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oveNfriendship ] in KIDS 글 쓴 이(By): LONE (언덕에서~) 날 짜 (Date): 1995년04월15일(토) 16시22분23초 KST 제 목(Title): '90년 6월 16일, 터미널에서의 기다림 삶이 쓸쓸한 여행이라고 생각될 때 터미널에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 황 지우 <발작> purunsan(강철새잎)님께서 SNU보드에 올리신 글에서 이 시를 보았습니다. 사실 오늘은 더 이상 옛날 생각 안 하려고 했는데... 또다른 기억이 떠오르 는 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1990년 6월 16일, 토요일이었습니다. 그녀는 대전에 있는 학교로 간 까닭 에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오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전화도 자주 오고, 1주일 전에 미리 약속을 잡아 놓은 까닭에 주말마다 만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 습니다. 한데, 6월부터, 웬지 둘 사이가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5월 말 에, 싸운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서먹서먹하게 헤어진 뒤로, 주말에 만나는 것도 어려워졌고, 전화도 잘 오지 않았습니다. 기숙사 한 층에 하나씩 있다 는 전화는 연결되기도 어려웠고, 설사 연결이 된다 해도 그녀가 없다고 하 거나, 그녀가 받기 전에 끊어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녀가 대전에서 딴 남자 를 만나고 있다는 소문도 들렸습니다. 그 날도 분명 그녀는 올라온다고 했 지만, 아무런 약속도 그녀는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녀를 꼭 만나고 싶었 습니다. 그녀가 주로 타고 올라오는, 유성에서 오는 고속버스가 도착하는 반포의 호남-영동선 터미널 하차장에 내가, 아무런 약속도 없이 간 것은 오 후 4시쯤이었습니다. 사실 조금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렇다 고 안 나가 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녀를 마지막 본 것은 딱 9일 전이었고, 그날 못 본다면 꼭 다시는 못 볼 것만 같았습니다. 유성에서 오는 버스는 한 10분쯤 있다가 도착했습니다. 그녀는 없었습니다. 버스는 30분 간격으로 계속 도착했습니다. 계속 기다렸습니다. 그녀는 없었습니다. 그녀의 집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볼 수도 있었지만, 웬지 그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두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6시 30분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결국 오지 않았습니 다. 포기하고 집에 가는 지하철을 탔습니다. 지하철을 갈아타는, 그리고 그녀 집에서 가장 가까운, 교대역에서 혹시나 하고 전화를 걸어 보았습니다. 그녀가 있었습니다. 친구, 중학교 동창으로 그곳에서 만난 남자의 스쿠프 승용차로 왔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나보고 괜한 짓을 했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녀는 약속이 있다고 했습니다. 무슨 약속이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녀는 그걸 내가 알아서 무엇하느냐고 반문하였습니다. 그럼 내일은 시간 있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녀는 내일도 시간이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또 다음 주말에나 만날 것 아니냐고 내가 말했습니다. 그녀는 다음 주말에 못 올라올 지도 모 른다고 했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 다음날 저녁, 나는 그녀를 잠깐 만났습니다. 그러고는 또 2주 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6월 30일 그녀와 헤어졌습니다. 하지만... 차라리 거기서 끝났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1주일도 못 가서 우리는 다시 만 났고, 헤어졌고, 다시 만났고, 또 헤어졌고, 또 만났고, 결국 헤어졌습니다. 그녀를 만났던 시간과 장소를 모두 수첩에 적어 놓았던 까닭에 이런 글을 자꾸 쓰게 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Running over the same old ground, | 봄을 기다리는 언덕에서.... What have we found? | With my best wishes, The same old fears. | From Spring Hill. Wish you were here. | soh@husc.harvard.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