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김 태하 ) <1Cust234.tnt6.re> 날 짜 (Date): 2000년 12월 20일 수요일 오전 11시 21분 27초 제 목(Title): 중앙/대담 최장집, 커밍스 대담 [부시 시대의 한반도 특별대담] '한국전쟁의 기원' 으로 잘 알려진 미국 시카고대 국제동아역사과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주최의 국제 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커밍스 교수는 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냉전해체와 평화:유럽의 경험.동아시아의 과제.한반도의 선택' 이란 학술회의에 발표자로 참석하기에 앞서 오전 8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고려대 최장집 (아세아문제연구소장) 교수와 대담을 했다. 두 사람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조지 W 부시의 대(對) 한반도 정책과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커밍스 교수는 이 자리에서 "북한이 오히려 주한미군의 주둔을 원하고 있다" 는 파격적인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중앙일보는 두 사람의 대담을 단독으로 싣는다. ▶최장집=차기 부시정권에 대한 한국의 시각은 대체로 두가지다.미국의 대북정책에 별로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하나고,북한에 여러가지 양보를 얻어 내려고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커밍스=부시는 대외적으로 강경책을 구사하는 한편,국내에는 ‘약한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대북정책에 있어 클린턴보다 적극적이지는 않더라도 부시는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정책은 ‘페리프로세스’에 입각한 것이었다.이는 김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뒷받침하는 힘이었다.서울의 김대중 지지자와 미 국무성의 실무 관료들은 김대통령이 일관된 대북정책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왔다. 다만 국가미사일방위망(NMD) 의 추진이 변수다.그러나 궁극적으로 NMD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 집권 초반 부시 행정부를 괴롭히는 것은 북한문제보다 대만·중국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장집=현재 미국을 보는 북한의 시각은 어떻다고 보는가. ▶커밍스=북한도 부시 정권에 대해 일단 경계의 눈길을 보이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1991년 최초의 북미고위급 회담을 추진한 게 이전 부시정권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북한도 이런 선대(先代) 의 정책을 감안,이번 정권도 유사한 입장을 취하길 기대할 것이다.하지만 북한이 큰 위기를 유발시킬 가능성은 상존한다. ▶최장집=부시는 외교정책에서 과거의 냉전적 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유럽,특히 독일·프랑스에 대해서는 갈등적 관계를 지속할 것 같다.이러한 정책은 평화를 기반으로 한 세계화 정책과 모순되지 않겠는가.또한 소득분배와 빈부격차 문제 등이 부각될 국내 정책의 방향은. ▶커밍스=부시는 레이건 행정부와 같은 보수적 정책으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미·중,미·러시아 관계에서 긴장이 형성될 수는 있다.부시는 클린턴식의 다자주의보다는 힘의 우위에 기반한 관계설정을 중시한다. 미국의 국내 문제는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경제가 침체될 경우 빈부의 문제가 촉발될 가능성은 크다.부시는 공화당의 지지가 약하다.이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보수주의적인 정서를 취할 것이다. ▶최장집=주한미군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두고 한국내에서는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야당은 ‘주한미군의 주둔을 용인할 수 있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입에 발린 소리(립서비스) ’ 혹은 레토릭(수사) 이라 주장한다. 주한미군에 대한 북한의 이런 태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북한에 큰 변화(특히 대외정책에서) 가 있다고 주장하는 김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소견은. ▶커밍스=부시가 대북정책에 일관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 주한미군에 대해 긍정적이기 때문이다.미 국방성은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키기를 원한다.북한이 이를 인정하는 한 부시는 대북 포용정책을 추구할 것이다. 단기적인 전략력 차원에서 보면,북한이 주한미군의 주둔을 인정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오히려 남한에서 주한미군 기지의 축소를 원할지도 모를 일이다.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조용한 봉쇄정책(quiet containment policy) ’을 추구할 것이다. ▶최장집=북한의 개혁은 서방의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지만,경제침체·군사주의의 강조 ·인권문제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여전히 많다. 그러나 북한은 정책변화에 대한 분명한 사인을 보내고 있다.햇볕정책의 지지자들은 북한의 이러한 변화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렇다면 북한이 러시아 ·중국 등과는 다른 새로운 개혁개방 모델을 개발할 것으로 보는가. ▶커밍스=최근 몇년동안 북한의 개혁은 ‘생존의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변화없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그런데 변화는 주로 대외관계 차원이었고,특히 대미관계의 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더불어 김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상호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의 변화된 정책에 대한 믿음을 갖게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였다고 본다.앞으로 미국의 대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이 군사적 위협과 긴장을 완화시켜야 할 것이다. 1970년대 닉슨과 키신저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의 지도자는 마오쩌둥(毛澤東) 이었다.그러나 그 뒤 덩샤오핑(鄧小平) 은 개혁을 추구했다.이런 점은 북한에 시사적이다. 당장의 댓가,혹은 변화가 없더라도 일단 변화로 방향을 잡았다면 그 길은 되돌릴 수 없다.따라서 현재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고 김대통령의 정책에 상호주의가 없다고 해서 비판할 수는 없다. ▶최장집=클린턴의 북한 방문이 관계개선에 도움이 될 터인데 부시 정권은 이를 막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커밍스=나도 부시정권이 클린턴의 방북을 막고 있다고 생각한다.부시가 클린턴의 방북을 원치 않는 것은 당연하다.앞으로 부시가 중점을 둘 분야가 대외정책인데 클린턴의 방북을 용인함으로써 그 공적이 남(클린턴) 에게 돌아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클린턴이 아무리 가고 싶다고 해도(물론 간다면 갈 수 있겠지만) 정권을 교체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성사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최장집=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정부가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원한다.그러나 이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커밍스=이 점에 있어 중국의 경우가 시사적이다.1970년대 중국의 인권문제는 매우 심각했다.지금도 그때처럼 사회주의 정권이지만 이 부분에서 그동안 큰 진전이 있었다.북한이 50여년간의 대립을 청산하고 급격히 민주화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장집=어제 발표한 논문(‘한반도를 둘러싼 지역질서와 세계안보’) 에서 북한이 주한미군의 주둔을 원한다고 했다.나도 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냉전과 탈냉전적 상황은 질적으로 다르다.탈냉전기 주한미군의 역할은 무엇인가.발표 논문에서는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북한에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이 남한의 대북강경 또는 군사적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보았다.냉전기의 유산인 주한미군이 어떻게 탈냉전기에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커밍스=주한·주일 미군은 북한 때문에 있는 게 아니다.이것은 제2차 세계대전의 구도로 빚어진 일이다.미국의 입장에서 주한 ·주일 미군은 러시아 ·중국에 대한 봉쇄정책의 한 방편이었으며,다른 한편으로는 한국과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었다. 따라서 탈냉전이라해서 미군이 철수 하지 않는 것은 자명하다.김대통령은 미국의 이런 세계전략을 이해하고 외교정책을 추구했다.이런 관점에서 김대통령의 햇볕정책은 현명했다. 3년반전 중국은 홍콩에 반환됐다.그러나 여전히 국경선은 존재한다.남북한의 경우,관계개선이 이루어져도 국경선은 지속될 것이다.이러한 의미에서 미군은 국경선을 지키는 역할은 물론,북한이 남한에게 흡수통일이 되는 것을 방지하는 보장책 역할을 할 것이다. ▶최장집=나는 냉전은 국제·지역·국내 등 세가지 차원이 있다고 본다.김대통령은 이 가운데 ‘내적냉전(internal coldwar) ’에 직면해 있다. 특히 냉전기에 형성된 기득권 세력들의 특권구조를 해체시키려는 노력이 큰 저항을 받고 있다.김대통령이 이러한 탈냉전구조를 공고화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추구해야 하는가. ▶커밍스=냉전과 전쟁은 남북한에 큰 장벽을 세웠다.북한에 대해 99%를 나쁘다고 말하고 단 1%가 좋은 점이라고 지적해도 이 사람은 ‘친북’이라 매도당했다. 아직도 한국은 국내적으로 여러 개혁이 필요한데 특히 보안법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이것이야 말로 냉전의 마지막 유산이다. 정리=정재왈 기자<nicolao@joongang.co.kr> <최장집 약력> ▶1943년 강원도 강릉 출생(57세) ▶고려대 정치학과 졸업(65년) -동(同) 대학원 정치학 석사(69년)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 박사(83년) ▶1983년∼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00년 4월∼현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 ▶저서:‘한국현대사 1945∼1948’(85년) ,‘한국민주주의의 이론’(93년) ,‘한국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96년) 등 다수. <브루스 커밍스 약력> ▶1943년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 출생(57세) ▶미 데시슨대 신학과 졸업(65년) -인디애나대 정치학 석사(67년) -컬럼비아대 정치학 동아시아학 분야 박사(75년) ▶노스웨스턴대 ·워싱턴대 등 교수 역임-현재 시카고대 역사학 교수 ▶67∼68년 평화봉사단으로 한국 체류,81·87년 평양 방문. ▶저서:‘한국전쟁의 기원’(81년) ,‘양지 속의 한국’(97년)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