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oveNfriendship ] in KIDS 글 쓴 이(By): ligeti (김 진우 ) 날 짜 (Date): 1994년06월25일(토) 14시11분41초 KDT 제 목(Title): 동성동본과 유전병 \ 동성동본간에 결혼을 금하는 것은 모든 인류에 공통된 '근친상간의 금기(incest taboo)'의 변형된 형태입니다. 근친상간을 금하는 이유로 가장 흔하게 나오는 게 바로 이 유전병 문제죠. 유전적으로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는 열성유전자의 결합(?? 제가 이 쪽 전공이 아니라 적당한 용어를 모르겠군요..)으로 유전적인 질환을 앓거나 불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이건 사실입니다만, 동성동본간의 금혼은 유전적인 문제로 정당화 될수 없습니다. 제가 작년에 인류학개론이라는 교양과목을 들었는데, 그 때 교수님이 재밌는 걸 하나 얘기해 주시더군요. 경북 안동지역에는 그 일대 몇몇 양반 가문 사이에 '혼반'이라는 게 있답니다. 그러니까 한 여덟개 정도의 가문이 여자를 시집보낼 때 특정한 가문에게로만 보내는 거지요. 예를 들면 안동 김씨 집안의 처녀는 안동 권씨에게만 시집을 가고, 다시 안동 권씨 집안 규수는 다른 성씨에게 가는데 이게 무한히 가는게 아니라 하나의 루프(loop)를 이룹니다. 그렇게 수십대를 내려오면 그 집안들은 유전적으로 하나의 고립된 집단이 되겠지요. 하지만 이들 집안에서 불구자가 많이 나왔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들 가문 사이의 결혼이 유전적인 면만 살피면 동성동본간의 결혼보다 나을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도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만큼 같은 성씨가 흔한 나라도 세상에 없습니다. 김해김씨만 해도 약 400만이나 된다는군요. 게다가 김씨, 이씨 등 몇몇 성씨가 많아진게 다 조선후기이후 양반신분을 돈주고 사는 일이 흔했기 때문이라는 걸 생가해보면, 동성동본간에 결혼을 금지하는 법률규정은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인습을 강제로 지키게하려는 악법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런 것에 집착하는 구세대가 많고 이 조항을 폐지하는 것에 대해 유림들은 목숨걸고 반대합니다. 우리사회가 언제나 정말로 민주화될지 걱정입니다. 동성동본인데 서로 사랑하고 계시는 분들, 십촌 이내의 가까운 친척이 아니라면 유전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하실게 없습니다. 법률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위에 어느분이 친절하시게도 좋은 방법을 가르쳐 주셨군요. 언젠가는 동성동본금혼 조항이 없어지겠죠. 하루라도 빨리 폐지되어야겠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