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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 in KIDS
글 쓴 이(By): croce (croce)
날 짜 (Date): 2002년 12월 29일 일요일 오전 12시 28분 32초
제 목(Title): Zeiss & Leica


Carl Zeiss 렌즈는 엄밀히 말하면 독일계 렌즈이지만, 색감의 발색이나 대조, 
선예도에서는 영락없이 일본풍의 렌즈에 가깝다. 캐논이나 니콘보다는 조금 
색감이 무겁지만, 레이저로 자른듯이 선명하고 튀어나올 것만 같은 색감과 
날카로운 선들은 사진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낯설게 만드는 힘이 있어 일본풍 
렌즈의 首長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어떤 면에서는 일본인들과
독일인들은 기질이 닮은 점이 많다. 2차 대전때 동맹국이었다는 점도 그런 닮은 
기질이 반영된 일례일 뿐이라 생각한다.) 일본풍 렌즈란 무슨 말인가? 나는 
화사하고, 화려하고, 과장된 색감에 선예도가 비교적 높은 렌즈를 일본풍 렌즈라
고 본다. 캐논 렌즈들이 전형적인 일본 렌즈이다.

라이카의 렌즈는 색감이 진중하면서도 부드럽다. 그것은 마치 진한 초콜릿의 
맛과도 같다. 

라이카 특유의 보케(bokeh, 배경흐려짐)도 부드러운 느낌에 일조하지만 
무엇보다도 선이 지나치게 날카롭지 않은 것이 사진의 주제를 돋보이게 한다. 
보는 순간 느낌feel이 밀려온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오히려 지나치게 선명하고 뚜렷하기 때문에 감동을 주기 어려워져 버리는, 
메커니즘과 느낌의 트레이드-오프가 있는 것일까? 짜이스의 사진들은 보면 좋긴 
하나, 쉽사리 눈이 질려 버린다.

무언가 강력히 어필하려 하지만, 가슴 속에 따스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밀려오질 
않는 것이다.
그건 사진이 비현실적으로 선명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라이카도 독일제이고, 칼짜이스도 독일제인데 왜 이렇게 특성이 다를까? 
이런 차이는 짜이스가 렌즈 그 자체의 기계적인 특성을 극한으로 추구해나갔고, 
라이카는 "자연스러운 색감과 부드러운 느낌"이라는 고유의 컨셉을 나름대로 
추구해나간 결과가 아닌가 한다.

고로 어쩌면 짜이스 애호가들은 사진photography의 다큐멘터리, 기록적 특성을 
더 중요시하는 쪽일 터이고, 라이카 애호가들은 약간 복고풍의 로맨티스트적인 
성향을 갖고 있지 않을까 자문해본다.

Anyway, 부드러움과 칼날같은 느낌의 대조적인 두 렌즈군은 사진찍는 
이들에게는 큰 즐거움임에 틀림없다. 양쪽 다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짜이스의 선예도와 과장된 색감이 가끔 부러울 때가 있다. 
라이카는 자연스러운 반면 조금 심심하니까 말이다. 허나 짜이스의 과장된 
색감의 깔끔한 사진들을 한참 보다보면 조금 질리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인지, 아니면 개인의 취향인지는 모르겠으나, 
라이카의 올드 렌즈들이 요즘 나오는 최신의 짜이스 렌즈들보다 한 수 위인 
듯한 느낌이 자꾸만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디지털 카메라들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와중에도 골동품 기계식 카메라에 자꾸만 손이가는 이유와도 같다. 
CD의 음질이 LP를 못따라가는 것을 귀로 느끼듯 디지탈보다는
필름카메라의 결과물에 눈높이가 맞아 있고, 칼같이 선명하고 차가운 
렌즈보다는 자연스럽고 쉽게 질려버리지 않는 부드러운 올드 렌즈들이 주는 
이미지가 아직은 더 좋은 것이다. 
그러고보면 나 역시 복고풍의 로맨티스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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