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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김 태하 ) <1Cust183.tnt1.ta> 
날 짜 (Date): 2000년 7월  9일 일요일 오후 04시 46분 02초
제 목(Title): 한겨레/ 인터뷰  진중권 


[인문학데이트] ⑧ 진중권 

 인문학 데이트 여덟 번째 초청자는 정치·사회·문화의 다방면에서 매서운 필봉을 
휘두르고 있는 논객 진중권(37)씨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을 공부하다 생활난(?)으로 지난해 일시 귀국한 진씨는 몇 년 전부터 
우리사회의 중심부에 완강히 똬리 튼 사이비 자유주의자, 파시즘적 극우주의자들을 
향해 순발력 넘치는, 혈기방장한 풍자와 비판의 글을 써왔다. 진씨의 글을 
빠짐없이 읽어온 강지연(25)씨가 그의 대표 저서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주요 
소재로 삼아 유쾌한 대화의 시간을 보냈다. 편집자 
우리 지식인은 하나마나한 얘기를 좋아하지요 

강지연=진 선생님의 책을 읽을 때마다 핵심을 찌르는 게 시원하고 내가 생각했던 
것이, 나만 하는 생각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 생각이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를 밝혀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진중권=제가 기대했던 효과를 거둔 것이군요.(웃음) 

강=<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에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이 책에서 극우 
파시스트들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는데, 본인의 이념은 무엇입니까? 

진=사회민주주의적인 좌파라고 할 수 있겠죠. 사실은 녹색당 쪽에 더 가까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사회정의를 제기하고 실현할 수 있는 
정치그룹이 먼저 들어설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강=그렇다면 <네 무덤…>에서는 사회민주주의자가 극우주의자를 향해 말을 건네는 
형식을 취하신 건가요? 

진=그 책에서는 사회민주주의적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자유주의자의 태도를 
취했습니다. 우리사회가 공유하는 이념적 바탕이 자유민주주의잖아요. 이념과 
이념을 대립시킨 것이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을 대립시킨 것이죠. 극우주의자들이 
스스로를 자유민주주의자라고 주장하는데 이게 얼마나 엉터리없는 허구인지를 
자유주의적 입장에서 입증해 보인 것이죠. 

강=선생님의 극우파 비판은 유쾌해서 배꼽을 쥐게 하는데 그렇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진=진지한 도덕적 선포는 극우파를 대상으로 한 싸움에는 어울리지 않아요. 
극우주의자들은 그냥 미학적으로 비웃어주는 것이 권위를 무너뜨리는 가장 좋은 
방식입니다.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하는 중에 몸 속에 깃든 파시즘의 흔적들을 
떨어내 버릴 수 있는 것이죠. 

강=선생님의 글은 매우 가벼워보이지만 그 밑에는 단단한 지적 기반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극우파의 논리를 해체하는 데 적용한 방법론이 있습니까. 

진=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이죠.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문제는 문법적 착각의 
문제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저도 마찬가지로 이데올로기도 문법적 착각이라고 
봅니다. 예컨대 자유라는 말을 봅시다. 일상적 어법에서 자유는 좋은 것인데, 이게 
쓰는 사람마다 달라요. 공병호씨 같은 한국의 이른바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자유는 정치적 자유가 아니라, 무제한적 영업의 자유에요. 그 자유라는 말로써 
재벌을 옹호하지요. 또 극우파들이 말하는 자유의 반대말은 `억압'이 아니라, 
`무질서'에요. 그래서 안정을 위해서라면 어떤 폭력도 정당화하는 것이죠. 이런 
말의 오용을 드러내는 게 저의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선생님의 작업이 목표로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진=우리 사회의 이념적 지도를 읽어내는 것이죠. 제가 이제껏 비판한 사람들은 
특정 경향의 대변자들입니다. 그걸 표로 만들면 한국 사회 지배이데올로기의 
구조가 보일 수 있습니다. 단편단편을 모아 사회의 몽타주를 그리는 것이라고 
할까요. 

강=그 몽타주에서 중요하게 취급하는 대상은 뭡니까? 

진=한국의 지배이데올로기는 극우주의로만 구성되는 게 아닙니다. 정치적으로 보면 
반공주의·애국주의를 내세우는 국가주의 판본이 있는데, <월간조선> 편집장 
조갑제, <한국논단> 발행인 이도형씨가 대표적입니다. 유교자본주의와 수구적 
문화주의가 연대한 보수주의 판본도 있는데, 연세대 교수 함재봉씨가 그런 
경우입니다. 또 다른 한켠에 시장 만능을 주장하는 자유지상주의 판본이 있는데, 
최근 벤처기업가로 변신한 공병호씨가 이념적 대표자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결합해 지배이데올로기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죠. 

강=우익비판은 많이 하면서 대안적인 이념집단에 힘을 실어주는 작업은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진=저는 진보 정당이 매우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의 기관지인 
<진보정치>에도 글을 쓰고, 당원으로서 매달 2만원씩 당비도 내고 있습니다.(웃음) 

강=우리나라에서는 꼬치꼬치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가볍고 내용 없다는 편견이 
지식계에 퍼져 있는 것 같습니다. 

진=우리 지식인들은 추상 수준이 높은 이야기 하기를 좋아해요. 추상수준이 
높아지면 아무 맥락에나 적용할 수가 있고, 그럼 하나마나한 이야기가 돼버립니다. 
가령 우리 지식인들은 주사위를 던져야 할 때, 던지기는 안 하고, `주사위를 
던지면 1~6 사이 어느 한 숫자가 나온다'고 말하고 끝내버려요. 던지고 들어가 
`게임'을 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선 생산적 토론이 안 됩니다. 

강=우리 사회에서 작지만 한 축을 이루는 좌파에 대한 공격도 하고 있는데 그런 
비판을 하는 이유는 뭐죠? 

진=좌파로서 정치적 견해를 갖는 것은 좋습니다. 다만 공론의 장에 나와서는 
추상적인 구호를 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맥락에서 유물론적인 원칙 아래 
구체적인 발언을 해야 합니다. 가령, 요즘 논의되는 `자기 안의 파시즘', 일상의 
파시즘 주장만 해도 그래요. 이건 굉장히 중요한 입론인데, 문제는 이 일상의 
파시즘을 온존시키는 것이 거시적 파시즘이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이 극우 
언론이라는 `한국적' 실상을 망각하는 것이에요. 그에 대한 견해도 없이, 좌파도 
미시적 파시즘의 그물에 갇혀 있다고만 주장하면 `모든 게 내 탓이오'로 
끝나버리는 일이 되고 말아요. <조선일보>에서 그런 미시파시즘을 키워주는 것은 
반성하는 좌파를 `돌아온 탕아'쯤으로 보기 때문이죠. 위험하지 않으니까 글을 
실어주는 겁니다. 언론이 현실의 역관계에서 얼마나 막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인데, 지식인들의 지적인 게으름의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강=<조선일보> 이야기가 나왔으니 묻고 싶은데요, 어떤 이유로 <조선일보>를 
비판의 타깃으로 삼게 됐나요. 

진=속이 뒤틀리니까 속편해보자고 한 것이죠. 독일 유학중에 계간 <상상> 등에 
글을 썼는데 <조선일보> 비판만 하면 편집자가 잘라내는 거예요. 그 신문이 
이상하게 권력화돼 있는 겁니다. 아마 한국에 있었더라면 당연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죠. `<조선일보>에서 책 소개해주면 잘 팔리는데 비판하면 어떻게 되느냐' 
하면, `맞아, 그래' 하면서 그만 뒀을지도 몰라요. 공간적 거리감이 그런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할 말 하게 해준 것 같습니다. 

강=포스트모더니즘의 한국적 수용에 대해서도 비판을 많이 해오셨는데 좀더 자세히 
그 문제점을 설명해 주시면…. 

진=탈근대의 관점에서 보면 스탈린주의도, 나치즘도, 유럽식 사회복지국가도, 
미국식 자유주의 국가도 다 근대입니다. 현실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다양한 근대들 
사이의 사소한(사실은 중대한) 차이를 둘러싼 싸움이지요. 그런데 이걸 다 근대로 
몰아넣고 비판하니까 정치적으로 실천할 게 없는 것이죠. 그래서 문화로 도망가는 
겁니다. 

강=정치사회비평지 <아웃사이더> 편집위원이기도 한데, 어떻게 끌어가고 싶습니까? 

진=지배이데올로기를 이론적으로 논파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이데올로기가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복제돼 힘을 키우고 현실을 
역규정하게 된다는 사실이에요. 저는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이 
이데올로기를 깨뜨리는 논리를 개발해나가고 싶습니다. 정리 고명섭 
기자michael@hani.co.kr 

진중권이 말하는 진중권 


읽기와 쓰기. 책을 읽으며 오르가즘을 느끼고 글을 쓰며 사정을 한다. 도색화 속의 
거대한 물건이 기를 죽이듯이 어떤 저자들은 내게 무한한 열등의식을 주고, 사정 
후에 때로 허탈감을 느끼듯이 책을 쓰고 그 빈약한 생식의 결과에 절망을 하기도 
한다. 돈을 위해 섹스를 하는 사람이 있듯이 먹고살려고 책을 쓰는 사람도 있다. 
에로 배우도 오르가즘을 느끼고 사정을 하고, 돈을 위해 책을 쓰는 사람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글을 쓴다. 미로와 같은 `책의 세계' 속을 헤메고 다니며, 
말라르메가 쓰려고 한 `세계의 책'을 사정할 궁리를 한다. 나의 세계는 책 속에 
빨려 들어가기 위해 존재하고, 그 책은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해 씌여진다. 엄마 
앞에서 학교에서 배운 것을 뽐내는 아이처럼 그이 앞에서 철없이 재잘대고, 그이는 
대견하다고 빙그레 웃는다. 전투적인 글쓰기? 그저 현실이 내 신경세포에 가한 
불쾌한 자극에 대한 히스테리컬한 보복일 뿐. 제발 나 짜증나게 하지 말고 그냥 좀 
내버려 둬. 비트겐슈타인은 내 인식의 기초이고, 베냐민은 영감의 원천이다. 
그밖에 여러 사상가의 단편들이 조각 조각 머리 속에서 들어와 별자리를 이룬다. 
어린 시절 몽상의 공간 다락방에서 쓰다남은 플라모델의 부분들을 그러모아 
접착제로 새로운 형상을 조립하던 버릇. 철학사를 언어철학의 관점에서 조망하는 
것, 탈근대의 사상이 미학에 대해 갖는 의미를 밝히는 것, 그리고 철학, 미학, 
윤리학의 근원적 통일을 되살려 새로운 미적 에토스를 만드는 것. `학'을 하는 
자는 그 몸 속에 수도승과 예술가와 과학자를 통일한다. 예술성과 합리성으로 
즐겁게 제 존재를 만드는 것. `자기에의 배려.' kyoko@channeli.net 

진중권은 누구? 

△1963년생
△1986년 서울대 인문대 미학과 졸
△1992년 서울대 인문대학원 미학과 졸 (유리 로트만의 구조기호론적 미학)
△1994년 베를린 자유대학 철학과 박사과정
△1999년 귀국 


△옮긴 책:카간 <미학강의>, 가와노 히로시 <예술, 기호, 정보>
△쓴 책:<미학오디세이>1, 2(새길), <춤추는 죽음>1, 2(세종),<천천히 그림 
읽기>(공저)(웅진),<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1, 2(개마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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