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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guest (rollei35s) <210.93.143.94>
날 짜 (Date): 2001년 10월  9일 화요일 오후 04시 11분 07초
제 목(Title): 펌] 이경모옹에 대한 단상


서영식 (sys5508@yahoo.co.kr)  Access : 281 , Lines : 28  
이경모 옹에 대한 단상  
남산 한옥마을의 오후는 악천후였다.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찔끔거렸고 시야는 컴컴했고 바람이 드셌다. 옛 명문가의 고택(古宅)이 
보여주는 우아함도 별 수 없이 을씨년스러울 수 밖에 없는 험한 천기. 

이런 날씨에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더구나 오래된 
클래식카메라를 테스트한다는 것은...
아무리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이럴 때는 잠시 의지를 의심하게 
마련이다.

마음이 쓸쓸해진 우리는 서둘러 장비를 걷어 충무로로 내려왔다. 거기 그 이의 
타계를 알리는 방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원로 사진가 이경모 옹이었다.
               *                                            *

사진기자로 알려진 이 분은 우리같은 카메라 애호가들에게는 카메라 수집가로 
더 기억되는 인물이다. 내가 다가갔던 클래식카메라 곳곳에 그에 관한 일화며 
소문들이 이미 신화의 색깔을 띠고 떠돌고 있을 정도로 일찌감치 카메라 수집에 
일가를 이룬 분이었다.

그가 거둬들인 클래식카메라의 엄청난 양과 퀄리티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경지였으나 직접 대면 한 적 없는 그의 존재는 어느새 카메라 좋아하는 한 
인간으로서 내 기억의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날은 쓸쓸한 일이 많은 
날이었다. 
               *                                              *    

다다음날 황학동 언저리에서 먼지 속에 파묻혀 있던 야시카를 건져들고 오다가 
캐논 쥐쓰리 블랙을 들고 있던 지인을 만나 함께 찾아간 골동카메라샵. 
이곳에서의 화제도 당연히 老카메라컬렉터의 별세였다.

나는 그 이가 그전에 쓴 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것은 그 이가 갖고 
싶어하던 카메라-코닥 밴텀 스페셜-에 대한 내용인데 카메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심정이 절절해서 기억에 남아 있는 글이다.

감회에 젖어 내 말을 듣고 있던 가게주인이 자신의 오랜 단골이던 고인과 
관련된 일화를 하나 공개했다.

"그 양반이 말이오, 나한테 찾아달라는 카메라가 하나 있었는데 결국은 내가 
구해드리지를 못하고 말았어..."
"그게 무슨 카메라였던가요...?"
그 정도의 수집가가 말년에 갖고 싶었던 카메라는 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자기 주민등록번호하고 같은 시리얼넘버를 가진 카메라를 구해 달라시는 
거야..."

우리는 그 말을 듣고 함께 웃었다. 
역시 고수다운 경지의 일면 아닌가. 고인께 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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