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itary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military ] in KIDS
글 쓴 이(By): doni (+ 도 니 +)
날 짜 (Date): 2002년 3월 23일 토요일 오전 02시 08분 57초
제 목(Title): 유로파이터, 라팔, F-15(꼬물), 수호이-35 


유로파이터, 라팔, F-15(꼬물), 수호이-35 가상전투 결과 


최근 각국의 차세대 전투기 구매현황은 
7월에서 9월로 두 달 연기된 한국공군의 차세대전투기(FX)사업 을 둘러싸고 각 
국의 전방위 로비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美 랜드연구소 가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놓았다. 



‘회색 위협’이라는 제목이 붙은 보고서는 수호이와 가상대결 
을 통해 각 機種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FX사업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EU 사이의 대결이 세계 항공산업의 헤게모니 쟁탈을 위한 
최후일전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문제의 보고서가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부시의 “F-15 사라” 구매 압력에 얼굴 굳어진 DJ 
■ 라팔과 유러파이터는 ‘한 지붕 두 가족’ 
■ 보잉 임원 “라팔 사려면 유러파이터 사라” 
■ 최악의 시나리오- 햇볕정책 지지 얻기 위해 F-15 구매 



2001년 3월7일 미국 워싱턴 DC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1600번지 백악관. 

푸른 색 카펫이 깔린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는 대한민국의 김대중 
대통령 과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간에 한·미정상회담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어제 대한항공 특별기 편으로 7,000마일을 날아간 77세의 김대통령은 
자기보다 20세 이상 연하인 부시 대통령에게 두시간에 걸쳐 자신이 추진하는 
햇볕정책의 당위성과 미국의 협조를 열띤 어조로 설명했다. 

배석했던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외교안보보좌관이 흘낏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정상회담은 벌써 두시간을 넘겨 시계바늘이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동안 김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던 부시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감색 싱글에 빨간 넥타이 차림의 부시 대통령은 “김대통령 각하, 나를 
활용하십시오. 내가 악한 역할을 할 터이니 김대통령이 선한 역할을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 전속 한국어 통역인 동(董)을 통해 이 말을 
전해들은 김대통령 얼굴에 가벼운 웃음이 번졌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기뻐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이어 부시 대통령이 
김대통령에게 던진 말. 
“그런데 우리는 한·미 연합작전의 효율성을 위해 한국 공군이 보잉사의 
F-15를 구매하기를 희망합니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부시의 입에서 F- 15라는 단어가 나오자 김대통령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키는 미국의 F-15 구매 압력 

미국의 대한(對韓) F-15 구매 압력은 강력하다 못해 지독하다. F-15 
홍보담당회사인 CPR(사장 박영길 전 해외공보원장)는 물론이고 보잉이 거느리고 
있는 상·하원의원부터 미국대 사관, 국무장관, 미8군사령부, 미 합중국 
대통령까지 ‘올 코트 프레싱’ 작전을 써가며 한국정부에 F-15 구매 압력을 
가하고 있다. 


몇가지 예를 들면 
“한국이 한·미관계를 고려해 F-15를 구매해 주기를 바란다”(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2000년 11월15일 브루나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한국이 한·미 합동 군사작전의 상호 운용성을 
생각해 F-15를 구매해 주기를 희망한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2월7일 한·미 
정상회담 준비차 워싱턴을 방문한 이정빈 전 외무장관에게), “한국이 F-15를 
구매해 주기를 희망한다”(1월13일 방한한 크리스토퍼 본드 미 상원의원이 
김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국 공군이 F-15를 구매해 달라”(1월 중순 
방한한 리처드 게파트 하원의장 이 김대통령을 면담하면서), “한국은 차세대 
전투기로 F-15를 구매하기를 기대한다”(1월16일 토머스 피커링 전 국무부 
차관이 조성태(趙成台) 국방부 장관과 면담하면서) 등…. 

미국의 F-15 구매 압력은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아널드 
슈워체네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집요하다. 물 위로 드러난 F-15 구매 압력이 이 
정도라면 FX 기종 TJ 선정을 담당하는 공군과 국방부는 말할 것도 없고 
외무부와 청와대는 이보다 훨씬 끈끈한 미국의 F-15구매 로비와 압박, 회유를 
받고 있을 것이다. 


워싱턴의 파상적인 F-15 구매 압력을 맞은 한국사회는 미국에 대한 굴종감과 
주체적인 결정 사이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국은 
4조3,0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물건을 구입하는 
바이어(Buyer)이면서도 정작 세일즈맨인 미국의 PR 공세에 주눅들어 쩔쩔매는 
형국이다. 

우선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외무장관이 FX이슈에 전혀 주체적이지 
않다. 지난 2월 7일 “경향신문”은 1면 머릿기사로 ‘파월 국무 이장관에게 
F-15 구매 압력’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한·미정상회담 사전준비차 미국을 
방문한 이장관에게 파월 국무장관이 F-15 구매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었다. 
파월이 이장관에게 F-15 구매 압력을 넣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장관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F-15 구매 
압력은 없었다.” 이것이 국제무대에서 서울의 얼굴을 대표하는 한국 
외무장관의 위상이다. 즉 한국의 외무장관은 미국으로부터 F-15 구매 압력을 
면전에서 받고도 정작 ‘압력을 받았다’고 말할 자유조차 없는 것이다. 그것도 
‘자존외교, 민족외교’를 잔뜩 주장하면서 외무장관 자리에서 물러난 이정빈 
장관의 경우뿐이랴..... 



엉거주춤한 한국 엘리트들 


국회 또한 FX사업에 대한 총론적 논의만 무성할 뿐 정작 문제의 본질인 선정 
기준과 체계적인 접근은 엉망이다. 지난 4월18일 국회 국방위에서는 FX사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강창성(姜昌成) 의원은 “정부가 10조원대의 무기 
도입 사업을 한꺼번에 강행하는 것은 과욕”이라면서 “전력증강 사업 결정 
시기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정재문(鄭在文) 의원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중기 무기구입 계획에 따르면 34조5,00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 “우선순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장영달(張永達) 의원도 “타당성 시비가 있었던 차세대 공격헬기사업을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가세했다. 같은 당 유삼남(柳三男) 의원도 
“항공우주산업의 발전을 위해 기술도입 생산방식을 채택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집권당을 포함해 그 어느 누구도 그 흔한 국회 소위원회나 청문회를 
구성해 FX사업을 꼼꼼히 분석하고 따져보는 의원은 없었다. 이는 차세대 
전투기사업을 추진하면서 국회 차원은 물론이고 회계 감사원까지 동원해 해당 
전투기 사업의 효율성을 세심히 따지는 영국과 프랑스 국회와 크게 대비되는 
점이다. 



한국 언론도 사정은 비슷하다. 

FX 기종 선정같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총론적인 당위만 앞세우고 구체성이 
부족한 한국 엘리트들의 병폐는 언론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미 
국무장관의 무기 세일즈 발언’(동아일보 사설, 2월20일) ‘전방위 무기로비 
차단해야’(대한매일 사설, 2월23일) ‘무기도입 한점 의혹 없어야’(중앙일보 
사설, 2월22일) ‘무기 구매 투명하고 공정해야’(경향신문 사설, 2월20일) 
‘무기 판매 공정해야’(국민일보 사설, 2월22일) ‘무기 도입 서둘 것 
없다’(세계일보 사설, 4월10일) ‘부당한 무기 구매 통상압력’(한겨례 사설, 
2월20일)…. “동아일보”에서 “한겨레”까지 사설 제목은 달라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결같이 ‘공자님 말씀’이다. FX 기종 선택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라는 주문이다. 


한국 언론의 이런 주장들은 자기기만적이고 위선적인 측면이 있다. 

우리는 100만원대의 냉장고 하나를 사더라도 여러 구매 기준이 있음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즉 용량이 좀 적더라도 AS가 좋은 일류회사 제품을 살 
것인가 아니면 용량 위주로 냉장고를 선택하고 다소 부실한 AS를 감수할 것인가 
하는 법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공정과 투명성’이 아니라 구체적인 구매 
기준이다. 즉, 돈에 상품을 맞출 것인가 아니면 용량 위주로 냉장고를 선택하고 
부실한 AS를 감수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FX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종 선택의 1 순위 기준과 가중치는 무엇인가 
▷전투기의 성능인가 정치적 요인인가 ▷전투기 성능과 기술적 잠재성 중 어느 
것이 중요한가 ▷가격이 중요한가 기술이전이 중요한가 ▷한국의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F-15가 유리한가 유럽제 전투기가 유리한가 ▷향후 우주항공산업은 
독자전략을 추구할 것인가 공동발전전략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눈을 씻고 봐도 FX를 다룬 한국 언론 그 어디에서도 이런 심도 있는 논의와 
분석은 찾아볼 수 없다. 


전투기 성능 평가는 쉽지 않은 문제다. 

전문가들도 헷갈리기 일쑤다. ‘최첨단 기술=우수 전투기’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그 기술의 배후에 놓인 전투 컨셉트와 실용성은 또 다른 문제다. 예컨대 
공중 기동 능력만을 놓고보면 FX사업에 뛰어든 러시아의 수호이(SU-37) 
전투기가 최첨단 전투기일지 모른다. 러시아가 개발한 SU-37은 비행중에 
공중에서 멈춰서는 것은 물론 제 자리에서 360도 공중제비를 하는 코브라, 벨 
(Bell)같은 초고기동(Super Maneuver)이 가능하다. 그러나 유럽의 항공 
엔지니어들은 수호이의 공중제비 기술에 대해 머리를 흔들며 이렇게 말한다. 
“전투기가 비행중에 공중에 멈춰서면 미사일에 격추되기 딱 좋을 
뿐”이라고…. 랜드연구소 평가 



유럽제 전투기, 미제보다 성능 우수 

자신이 제일 강하다고 주장하는 4명의 권투선수 가운데 최강의 선수를 선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서로 싸움을 붙이는 것이다. 나머지 3명을 넉다운시키고 
마지막까지 링에 남는 선수가 최강이다. FX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F-15·유러파이터·라팔·SU37 등 4개 전투기가 서로 최고라고 주장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서로 공중전을 벌여 보는 방법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군사 전문가들도 
시뮬레이션 기법을 동원해 전투기의 전력을 평가한다. 컴퓨터에 특정 전투기의 
성능과 장착 무기 그리고 공중전 상황 등을 일일이 입력한 후 수차례에 걸쳐 
시뮬레이션을 시켜 성능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미 공군이 설립한 싱크탱크인 랜드(RAND)연구소는 
‘회색 위협’(Gray Threat)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랜드연구소의 항공 
전문가인 마크 로렐·대니얼 레이머·마이클 케네디·휴즈 레보 4명의 연구원이 
공동 작성한 이 고서는 러시아의 SU-35를 가상 적기로 설정하고 미국과 유럽이 
개발한 전투기들로 컴퓨터로 공중전 시뮬레이션을 벌인 결과다. 


이 연구는 현대 공중전의 특색에 맞게 가시거리 밖(BVR)에서 미국의 
F-15F·F-16C·F- 18C·F-22와 유럽이 차세대 전투기로 개발한 유러파이터(EF- 
2000), 프랑스의 라팔을 동원해 가상전투를 벌였다. 이 모의 실험은 각각 2대의 
전투기 또는 8대의 전투기가 교전을 벌였을 상황까지 가정한 것이다. 

또 이 시뮬레이션에서는 가상적기인 SU-35가 미 공군이 흔히 사용하는 공대공 
미사일 AMRAAM급 미사일을 장착한 것으로 설정했다. 컴퓨터로 수차례에 걸쳐 
실시된 이 공중전 시뮬레이션의 결과는 0~1.0까지 점수로 표시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이 전투기가 SU-35와의 공중전에서 이길 확률이 높다. 따라서 점수가 
0점이라면 그 전투기가 수호이에 격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점수가 
1점이라면 항상 승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0.5라면 적기와 아군기가 싸워 
손실률이 1:1로, 양쪽의 전투력이 엇비슷함을 의미한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놀라웠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인 F-22였다. 
F-22는 유효점수 0.9로 환산율을 적용할 경우 10:1을 받았다. F-22가 수호이와 
맞붙을 경우 10번에 9번은 수호이를 제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F-22는 
2005년에나 실전배치되는 미래의 전투기다. F-22를 제외하고는 유러파이터가 
가장 우수했다. 유러파이터는 유효점수 0.82, 환산율 4.5:1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유러파이터 가 SU-35에 비해 82%의 승률을 보이는 뛰어난 
전투기임을 입증한다. 

반면 라팔과 F-15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라팔의 점수는 0.5로 
수호이와 맞붙을 경우 겨우 50%의 승률을 보였다. F-15C의 경우 0.43으로 
오히려 수호이의 전력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 공군의 주력기인 
F-16은 0.21로 SU-35와 맞붙으면 형편없이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의 주요 결론만 몇부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유러파이터(EF-2000)는 F-22를 제외하면 모든 전투기보다 우수하다. 
F-22는 유러파이터에 비해 가격은 2배지만 그 성능은 겨우 10% 더 우수할 
뿐이다.’ ‘공중전에서 공대공 미사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러나 유럽이 
생산하는 차세대 미사일은 미 공군이 사용하는 AIM-120 AMRAAM보다 우수하다.’ 
‘전통적으로 전자전 시스템(AVIONICS)은 유럽이 미국보다 뒤처졌다. 그러나 
유러파이터 개발을 계기로 이런 상황은 역전될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전투기 
헤게모니 쟁탈전 ‘EF-2000 및 라팔은 F-16에 비해 분명 우위에 있으며 몇몇 
성능에서 F-15E와 근본적으로 대등하거나 우수하다.’ 

기자는 지난 4월23일부터 유럽 항공업계를 1주일간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이번 
취재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1,0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항공시장을 둘러싼 
유럽과 미국의 한치도 양보없는 헤게모니 쟁탈전이었다. 영화·자동차와 함께 
항공우주산업은 국민소득 1만달러 이상의 선진국이 반드시 확보해야만 하는 
산업기술이다. 따라서 우리의 FX 프로젝트도 단순히 차기 전투기 선정차원에서 
벗어나 한국이 21세기 항공기술의 플러그를 미국과 유럽 어느 쪽에 꼽느냐 하는 
맥락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을 줄곧 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유럽 항공업계는 언감생심 미국에 대항할 꿈도 
꾸지 못했다. 유럽과 미국의 힘의 역학관계를 입증하는 대표적 사건으로 지난 
1975년 발생한 ‘나토 표준기’사건을 꼽을 수 있다. 앤서니 샘슨(Anthoney 
Sampson)의 저서 “무기시장”(Arms Bazar)에 따르면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국가들은 유럽 표준 전투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런 
움직임을 가장 반긴 국가는 프랑스였다. 독자적인 항공산업 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던 프랑스는 이미 다목적 전투기인 미라지 F-1을 개발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싱턴은 제네럴 다이나믹스(GD)의 F-16을 밀었다. 제네럴 다이나믹스는 
F-16선정을 위해 펜타곤과 백악관을 동원했다. 당시 국방장관이던 슐레진저와 
포드 대통령의 입을 빌려 ‘F-16=유럽 안보’라면서 협박을 가한 것이다. 
슐레진저 장관은 유럽을 순방하면서 “만일 미제 전투기를 구입하지 않으면 
미국의 유럽방위 자체가 흐려질 수 있다”고 위협했다. 포드 대통령도 NATO의 
본부가 있는 브뤼셀을 방문, 유럽 정상들의 손목을 비틀었다. 그 결과 유럽 
표준 전투기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힘겨루기는 F-16의 일방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25년뒤 오늘의 유럽 항공업계는 더 이상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우선 민수부문에서도 지난 1972년부터 영·불·독(英佛獨) 합작으로 
에어버스(Air Bus)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유럽은 미국 보잉사가 
장악하고 있던 항공기시장의 절반을 장악한 상태다. 또 군용기 부문에서도 이미 
NATO 표준기인 토네이도(Tornado)를 생산, 운용한 경험을 살려 21세기 차세대 
전투기로 유러파이터를 개발, 미국이 개발중인 F-22와 미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JSF)시장을 차례로 잠식해 나가고 있다. 

현재 급격히 재편되는 유럽 항공업계를 이해하는 핵심 단어는 EADS(European 
Aeronautic Defence and Space Company)다. 지난해 7월 발족한 EADS는 한마디로 
유럽의 그랜드 항공 컨소시엄이다. 그동안 프랑스의 마트라(Aerospatiale Matra 
S.A.) ·스페인의 CASA(Construcciones Aeronauticas S.A.)·독일의 다임러 
크라이슬러(DaimlerChry-sler Aerospace AG) 등 국가별로 군웅할거해온 유럽 
항공업체들이 전격적으로 항공 컨소시엄을 형성해 버린 것이다. 



유러파이터와 라팔은 ‘한 지붕 두 가족’ 

1,2차 대전을 비롯한 수많은 전쟁을 치른 유럽의 항공업계들이 오랜 반목과 
라이벌 의식을 뒤로 하고 선뜻 컨소시엄 형성에 합의한 이유는 ‘미국’과 
‘돈’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 4월25일 독일 뮌헨 교외에 위치한 
맨칭(Manching)에서 EADS 관계자들에게 통합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투자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때문”이었다. 전투기 개발에는 엄청난 자본이 
소요된다. 예컨대 이번 유러파이터 개발에는 150억마르크(약 68억달러)를 
쏟아부었는데 이는 몽골의 국민총생산(GDP)보다 큰 규모다. 

미국의 보잉처럼 엄청난 금융자본을 배경으로 한 회사는 단일업체로도 이 정도 
투자가 가능하지만 유럽의 단일 항공회사로서는 힘에 부치는 투자 액수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컨소시엄을 형성하면 투자 풀(pool)도 쉽고 리스크를 
분산시키기에도 유리하다. 따라서 항공업체들이 EADS라는 항공 컨소시엄을 
형성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흥미로운 사실은 EADS의 설립으로 프랑스 
라팔과 유러파이터가 ‘한 지붕 두 가족’이 됐다는 점이다. 유로파이터측 
설명에 따르면 EADS는 라팔을 생산하는 다소사의 지분을 46%나 확보하고 있다. 




EADS 출범은 한국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FX사업을 추진하는 한국 입장에서도 이 문제는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유럽 항공산업 출범으로 EADS가 졸지에 라팔과 유러파이터라는 두개의 차세대 
전투기 생산 프로그램을 관장하게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개의 전투기종 
가운데 하나가 기우뚱거리는 경우다. 만일 라팔과 유러파이터 중 한 기종이 
예상만큼 팔리지 않을 경우 그 기종은 ‘미운 오리 자식’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주(株主)들로부터 거센 단종(斷種) 압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점은 투자 회수 측면에서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항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러파이터(150억마르크)나 라팔처럼 엄청난 개발 
투자비(1,500억프랑)가 드는 프로젝트를 유지하려면 최소한 300대 이상을 
팔아야 전투기 생산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유러파이터는 
유리하다. 처음부터 NATO의 차세대 전투기로 개발된 덕분에 회원국들인 
영국(232대)·독일(180)·스페인(87)·이탈리아(121) 등으로부터 모두 
620대(확실 주문:firm order)+90대(옵션)의 물량을 선주문받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반면 물량면에서 라팔은 열세다. 1,500 억프랑을 투입해 라팔을 개발한 
다소항공회사는 프랑스 국방부의 수요가 200대가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업계 소식통들은 실제 주문량은 이보다 훨씬 적다고 말한다. 

항공 전문 잡지인 “에비에이션 투데이”(Aviation Today)에 따르면 프랑스 
공군(확실주문 24, 옵션 12). 해군(확실주문 17, 옵션8)의 옵션 주문까지 쳐도 
61대에 불과하다. 프랑스 공군과 해군의 소량 주문은 라팔 생산라인으로 하여금 
굼벵이 걸음을 걷게 만들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04년에 가더라도 라팔의 
생산 물량이 연간 16대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이 라팔을 구매할 경우 플러스와 
마이너스 측면이 모두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즉 프랑스는 라팔 생산 프로그램 유지를 위해 한국에 필사적으로 기술이전을 
약속할 공산이 크다. 동시에 이는 라팔을 선정할 경우 한국이 두고두고 
납기(納期)와 가격 상승으로 골치 아플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생산 물량을 놓고 보면 F-15는 더욱 할 말이 없다. 



지난 1976년 설계되고 88년부터 생산된 F-15는 
이번에 한국이 구매하지 않을 경우 세인트 루이스에 있는 F-15 생산라인을 
중단해야만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영자문기관인 틸 그룹은 지난해 
3월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보잉사가 F-15K로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사업을 수주하지 못한다면, 지금은 전세계 전투기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지만 2009년에는 이 기종의 생산중단 및 감축으로 무기시장 
점유율이 16%대로 하강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컴퓨터도 그렇지만 요즘같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술 혁명 시대에는 
업그레이드가 안되면 기계는 하루 아침에 고물이 된다. 전투기도 마찬가지다. 
엔진같은 하드웨어는 좀 사정이 낫지만 레이더, 전자전, 화력통제장치 등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없는 전투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F-15는 
한국에 제공하는 F-15K가 마지막 버전이다. 


한국 공군에 30년간 몸담아온 한 예비역 공군 대령은 
“정치인들의 잘못된 결정으로 유럽의 젊은 공군들이 4세대 디지털 전투기인 
유러파이터나 라팔을 몰고 다닐 때 우리 후배들이 아날로그 전투기인 F-15를 
몰고 다니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인터뷰 : 앤디 루이스 EFI 수석 부사장 “한국 5번째 파트너로 유러파이터 
생산참여 가능” 

유러파이터 해외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EFI(EURO Fighter International)의 
앤디 루이스 수석부사장 집안은 3대에 걸쳐 항공산업에 종사하는 집안이다. 
그의 아버지는 항공기 엔진 생산업체인 롤스로이스사에 근무했으며 그 역시 
영국 항공업계의 간판스타인 BAe에서 잔뼈가 굵었다. 또 그의 딸 역시 
항공회사에 근무중이다. 큼지막한 코에 자신만만한 태도의 이 전형적인 
영국인에게 한국이 왜 유러파이터를 사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들어봤다. 


― 미국은 한국이 유러파이터나 라팔같은 유럽제 기종을 구입하면 한·미 
연합작전은 물론 기존 무기와 호환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말도 안되는 얘기다. 라팔은 몰라도 유러파이터는 처음부터 
나토(NATO)표준기로 제작된 것이다. 기존의 어떤 미국 무기체계와도 호환성이 
있다. 또 유러파이터의 무기 호환성은 F-15보다 훨씬 넓다. F-15는 미제 무기만 
사용할 수 있지만 유러파이터는 미제 무기는 물론 
영국·독일·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의 어떤 무기체계와도 호환성이 
있다. 정작 호환성이 부족한 것은 F-15다.” 


― F-15 와 비교할 때 유러파이터의 성장 잠재성은? 

"F-15는 곧 과거 의 비행기가 될 것이며 미국에서조차 향후 10~15년 내에 
사라질 것이다. 이미 지난 30년간 써먹은 F-15에 무슨 성장 가능성이 있겠는가. 
한국이 구매하지 않을 경우 F-15 공장은 곧 문을 닫을 것이다. 그러나 
유러파이터는 다르다. 우리는 처음부터 유러파이터가 향후 40년 이상 NATO가 
사용하게끔 설계했다. 예컨대 유러파이터의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100%, 그리고 
하드웨어 부문은 30% 이상 여유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 유러파이터가 가격은? “ 

우리는 한국에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할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비행기의 경우 대당가격보다 비행기 운영에 드는 수명주기비용(Life Cycle 
Cost)이 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다. 통상 전투기를 30년간 운영하면 운용비용이 대당 구매가의 3배 가량 
소요된다. 정비, 부품 조달, 연료, 교육 등의 부대비용이 훨씬 비싸게 든다는 
얘기다. 유러파이터는 아예 설계단계부터 이같은 코스트 개념이 반영된 아주 
경제적인 전투기다. 유러파이터의 수명주기비용은 F-16을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싸게 먹힌다. F-15의 경우 오래되고 생산량이 줄어들수록 가격이 올라갈 
것이다.” 


― 유러파이터가 620대나 주문 물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라팔이나 F-15에 
비해 기술 이전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있다. 

“오해다. 만일 서울이 유러파이터를 선정한다면 한국은 유러파이터를 생산하는 
4개 회사에 이어 동등한 자격으로 5번째 파트너로 유러파이터 생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또 한국이 원한다면 유러파이터 조립라인도 가질 수 있다. 
유러파이터 생산 물량은 엄청나다. 우리는 이미 620대의 주문 외에 90대의 옵션 
생산은 물론이고 장차 1,000억 규모의 세 
계 군용기시장을 50% 이상 차지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라팔은 주문 
물량이 고작 40~50대에 불과하다. 생산 프로그램 자체가 취약하다. 

한국의 F-15 면허생산도 기술이전에는 도움이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부속품을 들여다 전투기를 조립하는 것은 진정한 기술이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도 과거 미국에서 부속품을 들여다 면허생산을 해봤지만 진정으로 우리가 
항공기술을 익힌 것은 1970년대 시작된 에어버스 시리즈를 통해서였다. 한국이 
항공산업을 일으키려면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마케팅이 보장되지 않는 항공산업은 절름발이 항공기술일 뿐이다. 


― 서울 일각에서는 전통적인 한·미 우호관계라는 정치적 측면을 고려해 
F-15를 구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흔히 정치적 측면에 대해서 얘기할 이 요소가 고려되어서는 안된다 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러나 무기 도입 때는 정치적 요소도 가격이나 기술이전 등과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볼 때 정치적 측면에서도 한국이 
유러파이터를 구입하는 것이 이득이다. 유럽도 한국의 우방이다. 만일 한국이 
유러파이터를 구매한다면 한국이 NATO 10여개국 전체와 향후 30년 이상에 걸쳐 
자연스럽고도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한국에 줄 정치적 이득을 
고려한다면 이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 한국이 구매 안 하면 F-15 라인 중단 위기" 

주목할 점은 지금까지 미군기를 주력기로 선정하던 국가들이 차세대 전투기로 
속속 유러파이터를 선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3월 그리스 공군은 한국과 
비슷한 차세대 전투기사업을 추진했다. 그리스판 FX 경쟁에 뛰어든 기종은 
미국의 F-16과 F- 18, 프랑스의 라팔과 미라지, 유러파이터였다. 결과는 
유러파이터의 승리였다. 

그리스는 2005년부터 유러파이터를 60+30(옵션) 방식으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노르웨이도 최근 진행된 차세대 전투기사업에서 미국의 F-16을 물리치고 
유러파이터를 20 대 이상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흥미로운 점은 보잉측 관계자들이 유러파이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전직 F-15 조종사 출신인 한 보잉사 임원은 “만일 한국이 유럽제 전투기를 
산다면 라팔보다 유러파이터를 구입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사 
기술적 측면에서 라팔과 유러파이터의 성능이 엇비슷하다고 할지라도 
생산물량이 충분하고 가격도 유리한 유러파이터를 사라는 얘기다. 

유럽 취재 도중 가장 흐뭇해 했던 것은 유럽 항공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한국 
공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10여명의 영관급 장교들로 
이뤄진 한국 공군의 시험평가팀(단장 신보현 준장)은 지난 연말부터 유럽을 
돌면서 유러파이터와 라팔을 평가했는데, 이들을 지켜본 유럽 항공인들은 
한결같이 한국군 장교들의 실력과 자세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뮌헨에서 만난 유러파이터의 한 관계자는 “여러 국가의 공군을 대해 봤지만 
한국 공군처럼 철저하고 책임의식이 강한 장교들은 못봤다”고 말했다. 또 
유럽인들은 우리 공군의 직업윤리도 높이 사고 있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만난 
한 유러파이터 담당자는 “평가작업이 끝난 후 우리가 저녁식사를 대접하려 
했는데 정중하게 거절하더라”며 ‘대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짐작컨대 소령, 중령들로 이뤄진 공군 장교들이 그야말로 공군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해 공정하게 평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 든든했다. 문제는 
한국 공군의 소령, 중령이 아니라 이들이 심혈을 기울여 평가한 내용이 
의사결정 피라미드의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서울 외교가는 벌써부터 ‘한국=F-15’ 결정을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일설에는 DJ의 조기 방미를 위해 한국이 미국 제1의 군수업체인 보잉사의 
신세를 졌다는 주장도 있다. 또 김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F-15 카드를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한국사회도 이제 미신(迷信)에서 깨어날 때가 된 것같다. 

문제는 F- 15 구매 로비를 벌이는 미국이 아니라 구체적인 구매 기준이 없는 
한국 엘리트들의 전근대적인 의사결정 구조일 따름이다. 또 지난 몇달간 FX를 
취재해온 기자의 감(感)에 따르면 ‘유럽제 전투기=한·미관계 불화’는 너무 
걱정 안해도 좋을 것 같다. 

우선 최근 미국의 F-16 전투기 대신 차세대 전투기로 유러파이터를 선정한 
노르웨이나 그리스의 안보가 약해졌거나 미국과의 외교관계가 악화됐다는 
얘기는 전혀 없다. 또 4조3,000억원 상당의 FX사업에서 F-15가 실패하더라도 
보잉은 만회할 방법이 있다. 

현재 한국 육군은 
2조1,000억원 상당의 차세대 대형 공격 헬기(AH-X)사업을 추진중인데 보잉의 
군용 헬리콥터 채택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자가 만나본 보잉의 임직원들은 그렇게 쩨쩨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최근 기자는 보잉의 고위 임원을 만나 “만일 한국 공군이 F-15를 
선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짓궂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러자 그 
임원은 “만일 한국이 F-15가 아닌 다른 기종을 선택한다면 보잉은 한국 정부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기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brent1@joongang.co.kr) 


                         ------ From now on, your life will be
                                a series of small triumph, small failure
                                as it is life of all of us....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