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ilitary ] in KIDS 글 쓴 이(By): chess (채승병) 날 짜 (Date): 1998년 12월 7일 월요일 오후 05시 09분 16초 제 목(Title): [답변] 레판토 해전 당시의 대포사용 레판토 해전 당시에 해전에서의 대포 사용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전통적인 유럽에서의 해전의 방식은 양측이 배를 갖다붙이고서 일제히 뛰어 넘어가서 함상에서 양측이 격투를 벌이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투 양식에 변 화를 준것이 바로 대포의 등장이지요. 대포가 등장하면서 접촉을 하기 전에 도 멀리서 적을 어느정도 제압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당시 대포의 화력의 한계입니다. 당시 대포들은 컬버린포, 캐넌포, 구포(臼砲) 등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16세기 무렵에 유럽의 선진 함선들에는 캐넌포들과 컬버린포들이 주력으로 현측에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이중 캐넌포들은 대략 50 파운드 전후의 포탄을 발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죠. 컬버린포들은 구경비가 크기 때문에 사정거리가 보다 길었으나 포탄의 무게 는 더 작을 수밖에 없었고요. 이들이 쏘던 포탄은 쉽게 말하면 그냥 통짜 쇳덩어리입니다. 요즘 포탄처럼 파열식이 아니기에 포탄이 선체에 명중하더라도 맞은 부분에 구멍이 뚫리는 것이지 선체에 결정적인 화재를 유도하거나 심각한 파괴 효과를 일으키는게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당시 공성전에서 많이 쓰이던 것과 같이 선체 를 성벽으로 생각하고 깨뜨리는 원리였습니다. (당시에도 내폭식 포탄이 개발되긴 했지만 정교하지 못해 종종 포신 내에서 터져버리는 사고가 발생해 구포용으로만 주로 쓰였습니다.) 그러다보니 포탄을 엄청나게 퍼부어대도 포격만으로 적함을 침몰시킨다는건 매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물론 두들겨맞은 쪽 함선이야 엉망진창이 될테지 만 그래도 어쨌든 항해해서 돌아갈 수준은 유지하는게 다반사였죠. 이것을 극명히 알 수 있는게 바로 스페인 아르마다와 드레이크의 영국해군의 격돌 이었는데, 영국의 컬버린포들이 장거리에서 아르마다의 갤리온선들을 두들 겼어도 전투중에 격침된 스페인 함선들은 한손으로 꼽을 수준입니다. 결국 완전하게 승부를 내려면 양측이 바짝 붙어서 적선에 불을 지르던 지친 적함 갑판으로 넘어가서 도륙하던, 접근전이 어느정도 필수적일 수밖에 없 던 당시였습니다. 그리고 또 레판토 해전 경우는, 장사정의 컬버린포를 쓰는 전술보다 단사정 의 육중한 포탄을 날리는 캐넌포가 주력일 당시에 벌어진 싸움입니다. 캐넌 포는 사정의 한계가 있기에 실제 교전이 가능하려면 굉장히 가깝게 붙어야 했으며, 결과적으로 양 함대가 거리를 두고 포격전으로 끝낼 수 없고 역시 필연적으로 격투전으로 이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페인 아르마다와 드레이크의 영국함대 간의 전투에서는 영국측이 격투전 이 불리함을 알고 계속 거리를 두며 컬버린포로 승부를 내고 일찌감치 내 빼어서 그렇게 된거죠.) 다시말하면 당시 대형 갤리온선들은 굉장히 많은 대포를 장착하고 사용하고 는 했지만, 단사정 캐넌포를 선호하던 사상과 대포의 위력부족 문제로 시오 노 나나미 책에서 보신듯한 전투양상이 벌어진 것입니다. 또, 질문하신 분께서는 백년전쟁 말기 대포사용을 언급해주셨는데요, 제가 판단하기로는 까스띠용 전투에서 프랑스군이 대규모 컬버린포 부대를 활용 하여 장궁대가 주축인 영국군을 격파한 것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건 뭐냐면, 백년전쟁 초기에 크레시 전투 등에서 영국의 장궁(longbow) 부대에 게 아작이 난 이후 절치부심한 프랑스군의 보복전술의 결정판입니다. 장궁 이 비교적 원거리(150~250미터)에서 프랑스군 기사대를 요격할 수 있었기에, 프랑스군은 장사정 컬버린포로 영국군 장궁대의 전열을 흐뜨리는 사이에 고 속 승마 기사대가 접근하여 휩쓸어버리는 전술로 대응한거죠. 그런데 아이러니컬한 것은 이러한 육상전에서 나온 기병-포병의 연합전술의 원시적 형태가 막상 프랑스, 스페인 등 해상강국의 전술에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대형 갤리온선을 운용하는 이들은 구경이 크고 보다 무거운 포탄을 날릴 수 있는 대포 탑재에 주력했지, 장거리에서 적을 요격한다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았고.... 결국에 거꾸로 영국군에게 당하고 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