛바랜 사진처럼 느끼게 하는데 색깔은 아주 
생생하기 때문에 마치 향수어린 추억의 한장면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주변부 광량저하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중앙으로 집중시키는데, 이와
같은 시선집중은 최면을 일으키는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로모의
사진은 보는 사람을 약간 최면에 빠뜨리는 사진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비약이
좀 심한가요...

지금까지 제가 로모에 대해서 안좋게 얘기한 것처럼 보실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치로 평가할 수 있는 기계적인 성능에 대해서는 분명히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모는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로모는 감.성.을 자극하는 사진을 만듭니다. 역설적이
게도 현실적이지 않은 사진을 만든다는 점이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로모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로모그래퍼들은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를 매우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잘 나온 사진은 잘 나온대로, 
흔들리고 희미한 사진은 또 그것대로 모두를 '로모그래프'로 인정하며 당당히 
내보이고 서로 즐거워하는 것 같더군요. 이런 자세를 보면서 취미로, 더 나아가
예술로 사진을 대하는 제 태도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비싸고 귀한 장비로 찍은 
화려한 사진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소박한 제 장비로라도 따뜻하면서 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말이죠.

쓰다보니 무척 길어졌습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추신. 말은 많지만 실력은 보잘 것 없습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제 
홈페이지를 올립니다. '사진모음'과 '2001.10.지리산'을 보시면 제가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충고 기다리겠습니다.
http://leegamja.hiho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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