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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3월 23일 화요일 오전 05시 05분 42초
제 목(Title): 퍼옴/ 미국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미국을 보는 눈(USA 1) [31/32]
제  목: 미국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올린이: 김정호(amdg77)   99.03.19 08:00:26 조회: 15

엊그제 한겨레신문에서 미국의 일반 국민들이 아시아의 국가들 중에서 
어떤 나라들을 자기들과 중요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외국에서 생활하다보면 생각밖으로 우리나라의 중요도나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을 경험할 기회가 많이 있다. 그래도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미국 사람들에게 우리나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한국전쟁일 것이다. 이놈의 한국전쟁이라는 굴레는 자기들이 
덧씌워 놓고서는 말이다.

미국에게 아시아하면 세나라가 떠오른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중국, 일본, 인도 이렇게 세나라가 해당이 된다. 중국은 당연히 
아시아의 중심으로써 그리고 잠재적인 경쟁상대로써 맞수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일본은 현재의 경쟁자로써 한때 겁도없이 자기들에게 
덤볐던 나라로써 분명하게 각인이 되어있다. 여기에서 잠깐 부연을 
하고 넘어갈 것이있다.

미국은 아직까지 자기 본토를 침공당해 보지 않았다. 태평양전쟁의 
서막을 알린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아직까지 큰 치욕으로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많다. 어쨌든 전쟁당시 그 치욕을 백배, 천배 
갚아주었지만(음~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표현이군) 아직도 미국 
본토에 어떤 적도 발을 들여놓지 못했음은 미국의 자존심의 
상징이기도 했다.  

내가 중학생 시절에 제법 엉뚱한 구석이 있었다. 나는 평범함 그 
자체였던 보통의 학생이었는데 남들이 모두 연예인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화제로 삼거나 당시에 처음 출범해서 한창 인기를 끌던 
프로야구 선수들의 신상명세를 외우고 다닐 무렵 나는 2차 세계대전에 
푹 빠져있었다. 

이것이 또래들의 눈에는 참 이상하게 비쳤던 모양이다. 내가 2차 
세계대전에 빠져있던 정도는 요즘 말하는 매니아 수준이어서 또래들이 
프로야구 선수들 타율이나 신장, 몸무게, 배번 등을 외우고 다닐때 
2차 세계대전 당시 주요 전투는 무엇무엇이었고 참가했던 병력은 
얼마고 사상자는 얼마였으며 동원된 무기류는 이러저러한 것이었다를 
읊어댈 수준이었다. 사실 읊어댈 수준보다도 조금 더 나아간 것이 
당시 주요 전투의 작전 지도와 항공기, 탱크들의 제원은 물론 그 
그림까지 그릴줄 알았었다. 한 18년 전의 이야기다. 지금이야 전혀 
기억이 안나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이 왜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그 정열로 공부를 했으면 고시정도는 벌써 2-3개 패스를 
했을 것이다.

각설하고 당시 일본은 태평양 전쟁의 전세가 여러모로 불리하게 
돌아가자 비밀리에 미국 본토 공격용 잠수함을 건설하고 있었다. 이 
잠수함은 ICBM이나 기타 장거리 미사일이 없던 시절, 미국 본토의 
항구에 몰래 잠입해서 폭격기를 띄워 본토의 주요 시설을 개박살내는 
것이 임무였다. 여기에서 잠시 상식적으로 연결이 안되는 얘기가 있을 
것이다. 잠수함은 무엇이며 폭격기는 무엇인가? 폭격기는 
공군기지에서 발진을 하거나 아니면 함공모함으로 실어날라서 본토 
근처에서 기습적으로 발진을 해서 폭탄을 뚝 떨어뜨리고 잽싸게 
내빼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는가? 그런데 잠수함과 폭격기라니???

일본 친구들이 상식을 뛰어넘는 짓을 곧잘하는데 미드웨이 해전에서 
주력 항공모함들이 모두 파괴된 이후 일본이 비장의 카드로 준비하고 
있던 것이 바로 이 본토 공격용 잠수함이었다. 말이 잠수함이지 잠수 
항공모함에 해당하는 것으로 내부에 폭격기 3대가 발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잠수함이었다. 대단하지 않는가? 잠수함에 폭격기를 싣고 
태평양을 가로질러 미국 서부 해안의 주요 도시들을 파괴하겠다는 
발상을 했다는 것이 말이다. 그리고 이런 공격의 목표는 군사적인 
타격보다는 미국인들 심리의 저변에 깔려있는 바로 "그래도 본토는 
안전하다"는 신화를 깨뜨리고 그들을 정신적인 공황과 공포로 
밀어넣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국과의 정전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일종의 승부수였던 것이다. 이런 일본의 가미가제 정신에 
당황한 미국이 원폭으로 빨리 전쟁을 마무리 하고자 조바심을 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비록 패전의 일로에 있었지만 절대 앉아서 그냥 당하고 있지만 
않겠다는 소위 "무대뽀" "맨땅에 헤딩하기" "너죽고 나죽자"는 일본의 
정신, 이 정신을 미국은 두려워했던 것이다. 이들이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워하는 것이 바로 이런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이나 집단, 그리고 
국가인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가장 우습게 보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믿는 상대가 "10리를 가자는데 50리를 가주거나" "100원을 
내놓으라는데 1000원을 바친다거나" "치마를 벗으라는데 팬티까지 
벗어주는"(여자분들 죄송합니다! 적당한 표현이 생각이 안나서요...) 
부류의 집단이다. 

여담이지만 미국에서 남한과 북한을 보는 시각은 사실 극명하게 
갈라진다. 남한은 '영원한 봉'이며, 북한은 '여차하면 미사일 쏴붙일 
놈들'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외교능력은 세련되지는 못했지만 원하는 
것을 관철시켜 얻어낸다는 점에 있어서 칭찬받을 만하다는 글을 어느 
미국신문에선가 본 적이 있다. 혈맹이니 우방이니 그런 개잡소리는 
집어치우고 진지하게 미국이 우리를 보는 시각을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곁길로 좀 샜는데 어쨌든 미국은 일본이 언제든지 미국을 
향해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나라로 그 가능성과 실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실력'은 미국을 휩쓰는 일본산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통해서도 일반 미국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바이기도 하다.

중국은 다 아는 이야기니까 여기서는 그만두고 마지막으로 이들이 한 
수 접고 들어가주는 나라가 있다. 바로 인도다. 미국에는 한국에서 
생각하는 이상으로 동양사상과 종교에 심취한 사람들이 많다. 미국을 
필두로한 서양의 정신세계는 이미 한계에 달했으며 21세기는 동양의 
정신을 통해서 서양의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어느 
분야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다. 인도 속에는 사실 인류의 모든 종교와 
철학이 녹아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서양인들의 인도에 
대한 열광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서양인들의 뿌리는 헤브라이즘에 근간을 둔 기독교과 헬레니즘이지만 
자신들의 정신과 문명의 한계를 많이 주절거리는 지금 동양사상은 
자기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문명을 문을 열어줄 열쇠로 간주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일반인들에게도 깊숙히 침투해있다. 간단한 예를 들면 
내가 사는 아파트만해도 단전호흡과 기공강좌가 '무료'로 1주에 2회씩 
열린다. 무료라는 말은 그만큼 보편화되었다는 이야기다. 서점에 
가보면 사주팔자, 풍수, 손금, 관상, 기공, 태극권, 도가양생술, 
동양음식 조리법에 대한 책들이 널려있다. 아예 한 섹션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일반인들에게 이정도니까 인문,사회과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이나 지식인들 사이에서 동양에 대한 흠모와 몰입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고 그들이 내놓은 연구성과는 우리가 "아이구, 
형님!"하고 대접해야 하는 경지에 도달해있다. 

그러나 매사가 그렇듯이 이것도 비판적으로 봐야한다. 이들이 이렇게 
동양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것 역시도 이들이 지난 수 세기 
동안 해온 것처럼 제국주의적 사고의 연장이지는 않을까? 서양인들은 
왜 동양에게서 무엇을 배우려고 하는가? 문제는 "뭐가 아쉬워서?"로 
귀착된다. 우리의 삶에 침투한 미국의 문화과 사고의 압도적인 
영향력을 생각해보라.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군사, 사상, 문화 
전반에 걸쳐 우리가 결코 이들의 상대가 되지 않음을 경험하면서 늘 
오그라들고 주눅들어하지 않는가? 그런데 왜 이들은 '우리'에게서 
무엇을 배우려고 하는가? 나는 그 저의가 상당히 의심스러운 것이다. 
한 번도 평등한 파트너인 적이 없던 상대가, 언제나 큰 형님 대접을 
받으려고 하고 늘 우리를 멸시하고 우습게 보던 상대가 갑자기 
"우리는 평등해, 사실 우리는 너희에게 배울 것이 너무 많아. 잘 
부탁해!" 이러고 있으니 의심스럽지 않느냐는 말이다.   

미국사람들이 잘 쓰는 말로 현실은(The fact is...) 한편에서는 
동양의 정신을 통해서 배우자고 이야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동양에 
대한 수탈과 착취가 병행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이런 동양에 대한 구애를 마냥 예쁘게 봐 줄 수만은 없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21세기에도 서양의 모든 것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극단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인들을 포함한 서양일반의 이런 이중성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간혹 우리 절간에 들어앉아있는 파란 눈의 중들을 보면서 
흐뭇해하고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있는 것, 없는 것 다 내주면서 많이 
배워가라는 식으로 이들을 대해서는 안된다. 이들은 철저히 
자/신/의/이/익에 의해서만 움직인다. 동양정신을 향한 이들의 
끊임없는 구애와 흠모가 이들이 스스로 "이제 더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판단한 이후에도 지속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나는 서점에 깔린 동양관련 연구서와 일반인들의 동양문화에 대한 
열광 속에서 IMF로 상징되는 국제금융자본의 전횡을 보면서 정말 묘한 
착잡함에 빠져들었다. 미국,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나라이다. 미국과 맺었던 지난 한 세기의 인연은 결코 평등하지 
못했다. 아직도 우리는 이들에게 '만만한 봉'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언제 우리는 이들에게 정당한 상대로 인정을 받을 것인가? 우리 
모두의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내용을 배경으로 아래의 한겨례 
신문 기사를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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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미국] 미국 일반국민들 "일본과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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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일반국민들은 일본을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로 생각하고 있는 반면, 정·재계 지도층 인사들은 중국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미국의 유력한 싱크탱크인 `시카고외교평의회'가 16일 
발표한 `99년 미국 여론과 외교정책'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이 의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일반인들은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국가로 ①일본(87%) ②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77%) ④중국의 순으로 
꼽아 4년전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일본이 계속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와 의회, 재계 지도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①중국(97%) ②일본(94%) ③러시아, 멕시코(93%) 순이었고, 일본은 
4년전 조사 때의 3위에서 한단계 올랐다.

   평의회는 일본이 미국에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아시아 
지역의 동맹국인데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라는 점을 중요시하는 
이유로 평가했다.

   반면, 일본의 경제력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비율은 일본의 
장기적 경제불황을 반영해 일반 국민이 62%에서 45%로, 지도층은 
21%에서 14%로 각각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도쿄/연합)

                                        머나먼 미국에서 조국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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