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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eNfreindship ] in KIDS
글 쓴 이(By): crayola (kiddy)
날 짜 (Date): 1994년02월26일(토) 18시01분56초 KST
제 목(Title): 폭탄주


어제 써클사람들이랑 모여서 놀았는데, 방학 뒷풀이래나 뭐래나, 하여튼 며칠 
안남은 방학을 떠나 보내는 아쉬움에서 한바탕 놀아보자는 속셈이었죠. 저녁을 대충 
분식집에서 때우고는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건물 사이로 어스름 비치는 동그란
보름다음날달을 감상하며 술집으로 향했어요. 어휴, 분식으로 저녁을 먹자마자
술을 마시려고, 술이랑 웬수졌나... 난 뭐 아직 속이 안찼으니 술은 대충 마시는
척하고 안주나 축내야징, 생각했었는데. 으악, 한 선배가 저한테 첫잔으로 폭탄주를
주는게 아니겠어요? 싫어욧, 난 폭탄주 한번도 안마셔봤단 말야! 그러니까 사람들이
더 광분을 해요. 좋은거야, 명약관화란 말도 있듯이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야,
이러면서 놓아주질 않아요. 앙앙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한잔을 들이켰더니, 우와
쎄네? 함성을 지르면서 마구마구 안주를 입에다가 집어넣어 줬어요. 속으론 흐흥,
별거 아니네? 내가 술이 약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벼? 눈이 좀 무거운거 빼고는
아무렇지도 않잖아? 생각하면서 눈감았다가 떠보니 해가 중천에 떠있고 내가 우리방
침대에 누워있는거 있죠? 머리가 아직도 띵하고... 엄마가 전화를 받으라고 막
소리치시는 바람에 깬건데, 받아보니깐 써클 오빠였어요. 써클에서 가끔 보기는
했어도 말을 해본 적도 거의 없는 오빤데. 왠일일까... 잘 잤니? 어젠 재미있었고?
어 오빤 어제 안나왔잖아요? 연락이 안됐다고 그러던데... 응 녀석들 날 빼놓고
놀다니 만나기만 해봐라, 하하. 술은 다 깼니? 음냐 아직 머리가 좀 아파요, 근데
어제 무슨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요. 사람들한테 얘기 들었어요? 응 너한테.
네앵? 저한테요? 어제 열두시가 넘어서 오빠네 집에 전화를 했던 것이다. 내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무슨 얘기를 한거지? 어휴. 오빠한테 물어봐도 얘기를 안해주고,
혀가 풀린 상태에서 깽알거리는게 귀여웠대나 이러는거예요. 내가 오빠한테 무슨
감정이 있길래 밤늦게 전화를 해서 투정을 부렸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거 있죠.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전화를 끊고는 한참 생각해 봤는데 도무지 기억이 안나네요.
어휴, 그럼 어제 여덟시부터 한시까지 다섯시간을 써클사람들 보는 앞에서 인간성
테스트한거네... 뭐했는지는 모르지만 챙피해서 사람들 얼굴을 쳐다보지 못할것
같아요. 으앙 다시는 폭탄주 안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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