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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Holosugi (하얀자전거� )
날 짜 (Date): 1995년07월04일(화) 01시35분04초 KDT
제 목(Title): 몽당연필로 그린 사랑........


하이텔에서 퍼올린 글인데요 제가 키즈에 들어온지 얼마안되서

퍼올린 글을 어디에다 올리는지 몰라서 여기다 올립니다.....

내용도 괜찮구요. 이글은 사랑하는 사람과 죽음으로서 헤어지는

슬픔을 색연필과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잘 표현하고 있답니다..

결코 읽고나서 화면이 흐려지기보다는 격려의 조그만 미소를 띄울수 있는 글이

아닌가 합니다....



 김희중   (Dreamy  )
[H.J] 몽당 색연필로 그린 사랑....            06/13 17:32   164 line



나에겐 버릇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종아리나 허벅지에
통화 내용을 낙서 하듯이 적어대거나
통화를 하면서 전화기 옆 메모지나 내 다리에
그림을 쓰윽~쓰윽~ 그리는 버릇이고
(....언제나 통화를 끝내고나서야 내가 내 다리에
          낙서를 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 한가지 버릇은 거리에서 누굴 기다리거나 버스를 기다릴때,
통신을 할때 내 볼 한쪽을 툭툭 쳐대는 버릇이다


1..........

국민학교때부터 난 그림 잘 그린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림 잘 그린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미술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왜냐하면 내가 잘 그리는 그림은
화랑에 전시되어있는 그런 고상한 그림이 아닌 동네 만화방에 가면
싼 값에 빌려 볼 수 있는 그런 만화그림이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난 그때부터 색연필을 사서 모으기 시작했다
그걸 가지고 공부하는데 쓰기 보다는 그림을 그리는데 더 많이 썼다
몽당색연필이 될때 쯤에 내가 돈이 없으면 친구들이 사 주기도 했다
하지만 풍요치 못했던 내 주머니 사정으로
정말로 가지고 싶었던 색연필은 너무 비싸서 한번도 사 보지 못했다

2..........

한 남자를 알았다...
그와의 첫 만남을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가 날 먼저 봤다...
그리고....날 보자마자 그는 내 빰을 후려쳤다
그 상황에서는 너무나 기가 막혔던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저...우습고...미소 짓게 하고..
한편으론....가슴 아프기 까지 한 추억이다
우리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어느날...
내 일기장을 그가 우연히 읽게 되었고
그 일로 우린 대판 싸웠다....아니..나 혼자 화내고 따지고 다했다
내 일기장에는 그에 대한 글들만 있었는데
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이었던 난 그것이 너무 창피했었다

몇주를 그 없이 보냈다
이미 그에 대한 화가 조금 풀렸는데도 그 노무 자존심이 뭔지...

그에게 먼저 전화가 와서 난 못 이기는 척 ....만났다
그는 내 앞에 납작하고 넓다랗게 포장된 물건을 내 놓았다
그때가 화이트 데이 였기에 난 그저 '초코렛이려니...'
시큰둥하게 포장을 풀렀는데 ...
그 속엔 내가 그동안 가지고 싶어도 너무 비싸 눈길만 줬었던
예쁜 모양의 수십가지 색의 색연필이 들어있었다.....예쓰!

-푸...여기까지 나와서도 돌 씹은 얼굴을 하고 있더니
 이제야 얼굴 표정이 바뀌는구나 ......
 나보다 그 색연필이 더 좋단 말이지...?

-아니...그게 아니라....
 근데...내가 색연필 좋아하는거 어떻게 알았어?

-전에............................아니야....

-말해봐 오빠....어떻게 알았는데....?

-이거 말하면....또 화 내는거 아니지?

-으응....

-전에...네 일기장 봤더니 완전히 개판이드만...후훗.....
 글씨보다 그림이 더 많더라..
 일기장에 일기는 안 쓰고 왠 그림을 그렇게 그려놨어?
 너 생각나서...삼촌이 외국 출장 가신다고 하시길래 부탁했지

-..........

-일기는 안 보고 그림만 봤다......

그는 내가 묻지도 않은 대답을 했고 믿어달라는 눈으로 날 쳐다봤다
날 안심시키려는 표정이 역력했기에 그가 내 일기를 읽은 줄 알았다
하지만...그의 표정이 어찌나 귀엽고 아이 같던지....
난 색연필 선물에....그의 표정에.....그 앞에서 다시 웃었다

나의 색연필 모으기는 여기서 끝이났다
나 대신 그가 색연필을 사서 모으기 시작했고
그 모은 색연필을 날 잡아서 한꺼번에 나에게 안겨줬기 때문이다
단...그와 함께 보낸 일들을 그때그때 일기형식으로
그림으로 그려달라는 조건과 함께...

3..........

내 그림속에는 언제나 못 생긴 나와 개구장이 인 듯한 그가 등장한다
미술 쪽에는 워낙 재주가 없기에 내가 그린 그림은 그와 나를 닮지 않았다
닮게 그릴려고 애 쓰지도 않았고 어느 특징만을 살려 익살스럽게 그리는걸
그도 ......나도....더 좋아했다
우리와 닮지 않은 그림 속의 두 주인공을 보면서도
우리가 함께한 추억이 떠 오르는 건...
그것은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는 커다란 즐거움이었고 행복이었다...

4..........

내가 그린 그림이 수백장을 넘을 때쯤...그에게 사고가 있었다
그 결과로 ....나에게 남은 건...
웃음이 예뻣던 그 대신....그의 일기장과 미처 나에게 전해주지 못한
몇십가지 색연필과 내가 그려서 그에게 준 그림이 전부였다
난...책상 서랍에 색연필을 집어넣어 서랍을 잠궈버리고는
열쇠를 땅속에 묻어버렸다....
다신 이따위 그림..그리지 않겠다는 결심과 함께..

우연히 산디과에 다니는 친구를 따라 화방에 갔다
미제 색연필이 유난히 부드럽게 써지는것이 ...맘에 들었다

-돈이 좀 남았다
 너 색연필 몇개 사 줄 수 있는 돈은 되겠는데...?

그에 대해 알고 있던 친구놈이 물었다....내 눈치를 보면서...

-여기 있는 색 다 사줄 수 있으면 사주고...
 몇가지 색만 사 줄려면 됐어............

괜히 심통이 나서 친구에게 삐쭉 거렸다
그 놈은 자신이 사려고 했던 물건을
도로 제자리에 갖다 놓으면서 사고 싶은거 다아 사라고 했다
괜히 엄한 친구에게 심통 부렸다가 그놈 뜯어 말리느라고 혼났다...

5...........

고아원서 환경정리를 한다고 하길래 원장님을 돕는다며
유리창 그림이랑...게시판 그림이랑 그렸다
흐뭇해 하시며 칭찬 하시는 원장님 말씀에
꼬마들이 종이를 들고 따라 다녀서 남아있는 색연필로 그림을 그려줬다...
얼마전에 근처 대학교 학생들과 가졌던 족구시합 모습을..
대충 끄적끄적 그린 그림을 들고 다니며 자랑...자랑...
어린아이들이 웃는다...아무것도 아닌걸 가지고...아이들이 웃는다..
어린애 답지 않게 잘 안 웃어서 정이 안 가던 현진이까지.....
...........

땅 속에 묻어두었던 열쇠를 찾느라 한참을 버벅거렸다
그리고...서랍을 열었다
그가 사준 색연필은 내가 서랍에 처박아 넣을 때 모습 그대로 였다...
짤막하고.....나무를 깍은 곳이 손때가 묻어 거무죽죽한 모습으로...
그리고...보지 않아 알지 못하는 그의 마지막 모습을
몽당 색연필로 일기장에 ...마지막으로......마지막으로....그려넣었다
하나님 품에 웃으며 안기는 그와...그를 보며 환하게 웃는 나를...

그에 대한 마지막 그림이었다....
하지만...결코 그를 잊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에 대한 마지막 그림이었다....
하지만...결코 그를 잊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에 대한 그림은...종이가 아닌...가슴에 그리기로 했다
내가 죽어 그를 만나러 갈때....너무 행복한 마음에
종이에 그린 그림을 가져가지 않아서 안타까워 하는 일이 없도록...
잃어버릴 염려가 없는 가슴에 그리기로 했다

이제 다시 색연필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사랑하는 그를 위해서 그렸던 그림을
이젠...사랑하는 나의 작은 천사들을 위해서 그리기로 했다

나에게 있어......색연필은 사랑이다


                                     아이사랑!    언제나......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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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해안 일주를 마친 하얀 자전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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