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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net ] in KIDS
글 쓴 이(By): virt ( TЯIV)
날 짜 (Date): 2003년 5월 15일 목요일 오전 09시 20분 01초
제 목(Title): [장은수/컨텐츠@Biz] 80/20사회의컨텐츠기�


80/20 사회의 컨텐츠 기획자 
- 출판 기획자를 중심으로 
조회 507 


최근 출판계에서는 팔리는 책은 더 많이 팔리고, 팔리지 않는 책은 더 적게 
팔리는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많습니다. 그러나 
양극화라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지만 어쩐지 수세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에 저는 그 대신에 
‘네트워크화’라는 개념을 쓰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현상은 결국 
‘정보의 흐름을 누가 움직이고 지배해 가는가’라는 문제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보화 혁명이 출판에 본격적으로 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지요. 

최근 있었던 광화문 촛불 시위가 보여주듯이 어떤 사회적, 문화적 이슈가 전 
국민에게 전달되는 속도는 과거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광범위합니다. 
거의 지체 없이 모든 사람이 ‘하나의 정보’를 소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 말씀에 나오는 것처럼 “가진 자가 더 많은 것을 갖게 되고, 
뒤떨어진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기게 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가 스스로를 증식하고, 확대 재생산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경제를 지배하는 10가지 법칙>(황금가지)을 보면 다른 산업 분야에서는 
이미 이런 현상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근대적인 유통 구조 때문에 
출판계는 뒤늦게 그것을 경험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과거의 출판 경험만으로 
이러한 현상을 해명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독자들의 관심은 마니아적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데, 동시에 하나의 주제나 이슈로 독서가 집중화하는 
모순을 겪고 있습니다. 이 모순을 살아가는 것이 현재 출판계의 과제 중 
하나입니다. 이것은 네트워크화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않고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서울과 지방 사이, 또는 지식인과 대중 사이에 일종의 
판매 지체 또는 단절 현상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출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판매 그래프 상의 지체 또는 단절 지점을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서울 시내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드는 것이었고, 그것이 신문 등에 게재되면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급격히 
확산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흔히 신문 광고에 교보, 영풍 등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라는 카피를 쓰거나 저자 강연회나 사인회 등 모든 독자 
이벤트가 주요 대형 서점에 집중된 것은 이를 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사재기’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하기도 했지요.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그 
당시에도 알게 모르게 작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정보 지체 또는 단절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네트워크를 이루는 그물망이 너무 희미해서 어떠한 정보가 흘러간 
뒤에야 비로소 뚜렷하게 드러나곤 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과거에는 
필요에 따라 네트워크 자체를 만들어야 했던 것입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도서 정보가 흐르는 네트워크는 이미 독자들의 집까지 물샐틈없이 
촘촘하게 구축되어 있습니다. 적절한 정보만 생산해 낼 수 있다면 네트워크는 
일제히 ON 상태가 되어 그 정보를 독자에게까지 흘려줍니다. 

서적의 소비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집중화된 것처럼 보이는 이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정보가 지체 또는 단절 지점에 머물러 있는 사이에 다른 책들이 팔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어떤 시점에서 
한 독자가 자신이 원하는 책을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이것은 과거의 경험에 의존하는 많은 편집자들을 좌절시키고 
있습니다. 요컨대 독자들에게까지 이르는 네트워크를 ON의 상태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정보를 생산하지 못하는 편집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위기는 또 기회이기도 합니다. 과거에 비하면 정보를 생산해서 
독자들에게까지 전달하는 비용이 극단적으로 절감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출판사의 이름을 인식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흘릴 수 있는 정보인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만 인식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그러한 정보를 인식하고 기획하고 생산하는 사람, 그러니까 
편집자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편집자를 고용해서 신선한 
정보를 생산할 능력이 있는 출판사는 계속 앞서 나갈 것이고, 그렇지 못한 
출판사는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최근에 책이 팔리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다른 여러 가지 이유도 있겠지만 거개가 독자적으로 신선한 
정보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분들입니다. 회사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독자들의 
독서 취향을 생산해 낼 수 있는 능력 유무의 문제라는 것이지요. 

최근에 인문학, 환경, 실용, 아동 등 일정한 주제에 대해 어느 수준 이상의 
정보를 생산해 내는 출판사는 내실이 다져지고 전문성이 강화되면서 좋은 책을 
더 많이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물론 정보 생산 능력이 극대화된 김영사, 
민음사, 중앙 M&B 등의 회사는 사회적 이슈를 던지고 그 이슈를 적절히 
가공해서 정보화할 수 있는 편집자들을 많이 데리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다른 
회사들에 비해 네트워크화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이 경향은 앞으로 더 가속화할지도 모릅니다. 
이제 대형 출판사들은 정보 생산 능력을 강화하고, 그에 도전하는 작은 
출판사들은 자신들이 어떠한 정보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할 
시점입니다. 네트워크화는 우리에게 그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2002-12-10 오후 10: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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