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Nfriendship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loveNfriendship ] in KIDS
글 쓴 이(By): Papillon (   lebhaft)
날 짜 (Date): 2008년 3월  8일 토요일 오전 02시 27분 58초
제 목(Title): [WANTED]청량리에서 키스하기로 한 당신


새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강원도 소재 대학을 다녔던 95학번 당신을
찾습니다. 당신은 날씨가 화창하던 96년 어느 가을날 기차를 타고 청량리로
왔고 전날 한 머리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계속 파마머리를 쓸어
댔습니다. 우리가 함께 들어갔던 그 카페는 영업을 막 시작한 터라 무척
한가했지요.

글을 쓰면서 기억이 하나씩 재구성되고 있는데, 혹시 876-7467이라는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습니까? 내가 삐삐를 치면 당신은 곧장 공중전화로
달려와 내게 전화를 넣었지요. 선배와 막걸리를 마시는 중이라던 당신의
목소리가 약간 떨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결국 키스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기에 우린 아니 난
너무 여린 사내였습니다. 첫키스를 그렇게 내주고 나면 인생 전부가
뒤틀릴지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아, 다시 만나면
그때의 어리석음을 만회하고 싶은데 이제는 당신의 아이디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몇 번 메일도 주고받았을 법한데 메일박스에는
당신의 흔적조차 없네요.

"난 지금 바로 여기에서도 할 수 있어요."

횡단보도를 건너다 말고 당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쪽에는 당신을
기다리는 기차가 있었고 이쪽에는 나를 기다리는 버스가 있었지요.
나 실은 당신이 맘에 들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신선한 샐러드가 되고 싶다
                            땡볕 아래서도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이 되고 싶다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