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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sjyoun (예리큰아빠)
날 짜 (Date): 1998년 9월  9일 수요일 오전 07시 11분 32초
제 목(Title): 불교사 1백장면-삼국통일 주역 신라불교


번호 : 13/3352                 입력일 : 98/09/08 10:01:15      자료량 :119줄

  제목 : 불교사 1백장면-삼국통일 주역 신라불교

 역사에는 분열과 통합의  무늬가 새겨있다. 그 무늬는 수직과  수평의 단선
이 아닌  순환의 결이다. 때문에  역사가에게는 어떠한 인간,  제도, 국가(왕
조), 이념 등으로 역사를 보느냐가 늘 문제된다. 이는 전적으로 사료를 해석
하는 역사가의 눈(史觀)에 달려있다.

 당(唐)이라는 외세를 끌어들여 얻은  신라의 삼(사)국통일은 불완전한 것이
었으며 그  때문에 후삼국의 분열을  자초했다는 시각이 있다. 이는  통일의
방법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견해다.  또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
(698~926)를 북국으로, 남쪽을  통일한 신라(676~935)를 남국으로 보아  당시
한반도의 형국을 두체제의 병립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사)국을  합병한 신라의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왔을
까? 무릇 한 나라가 다른  나라들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여러 요인들이 서로
맞아떨어져야 가능하다. 상대국 백성들의 나라 사랑의 정도도 문제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전국민적  에너지를 한 곳으로 귀결시킬 정신의 힘
의 유무에 있다. 고구려나 백제나 가야도 불교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나라였
다. 하지만 승자는 신라였다. 왜 그랬을까?

 세 나라는 인간과  세계 전체를 통찰하는 포괄적인  사상가를 갖지 못하였
다. 이에  비해 신라는 정치(김춘추), 외교(김인문),  군사(김유신), 사상(안함
·자장·원효·의상·명랑) 등의 각 분야에서 팀웍이  잘 짜여져 있었다. 아
울러 원효 등에 필적하는 당대의  대석학들 1백여명이 전 백성을 하나의 이
념으로 묶는 역할을 곳곳에서 수행하고 있었다.

 당시 신라의 사상가들은 한민족의  끊임없는 소모적 전쟁을 단절시킬 대안
을 모색했었다. 이것을 통치자의 지배이념을  떠받치는 이데올로기였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불교도들 역시 통일이라는 ‘국가적  대의’에 충실했었
다. 당시 교단은 ‘호국’을 통한 ‘호법’의 전략을  세우고 ‘王卽佛’ 또
는 ‘王卽菩薩’의 사상을 창출해 내었다.

 문제는 삼한一統을  위해 왜 하필이면  외세를 끌어들였냐는 것이다.  물론
외세를 이용한다는 차원이라면 그  외세를 요리할 수 있는 역량이 있었느냐
는 것이다. 결과론적이지만 신라에게는 그러한 역량이 있었다. 여기서 또 하
나의 문제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야) 삼국의 끊임없는  소모적 전쟁을 전체
적 관점에서 통찰하고  지양시킬 역량있는 통치자와 사상가들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만일 고구려, 백제,  가야에서도 삼(사)국이 본래 한 뿌리였다는  인식이 있
었다면 삼(사)국의 상쟁을 완화시킬  그 무엇이 있었어야만 했다. 그런데 그
렇지 않았다.  고구려는 연개소문과 그  아들들의 권력투쟁으로 소멸되었고,
백제는 성충과 흥수와 계백  등과 같은 충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자왕
의 주지육림으로  망하고 말았다. 모든  적은 내부(내환)에 있다. 외우는  그
다음 문제이다.

 그러면 삼(사)국을 묶을 끈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신라에서  그것은 불교의
연기 패러다임이었을 수도 있고 단군일 수도 있었다.  고려의 일연이 桓因을
불교적 하느님인 帝釋으로  해석한 것은 좋은 시사가 된다. 무릇  한 나라의
주도권은 하나의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확인시킬 무늬와 살결을 누가 잡느냐
에 달려있다. 신라는 ‘전체’(多)와 ‘하나’(一)의  회통이라는 기세싸움에
서 이겼기 때문에 통일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신라는 불교를  받아들일 때부터 다른  삼국(려·제·가락)과 달랐다. 한때
갈등이 심하기는 했지만,  불교문명이 자기 고유의 사상체계를  능가하는 것
이라고 통찰한 신라인들은 이내 불교를 받아들여 놀랍게 자기화하는 지혜를
보여주었다. 흥륜사  금당에 안치된 아도-염촉-혜숙-안함-의상(이상 동쪽)-
자장-혜공-원효-사파-표훈(이상 서쪽) 등 열 명 성현들의 면면은 이를 말해
주고 있다.

 이들로 대표되는 1백여명의 대사상가들은 불교 공인(527)  이후 약 250여년
간의 신라불교  르네상스기의 주역이었으며  신라 통일의 힘의  원천이었다.
통일은 어느 한 시점, 한  사건에 의해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라는
오래 전부터 불교적  에너지 위에다 풍월도(화랑) 등의 제도를 마련하여  인
재를 양성하고 통일을 준비했다.

 이들이 정치, 외교,  군사 등의 각 분야를 이끌었다. 그리고  ‘전체’를 ‘
하나’로 통찰하는  불교사상가들이 옆과  뒤에서 받쳐주었다. 이것이  바로
가장 약소국이었던 신라가 삼(사)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해외파인
원광-안함-자장-의상-명랑 등은 왕족들과 골품귀족들을  중심으로 불교정신
을 심었다.

 국내파인 혜숙-혜공-대안-원효-사파(복) 등은 두품사족들과 서민들에게 통
일의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남녀노소의 마음 속과  전국 방방곡곡의
후미진 자리에까지  부처의 가르침을 수놓았다.  불연국토 사상, 과거불국토
사상, 현실정토 사상,  오대산 신앙, 서축(인도)에 맞서는  동축(신라)의 설정
등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다.

 특히 원효는 시대의  전면에 서서 삼한일통을 위해 온몸을  던졌다. 투철한
인간 이해와 세계 인식에서 솟아나온 일심과 화(쟁)회(통)과 무애의 축 위에
수놓은 ‘종합성’(一乘)과 ‘독창성’(一味)의  무늬는 이후 한국불교의 ‘
정체성’과 ‘인식틀’로 자리매김 되었고, 보살적  인간으로서의 삶을 보여
준 인간적인 매력은 이후의 지성인들에게 참다운 스승상을 보여주었다.

 의상의 수행자적 모습은 인간의  욕망을 자율적으로 절제하는 지성인의 전
형을 보여주었다. 통치자에게는 치자의  도리를 일깨워 주었고, 분열된 교단
을 정비하여 질서를 세웠다. 또 후학들의 양성을 통해  이후 불교 교단과 교
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다. 연기와  성기의 긴장과 탄력을 통해  화엄
일승학을 정립한 의상의 교육입국은 화엄십찰의 성립과 더불어 이후 한국불
교의 주류사상으로 화엄이 진입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러한 의상의 교육자적 모습은 고려의 지눌을  통해 이어졌다. 고구려에서
망명하여 여러 제자들을 양성했던  보덕과 문두루 비밀법을 통해 당나라 군
사를 물리친 명랑 등도 통일 이데올로그였다. 또  용병술과 신통력의 달인인
김유신, 국제적 감각으로 외교무대를 주름잡았던 김인문, 탁월한 정치가였던
김춘추, 뛰어난 리더십과 불교 화장법을 통해 나라를  지키려 했던 문무왕의
호국정신은 삼국(여·제·락)과 다른 신라의 힘을 보여주었다.

 통일을 위해 신라가 다른 이(삼)국과 달랐던 것은  무엇보다도 풍부한 인적
자원이었다. ‘지난 날  백개의 서까래를 구할 때는  내가 끼이지 못했지만,
오늘 아침 하나의 대들보를  구할 때는 나만이 할 수 있구나!’라고  외쳤던
원효! 그의 사자후와  같이 당대에 그에 맞설만한 백여명의  석학(백개의 서
까래)들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던 신라가 삼(사)국을 통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의 힘! 인재의 힘!  여기에서 통일이 시작되었고 결국 삼(사)국의 백성
들이 한 마음(一心), 한 집안(一家)이  될 수 있었다. 하루 아침에 1백여명의
석학들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 신라는 진흥왕 때부터 풍월도 등을  통해 인
재를 양성하고 먼  미래에 있을 통일에 대비했었다. 그 결과  삼국을 아우르
는 물리적 통일  뿐만 아니라 삼(사)국의 백성들이 본디 ‘한  집안’이었다
는 정체성을 부여하는 심리적 통일까지 이루어 내었다.

 거기에서 삼(사)국의 불교적 에너지를 하나로 종합하여  민족불교로 완성시
켰다. 이러한 힘 위에서 신라(한국)가 7~8세기 동아시아 삼국의 중심에 서서
唐과 倭에게 한 수 가르쳐 줄 수 있었던 것이다.
                                   고영섭 동국대 불교학과 강사
 *발행일(1688호):1998년 9월 8일 , 구독문의 (02)730-4488
  < 한장의 불교신문 한사람의 포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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