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photo ] in KIDS
글 쓴 이(By): LinLing (링링)
날 짜 (Date): 2003년 5월  7일 수요일 오후 04시 59분 32초
제 목(Title): 가난한 사람들의 라이카란 놈



비가 와서 그런지 일하기도 싫고..
계속 빈둥빈둥 잡담/도배질 모드네요.  ^^;

"가난한 사람들의 라이카"라는 이명을 얻은 기종은 바로 야시카 일렉트로
시리즈입니다.  이놈은 기본적으로 AF 똑딱이가 아니고 더 이전에 나온
이중상 합치식 수동초점 레인지 파인더인데, 야시논 DX 50mm/f1.7 이라는
황당하게 큰 렌즈를 가진 조리개 우선 자동노출 / 전자식 셔터 기종입니다.

야시카/야시논이라는 이름은 일본말로 "야시마" 에서 나왔습니다.
우리 말로는 "여덟 섬"에 해당하는데 일본 열도가 크게 여덟 개의 섬으로 되어
있다는 거죠.

70년대 당시까지는 라이카와 콘탁스가 초고가형 레인지 파인더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캐논, 야시카, 미놀타, 니콘, 올림푸스 등등 엄청난 수의 일본업체들이
이 명품 브랜드들의 성능을 목표로 죽어라고 따라잡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절 카메라로 유명한 것은 올림푸스 펜 EE (terzeron 님의 장롱표 카메라죠?
아마 우리 집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캐논 QL 시리즈, 미놀타 하이메틱 시리즈, 그리고 야시카 일렉트로가 있었습니다.
다들 라이카/콘탁스에 비해 저렴하지만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고 광학적
성능이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콤플렉스 같은 것이 작동해서
경쟁적으로 대구경 렌즈를 채택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목표 시장은 전혀 달랐지만 캐논 7같은 놈은 50mm/f0.95라는 무시무시한 렌즈를
달고 나오기도 했었고 이놈은 지금도 일반 판매용 카메라 중에서 가장 밝은
렌즈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돈많은 호사가들의 수집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상태 좋은 장식품은 라이카 못지않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야시카 얘기로 돌아와서, 일렉트로 35 시리즈는 미국과 유럽에도
수출되었는데, 그때 히트친 TV 광고의 카피가 이랬답니다.

"$4,500 짜리 라이카 카메라, $150 짜리 야시카 카메라와 함께 하는 카리브해
휴가,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그래서 그 카메라가 전 세계적으로 무지막지하게 많이 팔렸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 저렴하고 성능 좋은 카메라 덕에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겁니다.
캐논 QL이나 미놀타 하이메틱 등등도 뒤지지 않고 잘 팔렸었죠.

그리고 그때 그 카메라들의 주 피사체였던 아이들은 지금 30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어느날에는 장롱표 카메라를 발굴해서 중고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하고, 동호회 모임에 들고 나와서 "이게 찍히긴 찍히나요?" 하기도 하고,
장물 신세가 되어 돌고 돌던 물건들을 황학동 좌판에서 헐값에 사들이는
아마추어 사진사가 되곤 한 것이죠.

이게 제가 알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라이카"의 전모입니다.
재밌는 것은 이런 부류의, 대량 생산한 덕에 희소가치가 전혀 없어서 가격이
매우 저렴하면서도 사진은 희안하게 잘 찍히는 중고 카메라들의 재발견이
미국 유럽 일본 한국을 막론하고 거의 요 몇 년 사이에 붐을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이런 부류의 카메라들 가격이 많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목측식이 아닌 레인지 파인더가 붙은 캐노넷이나 미놀타 하이메틱 등등은 
만만찮은 가격에 거래되곤 합니다.

그런데 야시카 일렉트로 35 시리즈는 황학동에서 아직도 무조건 3만원에
팔더군요.  스폰지도 갈아줘야 하고 밧데리도 구하기 힘들어 비싸지만
쇳덩어리같은 몸체와 f1.7의 대구경 렌즈는 정말 매력덩어리입니다.

한 반년 전이었나..
회사 동료 중 한 명이 이 카메라를 들고 나와서는 밧데리도 넣지 않고 - 원래는
노출계 내장 조리개 우선 EE 셔터입니다만 밧데리 없으면 기계식 비상 셔터로
찍을 수 있습니다 - 뇌출계를 이용해서 조리개만 대충 맞춰서 사진을 찍었는데
깜짝 놀랄만큼 사진이 잘 나오는 겁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놈이냐 그래서 다들 신기해했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까
샵에서 중고품을 5만원에 팔더군요.
그 묘한 초저가 뽐뿌를 견디지 못하고 주말에 황학동 나가서 3만원 주고
야시카 일렉트로 35를 사오는 사람이 하나 둘씩 생기고 있습니다.
저도 누가 새것처럼 번쩍거리는 야시카 일렉트로를 황학동에서 3만원에
발굴해서 들고 오면 엄청 뽐뿌 먹습니다.
3만원에 f1.7 짜리 매력덩어리 수동 초점식 레인지 파인더를 어디 가서
구하겠습니까?  ^^;

---------------------------------------------------

그런데 제 가족을 찍어주는 똑딱이는 "가난한 사람들의 라이카" 신화를
만들어낸 야시카 일렉트로 35가 아닙니다.  그 이후에 야시카가 교세라에
합병되고 칼 짜이스와 제휴하게된 후의 80년데 중반에 나온 AF 똑딱이지요.
이놈은 칼 짜이스 테사 T* 렌즈를 야시카/교세라의 저렴한 몸체에 달고 나와서
인기를 끌었던 야시카 T 시리즈의 중간 조상격입니다.

요즘엔 늘상 들고 다니면서 스냅들을 찍는데 렌즈 코팅도 좀 상했고 AF도 잘
안맞고 해서 좀 빌빌 합니다.  인물사진엔 영 꽝인건 예전부터 불만이었고요.
사람을 찍는데 배경이 더 화려하게 나오는 렌즈라니..

그래서 최근에 사고를 하나 저질렀는데,
디카 사려고 꼬불쳐뒀던 돈을 깨서 야시카 109MP 라는 SLR을 하나 샀습니다.
당연히 중고지요.  렌즈는 여기저기서 yashica 50/2.0, 28-80/3.9-, 135/2.8
들을 사모았는데 바디랑 렌즈랑 다 해서 20만원 조금 넘게 들었습니다.
이놈은 made in china에 대우 수입품이라 더 허접합니다만 어쨌든 현재 목표는
야시카 렌즈들로 내공을 쌓고 돈을 모아서 칼 짜이스 플라나 렌즈들을 사는
것입니다.  저것들을 죄 내다 팔아도 플라나 50/1.4 하나 사지도 못하거든요.

비싼 렌즈가 좋은 사진을 만들어주는게 아니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콘탁스-칼 짜이스 렌즈를 끼울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허접한 야시카
SLR을 구입하는 것을 보면 저의 장비병과 속물 근성도 보통이 아닌듯 합니다.



출사때 만나게 되면 80년대의 플라스틱 덩어리 야시카 카메라들을 보시게
될 것입니다.  ^^;
야시카/교세라 AF 똑딱이와 109MP 라는 야시카-콘탁스 렌즈를 끼울 수 있는 SLR,
이렇게 두 대가 지금 제 장비들입니다.
사실 야시카 일렉트로 35가 참 명물인데 싸다고 이놈까지 집어모았다가는
취미가 야시카 장비 수집 쪽으로 돌아설 것 같아서 참는 중입니다.










......웃기냐?  응?  웃기냐?  응?  퍽퍽퍽퍽!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