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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fractal (욱 이)
날 짜 (Date): 1996년01월04일(목) 11시16분50초 KST
제 목(Title): 전쟁은 역사를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나?



 뒷북 치는 감이 없지 않지만 중요한 주제라서..

 이런 주제가 아주 다루기 껄끄러운건 사실이다. 인간의 가장 드러내기 싫은 폭력의

절정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 가려 했으나 깡패한테 맞고 뒤로 가야 했

다면 인정하긴 싫지만 엄연한 사실인것과 같다고나 할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만약 ( 역사에서 이런 용어가 갖는 위험성을 잘 알지만..) 이차 대전에서 독일이

소련을 정복하고 영국과 타협을 할 수 있었다면 지금의 세계가 과연 어느 정도나 

바뀌었을까? 많은 변화가 있었을거라 생각하시면 1번, 아니면 2번으로.

 1번 : 전쟁의 결과가 세계사에 큰 변화를 준다는 것에 동의 하시면 이제 문제는 간

    단해 진다. 전쟁이라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없고 단지 다른 내적 요인들이 불거

    져 나온 것에 불과하다면, 전쟁이 일어 나기 전에 그 결과가 예측 가능해야 할

    것이다. 단지 전쟁은 그런 요인들의 발현에 지나지 않으니까. 이차 대전이 일어

    나기전에 미국 주도의 20세기 후반이 오리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가? 어떤 근

    거로 전쟁에서 독일이 질 거라 예상할 수 있나? 물론 주의해야 할 것은 일반적

    으로 어느 시점에서건 역사는 예측하기 아주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전쟁이 끼어 있을 경우 아주 가까운 미래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는 것. 이게 

    뽀인트다. 물리학 용어로 하면 바이페케이션 포인트라고나 할까? 보통의 경우 

    별 영향을 못 주는 작은 변화가 이 지점에서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고등학교 3년간 하루 결석하는 것이 뭐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수능 시험날 같은

    바이퍼케이션 포인트에서 결석하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 처럼.

    전쟁은 대략 이 정도의 의미가 있다. 역사를 이해 할 때 중간에 전쟁이 끼어 

    있으면 항상 그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게 된다. 바이퍼케이션은 그 시스템을 

    아주 예상치 못한 곳으로 이끌수가 있기 땜에. 더구나 현대와 같이 전쟁의 규모

    가 큰 경우 전쟁의 영향을 과소 평가 할 수는 없다.

 2번 : 이차대전에서 누가 이겼건 별루 중요하지않다....

    이러면 어려워진다. 역사를 아주 글로벌하게 보는 경우 이런 견해가 나올 수 있

    는데 역사를 글로벌하게 보게 되면 이미 거기에는 개인의 가치관이 개입하게 

    된다. 나의 경우 역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로 부터 현실을 사는 지혜를 얻

    는 게 목적이라... 따라서 현재에 가까운 역사일수록 로컬하게 이해하려하고 

    현재에서 멀어지면 글로벌하게 이해하려는 경향이있다. 현재를 글로벌하게 이해

    하면 도도한 역사의 흐름속에 서있는 내가 너무 초라해 보이므로 결국 할 일이 

    없게 된다. 지금은 단지 사회주의로 가는 과도기일 뿐이다? 여기서 내가 설 자

    리는? 

      역사를 로컬하게 볼 경우 전쟁의 영향은 가히 결정적이다. 특히 지난 100년여

    역사에서 전쟁이 수행한 역할은 눈 부실 정도다. 이렇게 얘기하고 나면 처음 질
  
    질문을 "이차대전"으로 선택한 그 자체에 이미 어떤 의도가 있지 않은가 하고 

    되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러하다. 2번에서 본인이 하고싶은 말은 역사를

    글로벌, 로컬 두가지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오늘날 카오스, 인공생명

    과 같은 새로운 과학이 우리에게 준 새로운 관점은 "국지적인 작은 변화가 경우

    에 따라서는 시스템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다. 전쟁의 가치를 

    논함에 있어 글로벌한 관점에서만 보면 이런 점을 놓치기 쉽다. 전쟁은 이런 엄

    청난 변화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사건이다. 모든 역사의 변화가 전쟁을 통해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니나 분명 전쟁이 있고 나면 전쟁 이전의 흐름에서 예측할 

    수 없었던 놀라운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흔히 있는 것이다.


 본인의 생각이 글로 충분히 잘 전달되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가긴 하지만 짧은 경

험에서 나온 나름의 생각을 적어 보았습니다. 많은 비판 있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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