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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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t ] in KIDS
글 쓴 이(By): pathos (키다리아찌)
날 짜 (Date): 1999년 5월 31일 월요일 오후 03시 47분 37초
제 목(Title): 송아지의 탄생


pet 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큰 동물... 소.. 송아지..
우리집이 이 소라는 동물이랑 친하게 된 지도... 언...보자.. 음.. 18년째구나..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나로써는 소에 관한한 모든 것이 새로웠다.

꼬맹이 5학년의 서투른 발길질에 도망가는 소들...
커다란 두 눈을 껌뻑이며 그 질긴 짚을 꾹꾹 씹어 먹는 모습들...
운동장에서 놀다가 밥때만 되면 어김없이 자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
후후...
결정적으로 그렇게 많은 변들... 정확히 똥.
하하..

하지만 ... 그 보다... 더.. 신기하고 경외스러운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바로 송아지의 출산..

그날도.. 주말이어서 시내에 있다가 목장엘 갔다..
하루 왠 종일 뛰어 놀다가... 곤히 잠든 새벽..
어머님께서... 대우야... 송아지 나온다.. 일어나봐... 하시는거다..
비록 두 눈은 감겨있었지만... 몸은 총알같이 일어났다.

어미소는 벌써 지쳤는지 거친 솜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미 첫번째 양수가 터진 어미소를 일으켜 세우려고 애쓰고 계셨다.
어머니는 송아지를 꺼내기 위한 밧줄이며.. 깨끗한 헝겁들을 한가득 준비하고
계셨다..
난... 그때... 커다란 두눈에 눈물을 뚝뚝 흘리는 어미소를 쓰다듬어 주며..
소도 눈물을 흘리는구나... 그리고 많이 힘들어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송아지 앞발이 나왔다.
아버지는 밧줄로 매듭을 만들어 송아지 두 앞발에 묵었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나... 옆집 아저씨 2~3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어미소가 힘을 줄 때 모두 같이 잡아 당겨야 한다.
송아지의 머리가 나오면 잠시도 지체없이 한번에...
사실 머리만 나오면 나머진 금방이다.

어미소도 초산.. 아버지도 초보.. 
송아지가... 너무 늦게 나왔는지.. 송아지가 양수를 먹은 듯하다.
눈만 껌벅거리고 숨을 쉬지 않는거다.
아직 혀가 늘어지지 않은 걸 봐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아버지는 송아지를 꺼꾸로 들쳐매고..
어머니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옆집 아저씨는 헝겁으로 입과 코를 닦았다.

잠시후 송아지의 기침소리...
살았다..
고개를 흔들며 발버둥 치는 송아지..
잠시전만해도 목이 쉬도록 고함지르던 어미소도 잠시도 송아지에게 눈을 떼지
안는다.
나는.. 마른 헝겁으로 양수로 뒤덥힌 송아지를 열심히 닦았다..

사실 그 순간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따뜻한 송아지 독방에 옮겨놓은 뒤...
난.... 한동안 ..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같다...

그리고 그 송아지는 자기 새끼 몇을 놓을 때까지 우리집에 있었다..

우리 어머니 말씀..
애기가 나오는 2초정도...
숨이며 심장이며 모든 기관이 멈추는 것같다고..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자식과 자신의 목숨을 교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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