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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eNfriendship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5년06월18일(일) 23시35분35초 KDT
제 목(Title): 연상작용.



난 사귀던 여자에게서 정말로 마음을 떼어 놓고 헤어지게 되면 한가지 버릇을
드러낸다. 집으로 오는 지하철을 내렸을 때 지하철이 가는 방향을 따라 걷는 
것이다. 

지하철을 내려서 전철이 가는 방향을 따라 걸으면 기차가 쇄엑~~ 하고 내 옆을 
스치다가 뒷모습을 보이게 되고 종국에는 플랫폼을 벗어나 어두운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면..... 오래 전에 그와 똑 같았던 장면이 머리에 떠오르고 그 때랑 똑같이
가슴이 쿵! 하고 내려 앉는 느낌이 들고 그때처럼 이제는 정말 그녀랑 끝이구나
하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아주 오래전에 정말 좋아했었던 여학생과 이별을 했었다. 언제나 둘이 같이 가던
장소에서 마지막으로 만나고 내 특유의 못된 버릇 때문에 독설과 언어로 그녀의
가슴에 못을 박아 버렸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둘이 함께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좋았던 
시절이라면 내가 그아이 집까지 바래다 주었겠지만 헤어지는 마당에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아서 우리집으로 가는 3호선과 그 아이 집으로 계속 가는 2호선이 갈라
지는 을지로3가 역에서 내리겠다고 말했다.

당연한 일이지만....이제는, 평소와 다른 그 행동이 당연해 졌다는 사실이 슬펐는지
우린 서로 얼굴을 마주보지 못했다.

그리고 난 을지로 3가에서 내렸고 그 아이는 2호선을 계속 타고 갔다.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할때 난 기차가 가는 방향을 따라 걷고 있었는데,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푹 수그린채 힘없이 서 있던 그 아이를 움직이는 차창을 통해 볼 수 
있었고..... 마지막에 기차가 어두운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

쿵! 하는 느낌의 타격을 받으면서 이제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다는 믿기 힘든 
사실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전에도 몇번이나 헤어지네
마네 하면서 이별을 했지만 맘속으로는 이게 마지막은 아니지....했었고 실제로도
또 질기게 인연이 이어지곤 했었는데, 그녀가 탄 기차꼬리가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에는 정말 가슴이 내려 앉았고 마지막이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실제로도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뒤부턴 이상하게 그런 버릇이 생겨 버렸다. 여자랑 헤어지고 나면 지하철을
내렸을때 나도 모르게 기차가 가는 방향을 따라 걷게 된다. 그리고 열차가 어둔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오래전에 가슴이 내려앉던 느낌을
다시 맛보고 지금 내가 또 하나 이별을 했구나...하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열차에 헤어진 사람이 타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흔히들 남자가 첫사랑을 못 잊어 한다는 말은 아마 이런 것을 가리키는 것이리라.
아무리 많은 인연을 만나도.... 무엇인가 작은 일에서 `좋았던 옛 사람'을 한번은
연상하게 된다는 사실. 절대로 남자가 옛날의 그 사랑을 그리워 한다는게 아니다.

그런데...난 왜 하필이면 그 연상작용이 이별하는 순간에 걸려 있는걸까...

얼마전에 또 그런 순간이 있었다. 내가 애정을 가지고 주었던 물건을 뺐다시피
돌려 받고 말한마디 안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오래전의 그때처럼 나자신과
상대에게 너무나 화가 나 있었기 때문에. 아마.... 그 상대도 나를 좋게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집에 오는 지하철을 내렸을 때 나도 모르게 기차가 가는 방향을 따라 걷다가
터널 속으로 사라지는 기차뒷모습을 보고 가슴에 센 타격을 받으면서 생각했다.

" 또....마지막이로군. "

왜 난 하필이면 연상작용이 이런 순간에 걸려 있는걸까.




                                                      --- land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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