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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eternity (>(#')('#)<)
날 짜 (Date): 2000년 1월 24일 월요일 오후 11시 27분 15초
제 목(Title): 병원


저녁 일곱시 핸드폰이 울렸다. 아버지가 쓰러지셨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고 
했다. 입사할 때 내게 하게될 거라고 제시하던 일거리는 고사하고 정말 하고싶지 
않은, 그런 일을 할 거라는 걸 알았더라면 전 직장에 그대로 다녔을 일을 시키고
매일 야근하라는 지시에 난 쉽게 퇴근할 마음이 안났다. 아니 솔직히 병원으로 
가기가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애써 되새기지 않으면 아버지가 아파 쓰러지셨다는 
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잘못들은 거겠지. 아니야 아무일도 없어. 하며 열심히 
재고를 정리했다. 여덟시가 넘고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내 손길에 헛손질이 많아지고 멍해져서 계산기를 누르고만 있었다. 
안되겠어서 뛰어나와 버스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아버지 얼굴이 생각나지 않았다. 
내 머리속은 멍해져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버스에 올라서도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내가 평소에 하던 자질구레한 일들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눈물은 그치질 않았다. 한강을 건너 버스가 상계동 
작은 골목들을 지지날 뗍뗏� 내 어릴 적 모습도, 어린 내 옆에 계시던 아버지은 
생각나지 않고 내가 걷던 골목길, 이북에서 넘어오셨다던 할아버지가 하시던 집앞 
슈퍼, 철거된 후 횅하던 벌판 그런 이미지들만이 머리속에 가득했다.
버스에서 내려 병원응급실로 갔다. 무척이나 헬쓱하고 창백해진 아버지가 아파하며 
누워계셨다. 아버지는 한 번도 아프다고 말씀해보신 적이 없다. 당뇨에 고혈압이라 
식이요법을 해야하는데도 아버지는 술을 드신다. 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지난 
토요일 내가 아버지가 술을 드시는 걸 알면서도 말리지 않고 다른 곳에 다녀왔다는 
사실이 얼마나 나를 마음아프게 했는지 아버지는 모른다. 마른 아버지 손을 잡으니 
다시 울음이 났다. 대학교 교양시간에 들었던 얘기들만 하는 의사에게 화가 났다.
링겔을 다 맞고 이젠 괜찮으니 내일 와서 검진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말에 집에 
오는데 빨리 결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상대자를 고르는 요인중 
나 만큼 중요한게 가족이란 생각도 들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기만 하라시던 
부모님 말씀이 뭔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이렇게 죽음에 대해 더더욱 두려워져 
가는 게 나이들어가는 걸까?


 

                                                        *
                                    Estrella del Amane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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