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5월  8일 토요일 오전 01시 32분 53초
제 목(Title): 진중권/ 도덕깡패여 계룡산으로..


도덕깡패여, 계룡산으로! 



민주시대라 철인도덕정치를 실현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조유식 <동양에서는 동양식 정치…> 


재미있게도 어느 진보성향의 잡지에서 이 ‘철인도덕정치’를 거든다. 미국에서 
공부했으면서도 동양의 전통을 잊지 않은 그 민족혼을 높이 샀던 모양이다. 하지만 
전통을 얘기하는 함재봉 교수의 논리는 실은 미국에서 온 거다. 그는 미국판 
포스트모던의 논리를 근대자유민주주의를 비판하는 데 십분 활용하면서, 그 
대안으로 공화당 성향의 우익 철학자들이 말하는 철인정치론을 내세우는 거다. 
아리스토텔레스를 ‘공자’로 대체시키고. 

요즘은 민주시대라 철인도덕정치를 실현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착각이다. 왜? 
‘민주’와 ‘철인도덕정치’는 논리적으로 양립하기 힘드니까. 역사적으로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정을 끔찍히 혐오했다. 그들이 꿈꾼 이상사회. 
‘품성’ 좋은 인민들이 인덕의 화신 ‘철인’을 어버이로 모신 전체주의 사회다. 
물론 ‘검열’과 ‘추방’이라는 풍속의 감시체제를 갖춘. 심지어 20세기의 
선진국에서까지 도덕군자들이 대통령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해프닝이 벌어지지 
않는가. 그게 다 ‘도덕정치’ 화신들의 작품이다. 이 풍속의 감시자들, 이 자들 
속옷은 가끔 더 지저분하다. 

‘군자당’이 튼튼히 서서 ‘소인당’을 몰아내야 한다. 무슨 얘기일까? 
‘철인도덕정치’를 위해 ‘군자당’의 일당독재가 필요하다? 그게 왜 민주정인가? 
자기를 ‘군자’로 정의하는 자칭 ‘철인’들의 귀족정이지. 그나마 
아리스토텔레스의 귀족정은 지혜의 정치였지. 하지만 동양에서 철인정치란 지혜의 
정치가 아니라 ‘인덕의 정치’, 그리고 그 목적은 천하만민의 인덕을 높이는 데 
있단다. 그러니 까딱하면 전국이 ‘교화소’가 될 수 있는 거다. 

정당은 ‘인덕’을 닦는 승단(僧團)이 아니다. 정치는 도닦기가 아니다. 도는 
여의도가 아니라 계룡산에서 닦는 거다. 인덕의 정의는 개인마다 다르다. 근데 
스스로 ‘군자’라 칭하는 자들이 ‘당’을 이루어 자기들의 도덕을 사회에 
강요하고, 시민을 자기들이 정의하는 ‘인간’으로, 자기들이 보기에 좋은 
‘사람’으로 만들려 든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물론 군자당원의 눈엔 
상대가 ‘소인당’으로 보일 게다. 자기는 선, 상대는 악, 고로 정치적 반대자는 
몰아내야 할 대상. 끔찍하지 않은가? 

자유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유교사상. 유교로 어떻게 자유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 중세의 허울 좋은 도덕정치의 한계를 깬 것이 자유민주주의인데. 
자유민주주의의 한계를 보기 전에 먼저 그 장점을 보라. 그래야 비로소 그 
형식주의적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도 보이는 거다. 또 거기에 필요한 건 복고적 
전통주의가 아니다. 경화된 도덕을 비웃고 파괴하면서 더 높은 사회적 에토스를 
창조해내는 진보적 상상력이다. 

이건 동서양의 대립이 아니다. 중세와 근대의 대립이다. 그 ‘전통’, 서양에도 
있었다. 가령 중세의 정치학. 백성을 교화할 임무를 가졌다는 군주의 ‘인덕’을 
논하는 윤리학이었다. 하지만 이 ‘인덕’있는 군주들이 실제로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 가령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동양정치의 이상은 (…) 나를 닦아 
천하를 다스리는 수양의 정치다. 나를 닦는 건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닦은 인덕은 웬만하면 혼자 간직하시라. 그걸로 천하를 다스리려 드는 순간, 
‘철인정치’는 곧바로 전근대적 도덕깡패들의 철권정치가 되니까. 

진중권 


엑스 리브리스(ex libris)란 '∼라는 책에서'라는 뜻의 라틴어로, 책을 인용할 때 
쓰는 말입니다. 진중권씨의 이메일 주소는 kyoko@zedat.fu-berlin.de입니다. 



 
          ��                                    
       �後後�   �짯後�   
                  �後�   �碻碻碻�  �碻碻�        
         ��         ��     ┛┗         ��     
         ��      ��                     ��   
       �後後�    �碻�                     ��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