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Hyena ( 횡 수) 날 짜 (Date): 1999년 12월 10일 금요일 오후 02시 03분 51초 제 목(Title): 종교의 충돌 어제 어느 분과 톡하면서 생각난 것인데, 21 세기는 종교 간의 마찰이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문명의 충돌이라는 책에 있는 관점과 비슷합니다. 이 책은 제가 읽지를 않아서 그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 20세기는 정치적 이데올로기 간의 충돌로 수 많은 비극을 야기했습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충돌…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시작해, 한국 전쟁에서 공산권과 자본주의 국가 간에 첫 국제적인 충돌이 일어나고, 베트남 전쟁이 일어나고, 그리고 미소 두 강대국이 자행한 그 수도 헤아리기 힘든 많은 약소국에 대한 횡포와 침략 행위… 냉전은 80대 말 구 소련의 몰락으로 끝났지만, 이 80년대 말의 공산권의 몰락을 자본주의가 일방적으로 승리했다고 보면 안 된다고 봅니다. 지금의 자본주의는 이전의 자본주의와 많이 틀립니다. 갤브레이드는 '불확실성의 시대'(이 책은 거창한 제목과는 달리 주 내용은 경제학사에 관한 책입니다.)에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는 서로 수렴할 것이라 예견을 했고, 이 예견은 들어맞아 지금의 자본주의는 많은 공산주의적 요소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의료 보험, 국민 연금 제도 같은 것이 있습니다. 요즘 세계화 구호를 외치는 신 자유주의는 초기의 자본주의에 가까운 것입니다. 자본 주의가 그 초기에 그 민중들의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 속에서 나타난 역사를 살펴보면 신자유주의의 위험성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하여튼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충돌은 20세기 말에 공산권의 몰락으로 일단락 지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앞으로 올 21세기는 종교적 이데올로기의 충돌이 가장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봅니다. 아직도 남아있는 강력한 이데올로기는 종교가 유일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토인비는 20세기의 가장 역사적인 사건으로 아주 뜻밖에도 '서양에 불교의 전파'로 꼽았습니다. 기독교를 최고의 종교로 여기는 토인비가 왜 기독교보다 열등한 불교의 전파를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가장 변화가 많았던 20세기의 가장 커다란 사건으로 꼽았을까요? 이 것은 불교가 21세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토인비의 예언에 가까운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토인비의 예언대로 지금, 서양에서는 동양 사상에 대한 바람이 점점 드세지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기독교는 유럽에서는 거의 죽었습니다. 이러한 서양의 동양 사상 바람은 우리 나라에서도 우리 선불교를 배우러 오는 파란 눈의 중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지난 몇 백년의 근현대사에서 총칼로 자신들의 기독교를 일방적으로 이식하려고만 하던 서양의 인식에 지금 획기적인 변환이 일어나고 있는 징후가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근대의 기독교는 서양 제국 주의의 첨병 구실 밖으로 보기 힘듭니다. 그 것도 서양에서 주장하는 세계화 전략에 이용된 하나의 역사적인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양은 지난 몇 백년동안이나 자신들의 관점에 사로잡힌 일방적이고 오만 무도한 관점에서 탈피해서 이제서야 동양에 대해 서서히 그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사실, 서양에 불교를 전파한 일등 공신은 히피족이라고 봅니다. 서양 문명의 파괴성을 거부한 히피들은 불교, 도교, 등의 아시아 종교를 많이 도입했었죠. 미국의 주류 사회는 히피들을 철저히 무시하지만, 그 진실은 그 반대에 가깝다고 봅니다. 60년대 말에 일어난 히피들은 강제로 뿔뿔히 해산 당했지만, 그들은 아시아 정신의 씨앗을 전 미국에 뿌린 것입니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확산된 불교는 티벳 불교라고 하더군요. 달라이 라마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 중의 한 분입니다. 영웅이 사라져버린 현대에 이 정도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티벳은 나라를 잃었지만, 그 정신은 전 세계를 얻은 셈입니다. 이제는 미국에서도 천주교 신부들마저 불교의 선 수행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아마, 20세기 초반만 해도 천주교에서 꿈도 못 꿀 파행적인 행위였을 겁니다. 뭔가 기독교와 불교가 서로 수렴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80년 호메이니의 이란 회교 혁명은 시대에 퇴행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것도 21세기에 종교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중요할 것인가를 나타내는 또 다른 징후입니다. 지금, 많은 서양 철학자들이 고대로 돌아가자는 사상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과 닿아있다고 봅니다. 고대는 정치와 종교가 분리돼지 않았을 때이므로 고대로 돌아가자는 것은 그만큼 종교의 역할을 부활하자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21세기에는 종교 이데올로기가 되 살아나지 않을까 봅니다. 종교가 그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앞으로 있을 21세기부터 라고 보는 것입니다. 산업 문명의 비인간성과 파괴성을 극복하는 데 종교보다 더 효과적인 것도 찾기 힘들지 않을까… 이 전의 종교가 그 힘을 올바로 발휘 못한 것은 교육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각 종교의 교리를 직접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 드물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 믿음의 범위와 강도를 떠나 종교에 대한 이해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개인이나 집단의 현세 구복 신앙적인 면이 강했다고 봅니다. 그 종교의 발달 수준 자체가 낮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러나, 20세기에 일어난 대중 교육의 확산으로 이제는 대중들 대부분이 종교의 가장 깊은 면까지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종교의 진정한 힘이 발휘되는 것은 앞으로의 일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종교 이데올로기의 부활은 그에 따른 여러 종교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궁극적으로 기독교, 불교, 회교가 하나로 통합돼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20세기 정치 이데올로기의 충돌이 지금의 자본주의로 통합돼었듯이… 이러한 종교 간의 충돌은 20세기의 막판인 요즘 여러 곳에서 그 징후가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90년 초에 발생한 발칸 반도의 유고 사태이죠. 바로 기독교와 회교의 충돌입니다. 발칸 반도의 비극은 종교적 민족적 역사적인 문제가 너무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서 어느 누구도 그 해법을 제시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이라크 간의 전쟁, 더 거슬러 몇 차에 걸친 중동 전쟁도 그 주 원인이 기독교권이 근대에 중동에 저지른 만행에 기인한 기독교와 회교권의 충돌로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의 세계 각지의 분쟁은 이러한 종교 이데올로기 간의 마찰이라는 경향이 짙습니다. 이러한 분쟁들에는 같은 민족은 보통 같은 종교를 가지기 때문에 민족 간의 분쟁이라는 면이 복합적으로 끼어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충돌은 통합을 위한 전주곡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 미국의 천주교에서는 불교적인 면의 도입하고 있는 현실이고, 회교는 기독교와 구약을 공유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등… 하려고 하면 이 세 종교의 통합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러한 통합을 통해 좀 더 보편적인 진리를 가진 종교가 탄생할 수 있고, 이 것은 종교 발전의 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종교 간의 충돌은 우리 나라에서 오늘날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지하철에서 십자가를 들고 예수를 믿으라고 외치는 수 많은 사람들… 우리나라는 불교와 기독교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흔치 않은 나라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전통과 사고 방식에는 유교와 도교 사상도 함께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사이비 종교의 천국이 된 것도 이 탓이 아닌가 봅니다만. 우리 나라는 20세기에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큰 고난을 맛 본 가장 비극적인 땅입니다. 그 비극의 여파로 아직까지 분단 상태를 지속하는 유일한 땅이기 때문입니다. 판문점은 이미 사라진 정치 이데올로기 간의 충돌의 망령입니다. 그리고 불과 20세기 한 세기 동안에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를 거쳐 정보화 사회로 넘어가는 격변을 겪은 땅이기도 합니다. 격변에 따른 부작용과 문제점들도 그 만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전세계의 모든 중요한 문제점은 이 땅에서 고스란히 볼 수 있습니다. 20세기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충돌이 가장 첨예하게 일어난 땅. 불교, 기독교, 유교, 도교, 불교가 공존하는 땅. 급격한 산업화의 문제점을 여전히 가지고, 정보화 시대에 못 쫓아가서 IMF로 고통받고 있는 땅. 세계의 모든 혼란을 다 가지고 있는 문제 국가가 바로 이 땅입니다. 그러나, 이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문제가 많은 만큼, 그 해결책도 더 쉽게 찾을 수 있겠죠. 문제의 당사자가 아무래도 문제를 잘 풀지않을까요. 그래서 다음 세기에는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위대한 사상이 배태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도 봅니다. 사이비 종교에서 얘기하는 그런 관점이 아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