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outsider (하얀까마귀)
날 짜 (Date): 2001년 6월  1일 금요일 오후 11시 38분 05초
제 목(Title): Re: 징병-모병제에 관한 기사...


일단 자기의 주장에 때려 맞추기 위해 예시를 찾는데 급급함을 보이는데 실망이 
큽니다. 우리나라와 영 다른 환경의 모병제 국가 미국과 일본의 군대에 
대해서는 입에 침을 튀기면서, 한편 우리와 비슷한 환경의 징병제 국가인 
대만과 이스라엘의 실태에 대해서는 '뭐 걔네들이 징병제 하기는 하지만...' 
으로 넘어간다든가, 전력수치 비교에서 남북한을 비교하며 '봐라 남한이 이렇게 
쎄잖냐' 라고 하면서 (인정한다) 모병제 추진 후를 가상한 전력 분석 같은 것은 
심각하게 결핍되어 있다는 점 등이 문제가 됩니다. 그외 다른 예들도 상황에 
맞지 않는 것을 마음대로 끌어다 쓰는데는 질릴 지경입니다. (남북전쟁 당시 
300달러로 징집을 빼줬다는 이야기에는 실소조차도 나오지 않더군요)


제가 몇주 전에 다른곳에 올렸던 글이 있는데 지금보면 시원찮게 쓴 부분도 
있지만 그냥 올려봅니다.

----------

 
 저도 최소한 통일 이전에는 모병제에 극력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 근거는
 단지 제 생각일 뿐이지만...
 
 먼저, 현재 한국의 가상적국 1호인 북한의 전력은 현재 상태에서 최소한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군은 북한의 권력 중추를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집단이고, 북한 경제의 대부분도 군을 축으로 해서 돌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민군의 규모가 큰 폭으로 (크다는 것은 1/3
 정도의 전력을 감축한다는 뜻입니다) 감소한다면 권력층의 반발도 클 뿐더러
 경제적인 혼란도 같이 불러오게 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인민군의 전력은 90만의 정규군 이외에도 추가로
 몇백만의 예비군이 준비되어 있는데, 과연 이 전력을 20만 혹은 그 이하의
 국군으로 커버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물론 현대전은 쪽수 보다는 누가 더 많은 화약과 연료를 소모하느냐로 승패가
 판가름난다고 할 수 있지만, '화약' 이라면 북쪽도 역시 꽤나 갖고 있고,
 폭탄을 떨궈야 할 타겟이 부지기수로 많다는 것은 역시 무시 못할 이점이
 됩니다.
 
 남북의 국경선은 소위 155마일의 휴전선입니다. 만일 이 정도 길이의 전선이
 완전히 평탄한 지형에 걸쳐 있다고 한다면, 현대전의 표준적인 군사 교리에
 의거하더라도 최소한 10개 사단 정도, 실 전투병력 20만 가량이 선(線)적인
 방어에 필요합니다. 모병제로 적은 병력의 군대만 보유한다면 그 군대는 전략
 예비고 뭐고 없이 전선을 지키는데만도 급급해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한국의
 지형은 대단히 복잡해서 기계화부대의 기동이 어려운 산지가 많다는 점도 소위
 노동집약적인 군대에게 이점이 됩니다.
 
 게다가 모병제로 일단 바꾸면 현재 남한의 중요한 군사적 자원인 동원예비군이
 몇년 사이에 사실상 소멸하게 됩니다. 일반예비군은 당분간 남아있긴 하겠지만
 과거 각국의 경험상 군복무를 마친 예비군은 1년정도면 이미 군사기술을 반쯤은
 잊어버린다고 합니다. 군복무 후 5년 이상 지난 경우하면 유사시 재교육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남한의 국력은 북한에 비해 10:1 이상 우월하기 때문에 총력전에 돌입하게
 된다면 북한이 이기기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이 국력의 우위가
 곧바로 전쟁의 승리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국력 -> 군사력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군사력의 우위가 전쟁을 이기게 하는 법인데, 이 전환과정은
 한두달 안에 되는 일이 아닙니다. 평상시의 군사력은 이 국력의 집중을 위한
 시간을 벌어주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국가의 중추가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이
 바로 휴전선의 코앞에 있고 보니 전쟁 발발 초기에 전황이 아주 불리하게
 돌아간다면 우월한 총체적 국력을 이용할 기회를 아예 갖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즉, 단순 수치로 볼 때는 60만의 노동집약적인 군대에 비해 20만의 기계화된
 군대의 효율이 월등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반도의 상황이 기계화된 군대의
 우위를 살릴 수 있느냐는 점에 저는 의문을 가지는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첫머리에 언급한 북한 체제와 인민군의 관계 문제가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거대 조직인 국군도 마찬가지로 안고 있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 고급장교들의 떼거지 예편, 기존의 군필자들의 당연한
 반발로 인한 사회적 불안 고조 등이 그 몇가지 예입니다. 이만한 마이너스
 요소를 가진 환골탈태스러운 개혁을 이만한 규모의 조직이, 대 위기에 봉착하지
 않았는데도, 이뤄낸 적이 역사를 통틀어 몇번이나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
 하얀까마귀

 
 에 한마디만 사족을 달자면, 통일 후에는 조금 과장해서 한강이 아쉽지 않을
 만한 자연방어선인 압록강과 두만강, 개마고원을 방어에 활용할 수 있게 되고,
 훨씬 중요한 것은 가상의 침략군에 대해 국경선과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중심지 사이에 상당한 폭의 버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서, 통일 한국에 중국이 육군으로 침공하는 시나리오라면, 이를테면
 청천강 이북이나 숫제 평양-원산 이북을 적에게 내주는 전략적 철수를
 단행하더라도 한국은 전쟁 수행 능력에 큰 타격을 입지 않습니다. 다른 말로,
 평양-원산 이북에서는 적에게 점령당하면 결코 안 될 요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전술의 폭이 넓어지고 아군은 적군을 격파하기 위해 마음껏 유리한
 기동을 할 수 있습니다. 영토의 점령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군대가 군대만을
 상대로 하는 경우가 된다면 극단적으로 비교해서 걸어다니는 1개 사단보다
 기계화된 1개 연대, 혹은 헬리본 1개 대대가 효율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지연전을 벌이면서 소위 국력의 군사력으로의 이동을 진행시킬 여유를 가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남북이 대치하고 있으며 그 대치선 바로 남쪽에 수도이자 정치, 경제,
 교통, 인구 등등.. 국력의 모든 지표의 중심지인 서울과 수도권 일대를 같은
 식으로 방치할 수 있겠습니까? 이점은 큰 차이입니다.
 
 일이 있어서 그만 써야 겠네요. ^^



--
   @<
  //)
`//<_ 하얀까마귀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