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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김 태하 ) <1Cust218.tnt6.re> 
날 짜 (Date): 2000년 11월 10일 금요일 오전 08시 22분 37초
제 목(Title): 김소희/ 맞아죽은 '코리안 드림' 


[사람과사회] 맞아죽은 ‘코리안 드림’

한국인 애인의 손에 숨진 베트남 여성노동자 리아… 호치민의 가족들은 빚더미에 


 
(사진/10월26일 숨진 베트남 여성노동자 리아)


지난 10월26일 대전 ㄷ염직공장에서 산업연수생으로 일하던 베트남 여성 부이티투 
응아(한국이름 리아·22)가 숨졌다. 사인은 외상성 두부손상. 20일 새벽 한국인 
비아무개(29)씨에게 기숙사 옥상에서 마구 구타당하고 6일간 사경을 헤맨 뒤였다. 


3백만원 빌려 한국에 왔는데… 


올해 5월에 한국에 온 리아는 완제품에 스티커를 붙이고 밴드를 감는 ‘롤링 
보조원’으로 일해왔다. 같은 공장 염색부에서 일하던 가해자 비씨와는 애인 
사이였다. 비씨는 곧바로 체포돼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비씨의 주장에 따르면 
사건은 우발적이었다고 한다. 동료들과 술을 마시던 중 리아에게서 휴대전화로 
연락이 왔고, 약속 장소인 기숙사 옥상에 조금 늦게 도착하자 리아가 화를 내는 
바람에 “홧김에 발로 차고 몇대 휘둘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접한 대전의 베트남 노동자들은 크게 술렁댔다. 한 남자가 
우발적으로 손찌검한 것으로는 부상의 정도가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심각했고, 
리아가 비씨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당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망 
다음날 이들은 “우리의 친구가 야만적인 죽음을 당했다”며 피해자의 권리와 
명예보상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한국 경찰과 베트남 대사관 등에 보냈다. 대전 
외국인노동자와함께하는모임, 대전NCC인권위원회, 대전여민회 등 시민사회단체 
역시 철저한 수사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했다. 10월29일 공장 마당에서 
추모제를 치른 빈들교회 김규복 목사는 “이 죽음은 개인간의 문제가 아니다. 
리아가 ‘외국인’이 아니고 ‘여성’이 아니었다면 최소한 맞아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도 어디선가 노동자가 아닌 산업연수생이라는 명목으로 저임금과 
노동착취에 시달리며 한국 업주와 관리자, 동료들에게 구타당하는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신해 리아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말했다. 

최근에 불붙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제’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이례적으로 한국의 송출회사가 나서서 리아의 가족에게 위임장을 받아와 
장례절차를 밟았다. 11월2일 오전 베트남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톨릭장을 
치렀고, 유골은 곧 베트남으로 송환될 예정이다. 

현재 베트남 호치민시 외곽에서 살고 있는 리아의 가족들은 충격과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21>과의 전화통화에서 언니 부이티투 찐(25)은 
“비행기 삯이 없어 장례도 보러 가지 못했다”며 내내 울었다. 노모는 충격으로 
몸져누웠고 사료농장에서 일용노동자로 일하는 두 오빠와 농사를 짓는 언니는 
리아가 한국에 오면서 진 빚을 갚을 길이 없어 막막해하고 있다. 리아는 베트남 
돈으로 3천만동(300만원가량)을 8부 이자로 빌려, 중개인에게 수수료를 내고 
한국에 왔다. 5달 남짓된 동안 2천만동은 갚았으나 1천만동이 남았다고 한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중이다. 언니 찐은 “동생이 3주 전에 다급한 목소리로 
국제전화를 걸어 ‘한국인 애인을 사귀었는데 너무 많이 때려서 헤어지고 싶다. 
공장을 옮겨야 할 것 같다’고 말해 가족들이 빚을 갚을 때까지만 조금만 더 참고 
그곳에서 일하라고 이야기했다. 그때 옮겼더라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며 
울먹였다. 리아의 두살 난 딸아이도 돌볼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반년 전 남편에게 
버림받은 리아는 1년 일하면 수수료를 갚고, 1년 더 일하면 목돈을 만들 수 있다는 
‘코리안 드림’을 갖고 젖먹이 딸을 언니에게 맡긴 채 한국에 온 것이다. 


“때리지 마세요” “왜 자꾸 욕하세요” 



 
(사진/베트남 노동자들이 지니고 있는 한국어 교본)


리아는 가해자 비씨에게 몇 차례 헤어지자고 요청했으나 비씨가 말을 들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전 외국인노동자와함께하는모임 자원봉사자 
장규석(33)씨는 “리아가 상습적으로 맞고도 회사나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던 사실이 안타깝다”며 “산업연수생들이 최소한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치와 함께 적절한 피해보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례식에 참석한 베트남 노동자들이 들고 있는 한국어 교본에는 “때리지 
마세요”, “남자가 여자를 왜 때려요”, “왜 자꾸 욕하세요”, “월급명세서를 
보여주세요” 등의 말이 적혀 있었다. 


김소희 기자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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