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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환)
날 짜 (Date): 1996년07월04일(목) 21시33분49초 KDT
제 목(Title): re)고고학 제국주의...


  제국주의 문화 침탈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한다는데는 찬성
입니다만, 일부 잘못을 전체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좋지 못하
다고 생각합니다.
  그 쪽에서도 고고학을 최소한 '나름대로' 진지한 학문으로 연구
하려는 사람들은 고고학적 유물을 UFO와 같은 신비주의와 연결
시켜 생각하지 않습니다.(여기서 '나름대로'라는 말은 연구자가
자기 문화권의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체, 다른 문화권의 고고학적
대상을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이런 면에서 그들의 진지한 태도가 그들의 의도와는 독립적으로
-의도적이건 의도적이 아니건- 제국주의적 문화 침탈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집트 유적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해석이 나오기 전까지는 여러
비전문가적이고 신비주의적인 해석이 있었습니다만, 차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해석들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TV에도 피라밋
건축에 소요된 그 막대한 돌들이 어디서 나왔느냐에 대해, 최근에
어느 고고학자가 피라밋 바로 옆의 지금은 묻혀버린 채석장이라는
해답을 들고 나온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고고학자들에게서
이집트 문명의 외계 도래설은 어떤 의미일까요? 학자적인 태도로
가능성을 배려하는 의미 이상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상당히 오래 전에 문명의 외계 도래설을 주장하는 신비주의
자들과 진지한 고고학 연구자의 태도를 대비시킨 인상적인 다큐
멘타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오래 전에 교육방송(지금의 EBS)에서
방영한 미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기억되는 다큐멘타리였습니다만,
세계 곳곳의 유적지에서 UFO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신비주의자
(개인적 생각으로 그 사람의 인상은 연구자보다는 장사꾼에 가깝
더군요.)와 그 신비주의자가 지적하는 세계 각지의 유적 현지에서
발굴 연구하는 고고학자들을 대비시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에 나온 사례들은 상당히 많습니다만, 기억나는 것은
마야 유적에서 마야인이 불꽃을 뿜는 우주선을 타고 가는 문양에
대해 그 신비주의자가 외계 연관설을 주장하는데, 현지에서 발굴
작업을 하는 연구자는 문양의 각 부분이 각각 이런 의미를 가진
다고 해석해 줍니다. 그런 해석으로 보면 그 우주선 모양의
문양은 전혀 다른 의미가 됩니다. 그 다큐멘타리의 사회자던가가
이것이 우주선과 불꽃으로 볼 수 있느냐고 질문을 하니까, 그
고고학자는 그 질문을 이해를 못하더군요. 사회자가 혹시 이것을
우주선으로 볼 가능성이 있느냐고 재차 질문을 하니까, 그 고고
학자 보기에 따라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약간 어이없는 듯이
말합니다.
  다른 하나 기억나는 것은 남미의 나우츠카 평원(이름을 정확히
기억하는지 모르겠군요.)에 공중에서 보면 거대한 새라거나
이상스러운 문양이 돌을 이용해 새겨놓은 것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역시 그 신비주의자는 실제로는 조그마한 직사각형 영역을
교묘히 사진을 찍어 비행접시 격납고라는 식의 주장을 하고,
이와 대비되어 현장에서는 나이든 여류 고고학자가 담담하게
유적을 연구하고 해석합니다. 여기서 발달된 미국의 영상 표현력
(이것은 물론 다른 데에서는 좋게만 작용하지는 않습니다만)이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그 신비주의자가 어느
강연회에서 열변을 토하면서 강연을 하고,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 강연을 듣고, 그 신비주의자가 나누어주는 책(자신이
지은)을 무슨 경전처럼 받드는 장면 사이사이로, 실제 유적지에서
담담하게 연구하는 나이든 여류 고고학자의 진지한 태도를 교차
시키는 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류의 신비주의자들의 주장은 지적하신대로 헛점 투성이
입니다. 특히 미국이 그렇고 그 밖에 여러나라에서 예수와 사탄이
대결하는 모양의 구름이 나타났다는 둥, 허블 망원경이 천국과
지옥의 소리를 들었다는 둥의 허황된 기사들을 만들어 자국은
물론 전세계에 유포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허황된 기사들의
전세계적 유포에 제국주의적 음모가 얼마나 개입이 되었는지는
파악을 못하겠습니다만, 최소한 그 발생은 제국주의적 음모라는
것이 오히려 거창해 보일 정도의 추잡하고 비열한 근시안적 상업
주의에 근거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은 자국 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것보다 연구자들의 자기 문화권 인식에 근거한 편견이
타 문화권의 문화 유산에 대한 잘못된 평가를 가져오고, 그것이
제국주의 문화 침탈의 한 바탕이 되는 것이 작지 않은 문제
입니다만, 이것은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인지하기도 어려워 큰
문제입니다.
  제가 몇 달전에 프리보드에 조동일 교수님이라는 탁월한 분에게
'제 3 세계 문학' 수업을 들을 때 들은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었
습니다만, 당시 그 교수님은 세계 여러 문화권의 문학을 서구
문학을 평가하는 잣대로 평가하므로써, 해당 문화권 문학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오류가 범해지고 있다고우리에게 경종을 울려
주셨습니다. 이것도 여러 이야기 중에 기억나는 한가지 예를 들면,
고대 인도의 문학 유산을 해석할 때, 서구적 관점에서는 좀 더 발달
된 표현 양식으로 생각되는 비극이 없다고 고대 인도의 문학을 생각
하면 고대 그리이스 문학에 비해 고대 인도 문학이 저열한 것처럼
파악될 수 있지만, 서구 문학을 평가하던 잣대를 버리고 인도
문학의 잣대로 해석을 하면, 고대 인도 문학의 유려하고 세련된
의미가 살아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모호한 문제보다는 좀 쉬워 보이는 이런 것은 어떤가요?
오늘 TV에 나온 러시아 옐친의 승리를 민주주의의 승리, 개혁
노선의 계속적 보장으로 해석하는태도 말입니다.
  음... 이건 너무 쉬워 보이는군요. :)

                                                       - 환 -

                                                        구름이 걷히고
                                                        이제
                                                        맑은 별들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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