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clone (한시적좌파) 날 짜 (Date): 2001년 12월 6일 목요일 오전 11시 42분 03초 제 목(Title): Re: 퍼온글/ 한복입고 영어로 수업하는 민� 제가 글을 너무 짧게 써서 오해의 여지가 있었군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국의 교육도 이젠 시장원리에 상당부분 맡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학교(대학포함)들은 모조리 공립이 맞습니다. 그리고 그 교육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그런 수준이 유지되는 이유는, 첫째, 국가로부터 엄청난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며 - 한국은 그나마 얼마 되지도 않는 것을 다 나눠주느라 효율적인 투자를 하지 못하죠. - 둘째, 학교차원 및 개인차원의 엄청난 경쟁체제가 이루어져 있고, 셋째, 학업성취에 대한 엄격한 평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고등학교 졸업시험(바깔로레아)은 그 난이도에 있어서 세계적인 극악수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거 통과하면 지역신문에 이름이 올려질 정도죠. 그 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어느 대학이든 자기가 원하는 대학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거기서 살아남는 일이 장난이 아닙니다. 성적이 안되면 무조건 탈락시키기 때문에 3학년 올라갈 때 까지는 거기 대학생들은 잠도 제대로 못잡니다. 일전에 알기로는 3학년까지 올라가는 학생 비율이 20분의 1이던가 100분의 1이던가 합니다. 독일은 김나지움을 마치고 졸업시험을 통과하면 프랑스처럼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처럼 탈락시키는 제도는 없습니다. 그러나 대학의 학위과정이 엄청나게 어렵습니다. 디플롬 학위를 따는데 6년 걸리면 천재소리 듣고 8년~10년 걸리는 일도 허다합니다. 그런데 법적으로는 4년과정이죠. -_-;;; 그러나 우리 나라가 프랑스나 독일처럼 엄청난 교육재정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요? 프랑스도 재정난으로 교육재정 지출을 줄이려다가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동맹휴업 을 하는 바람에 포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독일은 지금 대학생들의 학력이 날이 갈수록 떨어진다고 난리입니다. 그리고 공대 및 이과대학 학생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제가 있는 학교는 예외적으로 학생수가 늘고 있다고 총장이 자랑하던데, 그것도 자세히 보면 여기 현지 학생 수는 계속 줄어들고, 외국 유학생들이 대폭 늘어나서 그걸 메꾸고 있는 겁니다. 독일의 디플롬(Diplom.)의 수준은 석사에 해당합니다. 이 학위를 받으려면 전공과목을 모두 이수하고, 기업체나 연구소에서, 실험실에서 박사과정 학생들과 같이 연구활동(Diplomarbeit)을 한 다음 논문이 통과되어야 받을 수 있습니다. 아주 어렵죠. 이걸 통과하면 박사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 밖에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학사로 취급하죠. 이런 문제가 있는데다, 독일 역시 재정난으로 학생들을 빨리 졸업시켜야 한다는 필요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지금 독일 교육부가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일이, 기존의 대학 시스템을 영미식으로 바꿔나가는 일입니다. 이것은 학사(bachelor)와 석사(master) 학위를 도입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기존 시스템에 익숙한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로, 막 밀어붙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일단 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스터 코스를 따로 마련해서 마스터 학위를 주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죠. 디플롬 코스의 독일 학생들에게는 그러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디플롬을 하면서 마스터도 받을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제가 볼 때는 일종의 유인책이라고 보여집니다. 이런 제도는 독일의 대학이 미국에 비해 처지고 있다는 독일 사람들의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조금 새나갔습니다만, 독일과 프랑스의 교육제도는 교육의 공공성을 바탕으로, 많은 재정투자를 통한 상향평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경쟁원리와 학업성취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통해 수준을 유지하려고 하지요. 하지만, 보다시피 교육의 질이 계속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고, 대학도 미국 대학보다는 항상 낮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서 미국제도는 철저한 시장원리에 바탕했다는 것을 다들 잘 아실테죠. 학교의 학생 선발도 자유, 재정도 자유입니다. 교육과정에 대한 국가의 감독도 매우 미약합니다. 덕택에 학교별 개인별 격차도 무척 커서 갱들 천지인 학교에서부터 사관학교 이상의 규율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미국은 전체적으로는 학력수준이 매우 떨어지지만 일정 레벨 이상의 학생들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죠. 우리 나라는 유럽모델도 아니고 미국모델도 아닌 죽도 밥도 아닙니다. 미국처럼 학교에 자유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 사립대학의 학점기준, 신입생 선발까지 간섭하는 나라입니다. 고교는 말할 것도 없구요. - 유럽처럼 모든 학교를 공립학교로 만든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학업성취 평가기준이 엄격한 것도 아닙니다. 고교평준화로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학생의 선택권을 제한했으면서도 거기에 상응하는 보상 - 재정 및 공공교육 - 이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나라는 고등학교가 의무교육이 아니죠. 더군다나 평준화를 했다고는 해도 고교간 학력격차는 엄존합니다. 서울 강남의 명문고의 전교 50등이 시골 고교의 전교 1등보다 점수가 높다는 현실은 무엇을 말합니까? 엄연한 현실을 눈앞에 두고 평준화의 이상만을 말한다는 것은 분명한 기만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 교실붕괴다 학력저하다 말이 많은데 그 근본 원인은 고교평준화에 있습니다. 평준화한다면서 고교의 재정과 교육과정을 통제하고, 학교별 특성을 없애려 한 결과,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애정이 없어지고 (원해서 들어간 학교와 그냥 돌리기로 들어간 학교 중 어느쪽이 더 애정이 가겠습니까?), 학교는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없어져 버렸습니다. 결국 하향평준화라는 것이 결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우월반 편성은 학부모들의 열화와 같은 -_-;;; 반대로 할 수가 없고, 우수한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게된 것이죠.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원하는학생들이 너도 나도 학원으로 몰려가는 겁니다. 거기에 학교별 특성이 없어진 결과 나오는 것은 끔찍한 수준의 입시경쟁 뿐입니다. 학교 나름의 교육을 못하다 보니 평가기준은 오로지 대학 합격자 수 뿐이고, 그래서 학생들을 더욱 압박하게 됩니다. 학교간 경쟁이 없어진 대신 개인별 경쟁이 치열해진 거죠. 이런 상황에서 평준화는 현실적으로 전혀 무의미할 뿐 아니라 매우 유해합니다. 그럼 우리 나라가 취해야 할 모델은 무엇일까요? 유럽 모델은 일단 재정부담이 너무 큽니다. 공적자금에 몇십조를 쏟아붓고도 회수도 못하는 우리 나라 처지에서는 무리지요. -_-;;;; 거기에 프랑스, 독일처럼 하려면 모든 학교를 공립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럼 사립학교 재단들은 가만히 있겠습니까? 미국모델은 나라 망하기 딱 좋습니다. 우리 나라처럼 인구가 많지 않은 - 인구밀도가 높은 거지 인구가 많은게 절대 아닙니다. 옆의 일본만 해도 1억이 넘습니다. - 나라에서 교육을 포기한 계층이 나온다면 결과는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래서 절충안으로 생각하는게, 사립학교들은 모조리 자율에 맡기고, 거기서 남는 재정을 공립학교로 모조리 투자해서 공립학교의 수준을 높이는 겁니다. 그리고 공립학교는 무료 교육으로 하고요. 물론 공립학교의 입학기준이 지금보다는 높아야겠죠. 사립학교의 등록금은 엄청나게 올라가겠지만 그래도 갈 사람들은 다 갈겁니다. 적어도 영국의 퍼블릭스쿨 정도를 목표로 해서 공립학교의 수준을 높이고 지역별 제한을 둬서 공립학교는 자기 지역 말고는 못가게 하는 겁니다. 사립학교는 완전자율 경쟁체제로 만들어서 학생들이 지역에 상관없이 선택할 수 있게 하고요. 물론 공립학교의 수준은 전국 어디나 동등하다는 것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립학교는 나름대로의 경쟁을 통해서 몇몇은 도태되고 몇몇은 명문이 되서 공립과 경쟁할 수 있게 되겠죠. 그리고 특색있는 교육이라는 사립학교 본연의 목표도 달성할 수 있고요. 부작용이 있다면 특정 명문학교 출신들이 나라를 주도하는 일종의 '패밀리'화 되는 것이라고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데, 그것은 명문학교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이 투명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투명한 경쟁체제가 확립된다면 자연히 없어질 문제입니다. 투명하지 못하니까 뒷공론이 생기고 담합과 밀어주기나 나오는 거지요. 사실 이런 생각은 제가 처음 생각한 게 아니라 어느 경제학자분의 책에서 읽은 이야기에 제 생각이 조금 들어간 겁니다. 근데 어떤 책인지 기억이 안나네요. 사족입니다만, 제 동생이 경기고를 나왔습니다. 또 걔가 경기고 선배들을 많이 알거든요. 덕택에 저도 평준화 이전의 경기고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평준화 이전의 경기고는 지금처럼 입시에 목매던 학교가 아니라더군요. 학생들은 취미생활을 많이 즐겼고, 개성있고 자율적인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마치 지금의 민족사관고처럼요. 실제로도 그 시절의 경기고를 나온 사람들 중에 기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경기고 출신들이 하는 이야기가, 경기고 출신들이 하도 관계를 휘어잡다 보니까 그거 꼴보기 싫어서 박정희 대통령이 평준화를 했다고 합니다. 경기고 출신들의 억울한 감정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죠. 그리고 aizoa님, 고교평준화와 대학의 학문부재는 관계 없습니다. 억지로 끼워맞춘다면 있겠지만요. ^^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어쨌든'이란 말을 기억해주세요.) 지금의 교육가지고는 대한민국의 장래는 깜깜하다는 거였습니다. 사실 대학 이야기가 더 중요한데 제가 내공이 부족하군요.... ----------------------------------------------------------------------------- " 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 " - Porco Rosso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