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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eNfriendship ] in KIDS
글 쓴 이(By): LONE (언덕에서~)
날 짜 (Date): 1995년03월31일(금) 23시12분52초 KST
제 목(Title): finger xxxxxx@tri.kbs.co.kr


  또 밤을 새운 오늘, 아침을 스파게티로 때우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버릇처럼 학교 시스템에 접속을 했다. 뉴스그룹이나 볼까 하다가, 우연히
생각난 명령, finger.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벌써 3년도 더 전이었다. 그녀와 '공식적으로' 헤어지고 나서야 인터넷
이란 것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곳 미국으로 오자마자 받은 그녀로부터
의 E-Mail. 텅 빈 학교 컴퓨터실 안에서 그녀와 5분 간격으로 메일을 주고
받은 적도 있었다. Telnet으로 그녀의 어카운트 안에 들어갔다가, 그만 파
일에 손을 대서 야단을 맞았던 일도 기억나고... 바로 그 finger 명령으로 
그녀가 내 편지를 보았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비록 이틀이 멀다 하고 E-Mail을 주고받았지만, 우리는 분명 헤어진 걸로 
되어 있었다. 전화도, 편지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우리는 더 
가까와진 기분이었다. 그녀는 정말 열심히 논문을 쓰고 있었고, 나는 언제나
부끄러웠다. 겨울이 되고, 내가 한국에 갈 거라고 하자, 그녀는 은근히 화를 
내었다. 왜 오느냐고... 왜 자기를 끝까지 괴롭히느냐고... 그러고 한국에서, 
그녀는 너무나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그걸로 우리의 인터넷 '연애'는 
끝이 났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다. 나는 군대 문제 때문에 한국에 돌아왔고, 그
리고 그녀를 다시 만났고...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바로 그녀의 생일
이었다. 다음해 봄, 그녀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친구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시간은 흘러 나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오늘, 옛날에 하던 대로 xxxxxx@adam.kaist.ac.kr을 해 보았다. 역시, 그
런 이름은 없다고 했다. 그녀는 과학원을 졸업하고 KBS로 갔다. 그렇다면..
Gopher에서 한국의 호스트 이름들을 죽 훑어 보았다. KBS도 역시 있었다.
finger xxxxxx@tri.kbs.co.kr.... 아... 그녀는 거기 있었다. 옛날 ID를 그
대로 쓴 채. 지난 3월 17일 오후 1시쯤에 마지막으로 접속했다는 기록과 
함께... 계속 finger를 실행시켰다. 분명, 아직도, 그녀는 그곳에 존재한다.
내 옛 기억들은 꿈이 아니었다... E-Mail을 보내 볼까? 하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 어쩌면 이미 한 아이의 어머니일지도 모르는데...

  모니터 화면에 뚜렷이 떠오른 그녀의 이름. 비록 몇 개의 알파벳일 뿐이
지만, 마치 그녀를 길거리에서 마주친 듯했다. 나는... 나는...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혹시 그녀를 아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
다. 그렇다면 제가 누군지 아실지도 모르죠. 그냥, 모르는 체 해 주세요. 
그녀를 위하여.)

  

                            ----- 봄을 기다리는 언덕에서 -----
                                        
                            With my best wish, from Spring 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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