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chess (채승병) 날 짜 (Date): 1996년05월13일(월) 17시59분49초 KDT 제 목(Title): [RE: 사람] 비스마르크는...... 안녕하세요, 유틀란트 해전을 쳐댄 채승병입니다. 독일이 자랑하던 전함 비스마르크가 벌인 해전은 제 2차 세계대전 초기의 일입니다. 독일의 해군전력은 전술해 드렸듯이 베르사이유 조약 이후 Hochsee Flotte의 집단 자침과 강대국들의 분할 강점에 의해 사실상 0 상태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전쟁 전까지 제 2위의 대 해군국이던 독일의 명성은 형편없이 구겨지고 그를 대신하여 미국이 제 2위 해군국으로, 일본이 제 3위의 해군국으로 부상하게 되었죠. (결국 2차대전을 통해 다시 영국-일본이 떨어져 나갔지만......) 히틀러가 집권 후에 재무장을 선언하게 되자 독일 군부 내에서는 전술한 대양함대의 수치를 만회하고 다시 대 해군을 건설하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게 됩니다. 물론 실질적으로는 육군 확장에도 막대한 군비가 들어가는 상황에서 해군 예산은 극도로 부족했고 독일은 포켓전함이라는 새로운 개념 (이는 독일만 가지고 있던 기묘한 전함의 개념으로 순양함과 순양전함의 중간, 중순양함 보다는 화력이 강한 베르사이유 조약을 피하기 위한 대체함입니다) 에 입각한 그라프 쉬페, 뤼쪼프나 순양전함 샤른호르스트, 그나이제나우 정도의 빈약한 군함만을 보유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독일은 Hochsee Flotte의 원대한 꿈을 재실현하고자... 그 무시무시한 "Z"계획을 구상합니다. (뭐 결정판이란 뜻이죠) 이 계획은 대양함대의 추억을 지니고 있던 이들의 막연한 꿈이었으며 그 결과 진보된 항공모함 사상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구시대적 거함거포주의에 얽매인, 초대형 전함(Battleship)의 건조에 집착하게 됩니다. 심지어는 배수량 10만 톤 급에 20인치(!) 주포 8문을 탑재한 전함 건조까지도 계획이 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그 최초의 전함들로서 계획된 것이 비스마르크급 전함 2척이지요. 비스마르크 급 전함은 기준배수량 4만 2천여톤에 만재배수량이 5만 6천톤 가까이 되던, 당시 보통의 전함이 35000톤급 내외였던 정세에 비추어 보더라도 세계 최대의 전함 계획이었죠. 비스마르크 급은 비스마르크와 티르피쯔 두 전함이 만들어졌는데 비스마르크가 준공된 당시에는 단연 세계 최대급이었으나 티르피쯔가 준공될 당시엔 이미 일본에서 야마토급 전함이 준공되기 시작하여 세계 최대 전함의 자리는 내어 주었습니다. (야마토급 전함이란건 그야말로 한 술 더뜨죠. 일본은 이 전함을 '일본열도에 스크류를 달은 것'이라고 까지 선전했으며 기준 배수량이 6만 5천톤을 상회할 정도였습니다. 포 구경도 압도적이어서 독일 비스마르크급이 15인치포 8문, 영국 킹 죠지 5세급이 14인치 10문, 넬슨급이 16인치 9문, 미국 아이오와급이 16인치 9문을 보유한 것과 비교해 무려 18인치 주포 9문을 보유한 거함거포주의의 결정체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비스마르크 급 전함을 독일이 준공할 당시에는 미묘했던 독일의 사상이 모두 이 전함에 집약되었다고 보일 정도의 묘한 면모가 있었습니다. 일단 독일은 이 거대한 전함을 'Hochsee Flotte'의 부활격으로 여겼으며 스캐퍼플로우에서 자침이라는 비극적인 운명을 되밟지 않게 하기 위해 장갑 방어력에 엄청난 역점을 둡니다. 실제 비스마르크의 장갑판은 거의 보통 전함의 1.5배 이상이었죠. 그야말로 불침전함의 명성에 걸맞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 힘쓴 것입니다. 사실상 전함 비스마르크는 그 상징적인 의미로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것입니다. 비스마르크가 준공된 당시의 독일 해군은 너무도 초라하여 이미 과거 유틀란트 해전과도 같은 결전은 벌일 수 없던 상황이었으며 중순양함 프린츠 오이겐 1척만을 대동한채, 단 2척의 초라한 함대로 함대결전이 아닌 뒤통수에서 통상 선단을 때려대는 통상파괴전의 임무에 집착합니다. 음냐.... 중간의 비스마르크와 프린츠 오이겐이 순양전함 후드를 격침시키고 전함 프린스 오브 웨일즈에 격심한 타격을 준 일련의 과정은 생략하겠습니다. 단지 그 최후만을 간략히 말씀드린다면.... 그 또한 참 아이러니컬 했습니다. 거함 비스마르크는 어이없게도 소드피시 뇌격기의 어뢰 공격에 방향타가 명중당해 조종불능 상태로 표류하다가 몰려온 영국 전함들과의 격심한 해전 끝에 그 최후를 맞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밤새 바다 한가운데 영국 함정들에 의해 빙 둘러싸여 십자포화를 얻어맞고 상부 구조물은 제대로 남아있지도 않은채 수많은 어뢰마저 맞아댔지만.... 놀랍게도 이 비스마르크는 침몰하지 않았습니다. 원채 장갑이 두껍고 설계가 잘 된 전함인지라 그 대 통격에도 꿋꿋이 버텼죠. 결국 독일 승조원들은 그들의 희망 비스마르크가 얻어맞는 추한 모습을 더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함의 측현을 폭파, 전복시켜 자침하고 맙니다. 우연이라면 재밌지요.... 독일 해군의 표상은 이렇게 두 번 영국 해군의 눈 앞에서 자침으로 그 운명을 마쳤던 것입니다. 역사는 역시 이래서 재미있는게 아닐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