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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namsan (오두방정)
날 짜 (Date): 1997년12월21일(일) 18시42분10초 ROK
제 목(Title): [동녘창] 크리스마스 트리와 사물놀이 


[동녘창]                

                   크리스마스 트리와 사물놀이
                                                                       
    

    얼마전 책방에서 시카고 한인커뮤니티의 풍물놀이팀인 [일과 놀이] 의

  꽹과리를 담당하고 있는 분, 사물놀이 용어로 말하자면, 쇠잡이를 만났다.

  명절이면 이곳 시카고에서 한인 가게들에 마당놀이를 해주는 뉴스를 보아왔던 
  
  나는 반가워서 그 팀의 활동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1.5세라는 아주 밝고 
  
  명랑한 얼굴을 가진 그 청년은  곧 교회 기도회에 가야 한다면서도 나에게 
  
  친절히 그들의 활동상황과 특히 라비니아 팍에 초청되어 한인 풍물놀이를 
  
  최초로 공연하여 미국 주류 사회에 우리문화를 알린 것에 대해서도 열심히
  
  말해주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이 우리의 풍물놀이에 대한 옹호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 시카고에는 이와같이 기독교인으로서 풍물놀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지금도 많은 교회에서 우리의 풍물놀이를 교회의 음악모임에서 
  
  사용해 오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새로 생긴 한인 기독교 텔리비젼 프로그램에 초청된 어떤 
    
  목사가 한인교회 놀이문화 안에 한국 전통의 문화인 풍물놀이가 들어와 있는 
  
  것은 귀신을 내쫏는 굿문화의 일부라고 하여 배격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놀란 일이 있다. 과연 오늘날 우리의 전통 풍물놀이를 교회에서 
  
  놀이문화로 사용한다고 해서 반기독교적인 것인가? 그리고 현재의 우리의 
  
  풍물놀이가 고대에 전쟁 신호용으로 쓰여진 이래 일부는 무당의 굿거리 도구로 
  
  사용되어온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우리 민족의 전통 놀이문화로 모든 
  
  축제에 사용되어왔던 우리의 문화이다. 그래서 풍물놀이가 현재는 대중적으로

  뿐만이 아니라 이미 한인 교회에서도 기독교인들의 놀이문화로 정착되어 가고 
  
  있는 마당에 우리 민족의 현재의 풍물놀이가 무슨 미신적인 요소가 있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기독교는 모든 민속문화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인가? 기독교의 토착화나 현지화에 대한 오랜 
  
  노력은 허구란 말인가.
  
  
     최근 이곳 모일간지에서는 한국에서 오래 전에 장승 존폐문제와 함께 이미 
     
  논쟁이 많이 되었던 이슈인 기독교인의 명절날 차례지내는 문제로 다시 논쟁을 
  
  하는 것을 보았다. 비슷한 이야기로 지난해엔 미국의 NBA 프로 베스킷볼 선수인
 
  모슬렘 교도인 마흐모드 압둘라후 선수가 경기직전 미국 국가 연주시에 
  
  기독교의 하느님을 찬양하는 일이라고 일어서서 경의를 표할 수 없노라고 
  
  의자에 계속 앉아 있어 온 것이 전국적으로 크게 뉴스에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언론매체에 오르내리던 그는 결국 그동안 같은 모슬램인 하킴 알라주완 등의 
  
  다른 선수들이 해오던 것처럼 게임전 미국 국가가 울려퍼질 때 결국 일어서서
  
  선수로서의 예의만은 보이기로 타협적인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과연 우리의
  
  풍물놀이가 교회의 놀이문화에서 배격되어야만 한다면 대한민국의 애국가가 
  
  불려질 때 애국가의 하느님은 기독교의 하느님이 못됨으로 애국가를 부르거나 
  
  함께 서있지도 말아야 할까? 고국에서 먼 타국에 와서 사는 코리안들이
  
  종교의 이름으로 소수 어리석은 기독교인들에 의하여 우리문화의 품물놀

  이가 한갖 무속의 도구라는 협의적인 이름으로 배격되어야만 할까. 
  

   나는 우리의 전통 풍물놀이가 서양인도 가만히 있는데 그것도 많은 한인들이

  지켜보는 시카고의 한인 커뮤니티의 한인 기독교 TV 방송 매체에서 그것이 
  
  반기독교적으로 매도되는 것을 경악해 마지 않는다. 교회 내에서 풍물놀이가 
  
  배격되어야 한다면 앞으로 기독교가 전파될수록 교회 밖에서마저 풍물놀이를 
  
  장차 몰아내야 한다는 논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부 기독교인의 
  
  편파적인 신앙차로 인하여 우리의 민족문화가 그렇게 간단히 배격되어져야 
  
  할 문제인가.

 
   풍물놀이는 일본 제국주의자들마저 우리의 민족문화의 대표적인 문화라 하여
  
  말살하려 하거나 제한한 적도 있었다. 이제 해외에 나와 있는 우리 한민족 
  
  동포들로서는 그 종교가 무엇이든간에 풍물놀이는 하나의 중요한 민족적인 
  
  아이덴티티가 되는 하나의 문화놀이로 자리잡아 왔다. 그런데 그 풍물놀이가 
  
  기독교의 교회 안에서 놀이문화로 받아들여진다고 해서 그것이 반기독교적인 
  
  것으로 매도된다면 그것은 기독교의 토착화 문제의 기초부터 흔들리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정말 풍물놀이가 반기독교적이라면 본래 미신이었던

  크리스마스 트리 문화도 반기독교적으로 배척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모든 잔존하는 각 민족의 민속적인 문화들은 옛시대의 당시대적인 종교 신앙과

  무관하지 않았다. 그러한 문화를 기독교가 주체적으로 기독교의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 많이 있다. 바울의 기독교가 서양 로마로 건너간 이래 
  
  크리스마스 문화처럼 현대의 기독교 문화에는 고대 로마의 태양신이나 미드라 
  
  종교 등의 그 문화적 내용의 일부가 서양 기독교 문화로 습합되어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같은 맥락으로 크리스마스 트리 문화는 본래 기독교

  입장에서 보면 세속적인 독일 미신 문화였는데도 어엿한 기독교 문화로 
  
  자리잡아 왔다.


   이러한 기독교의 크리스마스 트리 문화도 시간이 흘러 교회 건물 한켠에 따로

  세워지고 새로운 하나의 기독교 문화로 정착된 것은 단지 삼사 백년 정도의 
  
  역사 밖에 되지 않는다.


    본래 미신적인 나무신앙에 속하던 크리스마스 트리 문화가 기독교에 들어왔던 
    
  과정은 현재의 남미 라틴 아메리카의 기독교 신앙이 현지 산신 신앙과 함께 
  
  자연스럽게 예배되는 과정의 그것과 흡사했다. 독일 민간 세속 미신이었던 
  
  크리스마스 트리는 17세기초 처음으로 프랑스의 스트라스버그 지방을 비롯하여 
  
  북유럽 일대로 하나의 교회 문화 속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영국에는 
  
  1841년에야 크리스마스 트리가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그후 한참 후에나 
  
  미국으로 건너온 그 나무신앙 문화가 오늘날 각 교회가 성탄절의 중요한

  이미지로 세우는 크리스마스 트리 문화가 된 것이다.


    물론 한국의 무속신앙이 교회내에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민속인 풍물놀이는 현재는 결코 무속 그 자체는 아니다.
  
  과거에 그 일부가 굿 문화의 도구로 사용되어졌다고 해서 기독교 입장에서 
  
  터부시할 필요도 없다. 한국의 무속 문화의 영향이 신학자들에게 무조건 
  
  배격만 된 것은 아니다. 하비 콕스를 비롯한 상당수 서양의 신학자들이나 
  
  유동식 등의 한국의 신학자들은 우리의 무속에 대해서 기독교 신학적인 
  
  유사성이 있다는 해석을 내리면서 한국의 무속문화는 한국의 기독교에

  주술적인 신앙화에 영향을 미쳤다고도 하지만 그것은 한국 기독교의 남다른 
  
  부흥에 문화적 심리적 배경이 되기도 했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울 때 살아있는 침엽수를 잘라와서 교회 성전에 세우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전통 굿에서 보여주는대로 살아있는 소나무를 베어와 
  
  쌀함지에 꽂아 세우는 것과 유사성이 있다.


    사백년 전까지만해도 크리스마스 트리는 아시아와 북부 유럽의 광범위한 

  지역에 퍼져있던 수목신앙의 미신에 연결되어 있었다고 해서 이제와서 
 
  크리스마스 트리 문화를 교회에서 배격해야 한다고 할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우리의 품물놀이가 교회의 한 놀이문화로 흡수되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모든 
 
  세계의 교회가 성탄절때마다 설치하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전부 철거해야 
 
  한다는 우스운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 트리 문화는 유럽 미신에서 유입되었으니 문제가 없고 풍물놀이는

  그것이 한국 민속에서 나왔으니 미신을 믿지 않는 교회에서 사용한다 해도 
  
  배격되어야 한다면 진정으로 기독교는 유럽문화만의 기독교란 말인가. 
  
  유럽문화에서 나온 크리스마스 트리는 괜찮고 한국에서 나온 풍물놀이는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예수의 초상이 꼭 백인의 모습이어야만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현재의 한인들의 풍물놀이는 미신으로서가 아니라 놀이문화로 교회내에서도

  대중적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미신이었을 때 들어왔던 크리스마스 트리 
  
  문화의 유입보다도 우리의 풍물놀이는 이제 한인들의 놀이축제의 대중 
  
  문화로서 훨씬 그 이미지가 좋은 민속문화이다. 품물놀이는 기독교의 부흥에 
  
  또는 기독교의 이미지에 오히려 커다란 발전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독일의 
  
  옛 수목신앙이었던 크리스마스 트리 문화가 그렇게 기독교 발전에 기여해 
  
  왔던 것처럼 말이다.




                                             오두방정(nas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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